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장사 주식 ‘금수저’ 1위는 현대백화점그룹 3세
주식시장 활황이 오너 일가 자산 증식으로 직결
(시사저널=오유진 기자)
'코스피 4000' 시대의 잭팟은 10대 '금수저'들에게도 터졌다. 국내 상장사 오너 일가 미성년 주식 부자 상위 20명의 주식 평가액이 1년 새 300% 폭등하며 1000억원을 돌파했다. 현대백화점그룹 3세 정다나양이 1위에 오른 가운데, 갓 태어난 한 살짜리 쌍둥이까지 수억원대 주식을 쥐는 등 부(富)의 대물림 시계가 한층 빨라졌다는 평가다.

국내 상장사 오너 일가의 19세 이하 미성년자가 보유한 주식 평가액은 1135억원(2025년 12월15일 기준)에 달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이 중 미성년자 주식 부자 상위 20명이 보유한 주식 가치는 1093억원으로, 2025년 초(2025년 1월2일 기준) 평가액 대비 300% 이상 올랐다. 시사저널과 기업분석 연구소 리더스인덱스가 2300개 상장사 오너 일가 친인척 가운데 미성년자 주주 60명을 대상으로 보유 주식 평가액을 전수조사한 결과다.
시사저널은 2014년부터 대기업집단 오너 일가의 주식 보유 현황을 조사해 왔다. 오너 일가의 지분 변화가 기업 실적 및 지배구조에 영향을 미치는 데다, 최근 3·4세 승계가 가속화되면서 승계 구도를 미리 엿볼 수 있는 지표가 됐기 때문이다. 올해는 조사 범위를 2300개 상장사로 확대했다. 매년 높은 순위를 유지했던 GS, LS, 효성 등 주요 기업의 3·4세뿐 아니라, 외부 활동이나 언론 노출이 드물었던 오너 일가 3·4세들이 순위에 대거 포함된 배경이다.
지난해 국내 주식시장에 훈풍이 불면서 미성년자 주식 부자들이 보유한 주식 가치는 코스피 상승분을 훌쩍 뛰어넘었다. 조사 기간인 2025년 1월2일~12월15일 기간에 코스피는 2000포인트 가까이 오르며 75.42% 상승했는데, 같은 기간 60명의 미성년자 주주가 보유한 주식 가치 평가액은 300.73% 상승했다. 주식시장의 활황이 미성년자 금수저들의 자산 증식에도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 셈이다.

