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강도 노동 끝 운명 달리한 제주 쿠팡 기사 ‘산재 인정’

김찬우 기자 2026. 1. 5. 09: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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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팡 침묵, 대리점 억측 속 ‘업무상 재해’ 인정받아
제주 쿠팡 새벽배송 택배노동자 故 오승용씨 유가족의 입장 발표 중 고인의 아내가 눈물을 흘리고 있는 모습. ⓒ제주의소리 자료사진

쿠팡 새벽 배송 중 교통사고로 숨진 고(故) 오승용 씨에 대한 산업재해가 인정됐다. 

전국택배노동조합 제주지부에 따르면 근로복지공단은 고인에 대한 산업재해를 공식 승인했다. 쿠팡이 입을 닫고 대리점이 억측을 내놓는 가운데 국가가 업무상 재해를 인정한 것이다. 

고인은 지난 11월 10일 오전 2시 9분쯤 제주시 오라2동의 한 도로에서 물류센터로 복귀하던 중 교통사고로 숨을 거뒀다. 

이후 소속 택배 영업점이 '음주운전' 의혹을 제기했지만, 고인이 이송된 병원 의무기록 확인 결과 혈액에서 음주 관련 성분은 검출되지 않았고 경찰 조사 결과 음주 정황도 없었다. 

제주동부경찰서는 당시 관계인들의 문자메시지 내용, 국립과학수사연구원 감정, 고인의 행적에 대한 CCTV 분석 등을 종합적으로 검토한 결과 음주 운전 혐의가 없다고 봤다.

고인은 지난해 10월 31일부터 11월 4일까지 닷새간의 연속 새벽배송 중 부친의 상(喪)을 당했다. 이후 5일부터 7일까지 사흘간 장례 일정을 수행하며 제대로 쉬지 못했고 8일 단 하루만 쉰 채 9일 저녁 다시 배송 업무에 나섰다. 그리고 10일 업무 중 안타깝게 숨졌다.

택배노조는 "근로복지공단 결정은 고인의 죽음이 개인 과실이 아니라 장시간, 연속 새벽 노동과 살인적 노동환경이 빚어낸 업무상 재해임을 국가가 뒤늦게나마 인정한 것"이라고 밝혔다.

택배노조는 성명을 통해 "고인은 사고 당시 새벽배송 구조 속 충분한 휴식 없이 장시간 노동을 반복해왔고 심야, 새벽 시간대 위험한 운행과 과도한 물량을 감당해야 했다"며 "심지어 장례 이후 제대로 쉬지 못할 만큼 인간다운 삶과 거리가 먼 노동환경에 놓였다"고 피력했다.

이어 "쿠팡은 고인의 사망 이후 장기간 침묵했고 책임 있는 사과나 재발 방지 대책 등 진정성 있는 조치를 내놓지 않았다"며 "되려 음주운전이라는 허위사실을 유포하며 고인의 명예를 훼손, 유가족에게 씻을 수 없는 상처를 남겼다"고 주장했다. 

또 "이번 산재 승인은 고인의 죽음이 불가피한 사고가 아니라 예견된 참사였음을 분명히 한다"며 "더불어 쿠팡 새벽배송 시스템과 위탁 구조 전반이 노동자 생명과 안전을 위협하고 있음을 국가가 공식 확인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쿠팡은 고인의 죽음에 대해 공식 사과하고 유가족에 합당한 책임을 져야 한다. 또 새벽배송과 장시간 노동 구조에 대한 전면적 개선과 실질적 재발 방지 대책을 시행하라"고 요구했다. 

택배노조는 "정부, 국회는 쿠팡을 비롯한 플랫폼, 특수고용 배송노동 전반에 대한 강력한 감독과 제도개선에 나서야 한다"며 "고인의 산재 승인은 끝이 아니라 시작으로 더 이상 어떤 노동자도 이윤을 위해 생명을 내놓는 일이 반복돼선 안 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