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네수엘라 침공에 대통령 체포까지…세계는 어디로 가나[점선면]
선(맥락들): 노골적으로 “석유 차지하겠다”
면(관점들): 불량 초강대국의 시대

미국이 무력으로 베네수엘라를 침공해 니콜라스 마두로 대통령을 생포하는 초유의 사태가 일어났습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베네수엘라의 석유를 차지하겠다는 욕심을 대놓고 드러내고 있고요. 국제질서의 근간이 완전히 무너진 ‘불량 초강대국의 시대’가 열렸다는 우려가 나옵니다. 오늘 점선면은 왜 미국이 베네수엘라를 침공했는지, 앞으로 국제질서는 어떻게 될지 등을 짚어보겠습니다.
점(사실들): 야밤에 침공해 대통령 생포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2일(현지시간) 오후 10시46분 작전명 ‘확고한 결의’ 개시를 명령했습니다. 곧바로 폭격기·전투기 등 150대 이상의 항공기가 베네수엘라를 향해 출격했습니다. 이어 지난 3일 새벽 2시쯤, 미 육군 특수부대 델타포스 대원들이 헬리콥터를 타고 마두로 대통령의 은신처에 내렸습니다. 총격전 끝에 미군은 마두로 대통령 부부를 생포해 미국 뉴욕으로 압송했습니다. 미국은 “권력 이양이 가능해질 때까지 베네수엘라는 미국이 운영하겠다”고 선언했습니다.
미국은 이번 작전을 최소 수개월 동안 치밀하게 준비했습니다. 미 중앙정보국(CIA)은 지난해 8월 베네수엘라에 요원들을 파견해 마두로 대통령의 은신처와 식사, 반려동물 정보까지 파악했습니다. 미군은 은신처를 본뜬 모형을 만들어 침투 연습을 했고요. 이번 작전으로 미군 측 사상자는 0명, 베네수엘라에서는 군인과 민간인 등 최소 40여명이 숨졌습니다.
선(맥락들): 노골적으로 “석유 차지하겠다”
점선면은 지난해 11월19일자 뉴스레터(미국-베네수엘라, 진짜 전쟁 터지나요?)에서 양국 갈등을 다룬 바 있죠. 다시 짧게 요약해드리겠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마두로 대통령이 미국에 마약을 유입시키는 마약 카르텔의 배후라고 주장하며 강하게 압박했습니다. 지난해 8월부터는 카리브해를 항해하는 베네수엘라 선박을 ‘마약 운반선으로 의심된다’는 이유로 줄줄이 격침했습니다.
마약·테러는 표면적인 이유일 뿐이었습니다. 미국의 진짜 목적은 세계 최대 원유 매장량을 자랑하는 베네수엘라의 석유였죠.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3일 대국민 연설에서 “사회주의 정권이 강탈해 간 미국의 석유 시설을 되찾겠다”며 침공의 진짜 목적을 숨기지 않았습니다.
미국이 자신들의 ‘뒷마당’으로 여기는 중남미에서 영향력을 키우려는 것도 침공 목적 중 하나일 수 있습니다. 반미 성향인 마두로 정권을 본보기로 축출하면서 힘을 과시한 것이죠. 트럼프 대통령은 이번 작전 이후 미국과 사이가 좋지 않은 쿠바와 콜롬비아 등으로 군사작전을 확대할 수 있다는 뜻을 내비쳤습니다.
미국은 베네수엘라에 새 정권을 세울 것으로 예상됩니다. 마두로 정권의 독재와 경제위기에 신음해 온 베네수엘라의 민주화는 트럼프 대통령의 관심사가 아닙니다. 그의 관심은 오로지 새 정부가 미국의 베네수엘라 석유 장악에 도움이 될지 아닐지에 쏠려 있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해 노벨평화상을 받은 친트럼프 성향 야당 정치인 마리아 코리나 마차도 대신, 안정적인 통치가 가능한 델시 로드리게스 현 부통령과 접촉하려는 것도 그 때문입니다.
하지만 미국은 베네수엘라 정국을 통제할 구체적인 계획까지는 갖고 있지 않은 것으로 보입니다. 베네수엘라는 극심한 혼란을 겪을 것으로 예상됩니다. 베네수엘라 수도 카라카스에는 벌써 무장한 민병대가 거리를 걸어 다니고, 주민들은 생필품을 사재기하고 있습니다.
면(관점들): 불량 초강대국의 시대
미국의 이번 공습은 의회 승인도 받지 않고 이뤄졌습니다. 국제법은 물론이고, ‘주권국을 침략해선 안 된다’는 유엔 헌장도 정면으로 위반했다는 비판이 나옵니다. 브라질·멕시코 등 중남미 국가부터 프랑스, 중국, 러시아 등이 미국을 규탄했습니다. 유엔 안전보장이사회는 5일 긴급회의를 열어 이번 사태를 논의하기로 했습니다. 한국 정부는 “상황이 조속히 안정되길 바란다”는 신중한 입장을 밝혔어요.
해외 개입에 반대하는 미국 우선주의 세력 ‘마가(Make America Great Again)’ 진영도 반발하고 있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이 자신의 정치적 슬로건인 미국 우선주의를 스스로 저버린 것이나 마찬가지이기 때문입니다. 마가 진영은 미국이 2003년 이라크 전쟁과 정권교체로 막대한 비용을 지불해야 했던 ‘이라크의 악몽’을 반복할 수 있다고 걱정합니다.
하지만 트럼프 행정부는 이런 비판과 문제점을 충분히 예상했을 텐데도 아랑곳하지 않고 침공을 강행했습니다. 국제법과 국제질서를 지킨다는 껍데기조차 이제는 필요 없다는 태도죠. 어쩌면 세계는 이제, 힘이 곧 정의가 되는 ‘불량 초강대국의 시대’에 접어든 것일지도 모릅니다. 미국처럼 중국·러시아도 자신들의 세력권에서 패권 확장에 나설 수 있는 겁니다.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의 말처럼 미국이 “위험한 선례”를 남긴 셈이죠.
미국의 이번 침공은 미·중·러 패권경쟁의 한복판에 낀 한국에도 큰 위기가 될 수 있습니다. 위협을 느낀 북한이 핵무력을 더 강화할 가능성도 커졌고요. 경향신문은 사설에서 “미국의 이번 침공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을 정당화하는 것이자, 대만을 위협하며 동아시아 정세를 불안정하게 하는 중국에 잘못된 신호를 보낸 것”이라며 “한국과 국제사회는 미국의 베네수엘라 침공이 더 큰 혼돈의 시작이 되지 않도록 힘과 지혜를 모아야 한다”고 했습니다. 2026년, 세계는 전에 없던 혼돈 속으로 빠져들고 있습니다.
“하나를 보더라도 입체적으로” 경향신문 뉴스레터 <점선면>의 슬로건입니다. 독자들이 생각해볼 만한 이슈를 점(사실), 선(맥락), 면(관점)으로 분석해 입체적으로 보여드립니다. 매일(월~금) 오전 7시 하루 10분 <점선면>을 읽으면서 ‘생각의 근육’을 키워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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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해람 기자 lenno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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