대법 “부동산 경매, 자본시장법상 공시 대상인 ‘증권 소송’ 아니다” 첫 판시

김은경 기자 2026. 1. 5. 09: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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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서초구 대법원 청사. /김지호 기자

코스닥 상장사가 소유한 부동산이 임의 경매에 넘어갔다는 사실은 자본시장법상 공시 대상이 아니라는 대법원 첫 판단이 나왔다. 대법원은 회사가 법원의 경매 개시 결정을 제대로 공시하지 않았더라도, 경영진에게 주가 하락에 따른 손해배상 책임을 물을 수 없다고 봤다.

5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법원 2부(주심 엄상필 대법관)는 최근 철스크랩 가공업체 스틸앤리소시즈 주주들이 전 경영진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 소송 상고심에서 원고 일부 승소한 판결을 깨고 사건을 서울중앙지법으로 돌려보냈다.

스틸앤리소시즈는 2014년 아산·인천 등 공장 부지와 건물에 대해 법원에서 경매 개시 결정을 통보받았으나 이를 즉시 공시하지 않고 2~3주가 지난 뒤에야 공시했다. 그런 뒤 이튿날 서울회생법원에 회생 절차 개시를 신청해 법정관리에 들어가게 됐다.

이에 주주들은 “회사가 중요 정보를 지연 공시해 주가 하락에 따른 손해를 입었다”며 당시 대표이사와 사내이사들을 상대로 약 6800만원의 손해배상금을 청구하는 소송을 냈다. 주주들은 회사가 이 밖에도 사업 계약 사항을 불성실하게 공시하고 분기 보고서에 당기 영업이익을 허위 기재했다고도 주장했다.

구 자본시장법에 따르면 상장사는 법인 경영·재산 등에 관해 중대한 영향을 미치는 사항이 발생하면 그다음 날 주요 사항 보고서를 금융위원회에 보내 공시해야 한다. 자본시장법 시행령은 구체적으로 주권 외 지분증권이나 전환사채권, 파생결합증권 등 증권에 관해 중대한 영향을 미칠 소송이 제기된 때 공시하도록 정하고 있다.

1·2심은 주주들 손을 들어줬다. 1심은 불성실 공시와 분기 보고서 허위 기재 등에 대해 포괄적 책임을 물어 청구 금액의 80%(약 5400만원)를 인용했다. 2심은 배상액을 줄였으나 경매 개시 결정을 늑장 공시한 것에 대해 “투자자 판단에 중대한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사항을 적시에 알리지 않아 투자자 보호 의무를 위반했다”며 손해배상 책임을 일부 인정했다.

그러나 대법원은 “자본시장법상 주요사항보고서 제출 의무가 있는 ‘증권에 관해 중대한 영향을 미칠 소송’의 범위를 엄격하게 해석해야 한다”면서, 회사 재산에 영향을 미치는 모든 소송을 공시 대상으로 볼 수는 없다고 판단했다.

대법원은 “공시 대상 소송은 자본시장법 시행령이 구체적으로 정하고 있는 증권에 대한 소송만 의미한다”며 “그 증권에 관해 중대한 영향을 미치는 모든 소송으로 본다면 결국 기업은 회사와 관련된 모든 소송에 대해 주요사항보고서를 제출해야 하는 결과가 되고, 이는 주요사항보고서 제도의 취지에 맞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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