1~3위 주식 평가액만 391억원
19세 이하 주식 보유자 중 1위는 현대백화점그룹 3세인 정다나양(18)이다. 다나양은 정지선 현대백화점그룹 회장의 장녀로, 보유 주식 평가액은 158억원이다. 정 회장은 2024년 7월 현대그린푸드 주식 99만752주를 다나양에게 증여했다. 다나양은 지난해 11월 보유 주식 약 2만 주를 매도했지만, 2025년 현대그린푸드 주가가 15.82% 오르면서 보유 주식 평가액은 오히려 늘어났다.
현대백화점그룹에서는 다나양을 포함해 4명이 미성년자 주식 부자 상위 20명에 이름을 올렸다. 현대백화점그룹이 현대지에프홀딩스를 중심으로 지주회사 체제 구축을 마무리한 만큼, 정 회장이 보유하던 현대그린푸드 지분 일부를 친인척에게 분산 증여한 영향으로 풀이된다. 정지선 회장의 조카이자 정교선 현대백화점그룹 부회장의 아들인 정창욱(18)·창준(16)·창윤군(13)은 각각 72억원어치의 주식을 보유하고 있다.
주식 부자 2위는 조현준 효성그룹 회장의 차녀인 조인서양(19)이다. 인서양이 보유한 주식 평가액은 126억원으로 집계됐다. 지난해 효성·효성티앤씨·효성중공업 등 주요 계열사 주가가 일제히 오르면서 보유 주식 가치도 지난해 초(36억원) 대비 248% 증가했다. 2008년 조석래 명예회장으로부터 첫 증여를 받은 인서양은 적극적인 주식 거래를 통해 자산을 불려왔다. 지난해 9월에는 HS효성 지분을 전량 매도했고, 12월에는 효성중공업 주식 2066주를 처분했다.
효성 일가 4세들은 주식 부자 상위권에 나란히 이름을 올렸다. 조현준 회장의 장남 조재현군(13)은 보유 주식 평가액 47억원으로 8위에 올랐고, 조현상 부회장의 자녀인 조인희(15)·수인(13)·재하(10) 삼남매도 각각 47억원어치의 주식을 보유한 것으로 조사됐다.
주식 부자 3위는 양홍석 대신증권 부회장의 장남인 양승주군(14)이다. 승주군의 주식 평가액은 107억원으로, 연초 대비 336.6% 증가했다. 그는 2020년 6월 장내 매수로 대신증권 주식 1만5000주를 처음 취득한 이후 매년 지분을 늘려왔다. 지난해 5월에는 보통주 3만9200주를 매수했고, 두 달 후인 7월에 2000주를 추가 매수해 현재 39만424주를 보유 중이다. 승주군은 아버지 양 부회장, 조모 이어룡 대신파이낸셜그룹 회장, 고모 양정연씨에 이어 개인주주 가운데 네 번째로 많은 지분을 갖고 있다.
양 부회장의 딸인 채유양(12)과 채린양(9)도 각각 13억원어치의 주식을 보유해 미성년 주식 부자 16·17위에 이름을 올렸다. 두 자매의 주식 가치는 2025년 초 6억원 수준에서 104% 증가했다. 양 부회장의 조카이자 양정연씨의 아들인 홍승우군(6)도 약 8억원의 주식을 보유한 것으로 나타났다. 대신파이낸셜그룹은 오너 일가의 지분율이 약 16%로 타 금융기업 대비 낮은 편인데, 경영권 방어 및 지배력 강화를 위해 증여 시점을 앞당기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주식 부자 4위는 정몽익 KCC글라스 회장의 차남 정한선군(18)이다. 한선군의 보유 주식 평가액은 99억원으로, 지난해 초(85억원) 대비 15.9% 증가했다. KCC그룹 2세인 정몽진 KCC 회장과 정몽익 KCC글라스 회장이 2020년대 이후 3세 승계를 본격화하면서 한선군의 지분도 점진적으로 확대됐다. 특히 한선군의 동생인 정연선군(14)은 분석 대상 60명 가운데 2025년 주식 보유 평가액 상승률이 가장 높았다. 2025년 초 6억원 수준이었던 연선군의 주식 가치는 연말 45억원으로 668.6% 급증했다.
KCC 일가는 공정거래법상 계열 분리 요건인 특수관계인 지분율 3% 미만을 맞추기 위해 '형제간 맞증여' 방식을 활용하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정몽진 회장은 2024년 11월 KCC글라스 지분 일부를 동생인 정몽익 회장의 배우자 곽지은씨와 자녀들(정선우·정수윤·정제선·정한선·정연선)에게 증여했으며, 정몽익 회장도 정몽진 회장의 자녀 정명선씨와 정재림 KCC 상무에게 지분을 나눠준 바 있다.

낮아지는 '금수저' 평균 연령
한편, 주식 가치가 연초 대비 감소한 미성년자 주식 부자도 적잖았다. KG그룹 3세인 곽태민군(5)·이고은양(16)·이주은양(14)의 보유 주식 가치는 2025년 초 대비 24% 감소했고, 이운형 세아그룹 전 회장의 손자인 허인홍군(13)의 주식 평가액도 같은 기간 약 24% 줄었다. 삼양그룹 오너가 5세인 김종우군(5)의 보유 주식 가치 역시 18% 하락한 것으로 나타났다.
오너가 3·4세의 승계가 빨라지면서 미성년자 주식 부자의 연령대도 점차 낮아지는 추세다. 2022년 기준 국내 500대 기업 오너 일가의 미성년자 주식 부자(41명) 평균 연령은 13.9세였다. 그러나 이번 조사 대상(60명)의 평균 연령은 12.6세로 3년 새 1세 이상 낮아졌다. 재계의 승계 시계가 빠르게 돌아가는 만큼 어린 나이부터 증여를 통한 지분 확대가 이뤄지고 있다는 의미다.
2025년 최연소 주식 부자는 곽재선 KG 회장의 손자이자 곽정현 KG케미칼 대표의 쌍둥이 자녀인 곽태이군(1)과 곽지이양(1)이다. 이들 쌍둥이는 2024년 7월3일 태어났는데, 생후 23일 만에 KG케미칼 주식 1만6000주씩을 장내 매수했다. 2025년 말 기준 이들의 보유 주식 평가액은 각각 9억2480만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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