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4.5일제 시범 도입부터 로드맵까지…정부, 근로시간 단축 가속
노동계 "삶의 질 회복" vs 경영계 "中企 부담 우려"…제도설계가 관건

(세종=뉴스1) 나혜윤 기자 = 정부가 올해 '주4.5일제'를 중심으로 한 근로시간 단축 정책에 본격 착수하면서, 장시간 노동 구조에 변화가 생길지 주목된다. 주4.5일제는 이재명 대통령의 대선 공약이자 국정과제로, 정부는 2030년까지 연간 실노동시간을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 수준인 1700시간대로 낮추겠다는 목표를 제시하고 있다.
다만 임금 유지 가능성, 생산성 저하 우려, 중소기업 부담 문제 등 핵심 쟁점이 여전히 해소되지 않아 제도 안착까지는 상당한 진통이 예상된다.
시범 도입부터 로드맵까지…정부, 근로시간 단축 '단계적 접근'
5일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정부는 올해 근로시간 단축 정책을 '시범 도입–제도 정비–사회적 대화'의 세 갈래로 추진할 방침이다. 2026년도 예산안에는 주4.5일제 도입을 뒷받침하기 위한 시범사업 예산 324억 원이 반영됐다. 구체적으로는 '워라밸+4.5 프로젝트' 시범사업과 주4.5일제 특화 컨설팅, 육아기 10시 출근제 지원 사업 등이 포함됐다. 법정 근로시간을 즉각 손대기보다는 자율 참여 방식으로 현장 적용 가능성을 점검하겠다는 취지다.
정부가 주4.5일제 논의를 공식화한 배경에는 여전히 높은 한국의 노동시간 문제가 있다. 지난해 우리나라의 연간 실노동시간은 1859시간으로, OECD 평균(1742시간)을 100시간 이상 웃돈다. 2018년 처음으로 2000시간 아래로 내려온 이후 감소 흐름은 이어지고 있지만, 주요 선진국과의 격차는 여전히 크다는 평가다.
김영훈 고용노동부 장관도 최근 업무보고에서 "연간 근로시간을 1700시간대로 줄이기 위해 자율적인 주4.5일제 도입을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주4.5일제와 함께 정부가 병행 추진하는 것이 '실노동시간 단축 로드맵'이다. 지난해 9월 출범한 노사정·전문가 협의체인 '실노동시간 단축 로드맵 추진단'은 약 3개월간의 논의를 거쳐 근로시간 단축의 제도적 기반을 단계적으로 정비하겠다는 방향을 제시했다.
추진단은 지난달 30일 실노동시간 단축을 국가적 과제로 공식화하며 공동선언에 나섰고, 핵심 과제로 △근무시간 외 불필요한 업무지시 제한(이른바 '응답하지 않을 권리') △포괄임금제 오남용 방지 △연차휴가 활성화 △실근로시간단축지원법 제정 등을 제시했다.
특히 '응답하지 않을 권리'와 반차 제도의 법제화는 상징성이 크다는 평가다. 그동안 근무시간 외 업무 지시는 관행의 영역에 머물렀고, 반차 역시 기업 자율에 맡겨져 왔다. 정부는 이를 법으로 명문화해 실질적인 휴식권을 보장하겠다는 구상이다. 노동부는 올해 상반기 중 관련 입법을 추진해 근로시간 관리 체계를 정비하겠다는 입장이다.
임금·생산성·중소기업 부담…노사 간 간극은 여전
다만 노사 간 시각차는 여전히 뚜렷하다. 노동계는 주4.5일제가 노동자의 건강권과 삶의 질 회복을 위한 최소한의 조치라고 주장한다. 장시간 노동이 저출생, 산업재해, 노동자 건강 악화로 이어지고 있다는 문제의식에서다. 최근 금융권을 중심으로 '금요일 1시간 조기 퇴근제' 등 주4.5일제 유사 모델이 확산되는 점도 긍정적인 신호로 받아들이고 있다.
반면 경영계는 제도 도입에 신중한 입장이다. 한국경영자총협회는 주4.5일제가 기업 경쟁력 약화로 이어질 수 있다고 우려한다. 특히 중소기업과 영세 사업장은 인력 충원이 쉽지 않은 상황에서 근로시간 단축이 곧바로 비용 증가로 연결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경영계는 근로시간 단축보다는 유연근무제 확대와 연장근로 관리 단위 조정 등 '유연성 확보'가 우선돼야 한다는 입장이다.
전문가들 역시 속도 조절이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국회입법조사처는 최근 보고서에서 "주4.5일제 도입의 핵심 쟁점은 임금 삭감 없는 근로시간 단축 가능성"이라며 생산성 향상과 비용 부담 문제에 대한 충분한 검토가 선행돼야 한다고 밝혔다. 주5일제 도입 당시에도 제도 정착까지 상당한 시간이 소요됐던 만큼, 근로시간 체계 전반에 대한 재설계가 필요하다는 분석이다.
결국 올해 주4.5일제 논의의 성패는 제도 도입 자체보다 설계 방식에 달려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일괄적인 법제화보다는 업종·규모별로 적용 가능한 모델을 마련하고, 중소기업 부담을 완화할 지원책을 병행할 수 있을지가 향후 정책 추진의 관건으로 꼽힌다.
freshness410@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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