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격의 아열대’ 강릉 북상…32년 뒤 서울까지 밀고 올라온다
월평균 기온 10도↑ 연간 8개월 넘게 지속
한반도 아열대 지난해 광주, 대구, 강릉까지


2022년 11월 강릉의 날씨는 초가을 같았다. 30일 가운데 11일 동안, 사흘에 하루꼴로 낮 최고기온이 20도를 넘었다. 26.5도(12일)까지 오른 날도 있었다. 2024년에도 ‘따뜻한 11월’이 찾아왔다. 20도를 넘는 날이 9일이나 됐고, 하루도 최저기온이 영하로 내려가지 않았다.
강릉의 11월 평균기온은 2018년 10도를 넘어선 뒤 다시는 그 밑으로 내려가지 않았다. 4월부터 11월까지 8개월간 월평균기온이 10도를 넘는 해가 2025년까지 이어졌다. 미국 지리학자 글렌 트레와다의 기후 지역 분류 기준에서 ‘아열대’에 해당하는 ‘월평균기온이 10도 이상인 달이 연간 8개월 이상인 지역’에 강릉이 포함돼 있는 것이다.
한반도의 아열대권이 2025년 11월 서쪽으로는 광주, 내륙에서는 대구, 동해안에서는 강릉까지 북상한 것으로 나타났다.
한겨레는 ‘기상청 기상자료개방포털’에 공개된 각지의 기상관측 자료를 바탕으로, 최근 50년 사이 한반도 내 아열대권 북상 지도를 그려봤다. 먼저 전국 및 광역 평균자료를 산출하는 62개 관측지점과 제주도 4개 관측지점 등 66개 지점의 1971년 이후 월평균기온 자료를 수집했다. 추세 변화를 잘 포착하기 위해 당해 연도를 포함해 최근 5개년 평균값을 산출했다. 이를 기준으로 월평균기온이 10도 이상인 달의 수를 세어, 연중 8개월 이상인 해가 3년 이상 계속되면 아열대권에 속한 것으로 분류했다.
1975년에는 아열대권이 제주도와 부산, 경남 통영에 머물렀다. 제주도는 가장 오래된 관측자료가 있는 1927년 이전 이미 아열대권에 속해 있었다. 부산은 1927년, 통영은 1972년부터 속한 것으로 나타났다.
1976년부터 2000년 사이 전남 완도(1977)·여수(1978)·목포(1986), 경남 창원(1989), 경북 포항(1990), 경남 거제(1990)·남해(1990), 울산(1997)이 아열대권에 추가됐다.
2001년부터 2025년 사이엔 광주(2018)와 전남 고흥(2023)이 추가됐다. 경북에서도 경계가 북상해 영덕(2022)·울진(2022), 그리고 대구(2023)가 아열대권에 속하게 됐다. 강원도에서는 강릉(2021)이 처음으로 아열대권에 포함됐다.
아열대권에 포함할 수는 없지만, 월평균기온이 10도를 넘는 달이 8개월인 해가 최근 5년 가운데 2~3년인 ‘아열대 경계선 지역’으로는 전남 해남, 전북 정읍·부안·군산, 경남 진주, 충남 보령, 충북 청주, 강원 속초가 꼽혔다.
강릉보다 약 50㎞북쪽에 있는 속초는 월평균기온 10도 이상인 달이 8개월인 해가 2024년부터 2년 연속 이어졌다. 5년 평균값이 아닌 당해 연도 평균기온으로는 8개월인 달이 최근 5년 가운데 3년이었다. 2026년에도 같은 흐름이 이어지면, 아열대권으로 분류해야 할 지역이다. 이는 동해안 지역이 한반도 내 다른 지역에 견줘 매우 빠른 속도로 따뜻해지고 있음을 보여준다. 실제 부산에서부터 울산, 포항, 영덕·울진을 거쳐 강릉까지 동해안의 아열대권 북상 속도는 세계 추세보다 훨씬 빠른 것으로 나타났다.
강릉의 2021년 연평균기온(14.6도)은 부산의 1971년 연평균기온(13.9도)보다 0.7도 더 높았다. 위도상 거리가 288.6㎞인 부산에서 강릉까지 아열대가 북상하는 데는 50년이 걸렸다. 10년에 57.7㎞ 속도로 북상한 셈이다. 이 속도는 육지와 해양이 모두 존재하는 위도(남위 50도~북위 80도)에서 육지의 기후변화속도(시간에 따른 등온선의 이동)가 10년당 27.4㎞라는 기존 연구 결과(국제학술지 ‘사이언스’에 2011년 실린 ‘해양과 육상 생태계의 기후변화속도’ 논문)에 견줘 2.1배 빠른 것이다.

우리나라에서 4~10월 7개월간 월평균기온이 10도를 넘는 곳이 많다. 10도 이상인 달이 연중 8개월을 넘기느냐는 대개 11월 평균기온이 좌우한다. 여기에는 해수면 온도가 큰 영향을 끼친다. 태백산맥이 찬 북서풍을 차단해주고, 난류의 영향을 받는데다 수심이 깊은 동해가 서해보다 연평균 해수면 온도가 3도 이상 높다. 최영은 건국대 교수(지리학과)는 “(지구온난화 과정에서) 우리나라가 속해 있는 중위도 육지 지역 지표면 기온의 상승폭은 다른 지역보다 1.5~2배 정도 크다”며 “여기에 더해 우리나라는 동해안의 수온이 높아 아열대화가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대구와 광주는 더 남쪽에 있는 경남 진주·밀양, 전남 해남·장흥 등지보다 더 먼저 아열대권에 들어섰다. 이는 열섬 현상으로 기온을 상승시키는 ‘도시화’ 때문으로 분석된다. 최 교수는 “도시화 효과는 최근 40년 동안 우리나라의 온난화 추세를 30~45% 강화시켰다”고 말했다.
1975년부터 2024년 사이 기후변화의 영향에 따른 연평균기온 상승폭을 보면, 우리나라 전국 평균기온은 1.67도 올라 지구 표면온도 상승폭(1.51도, 미국 항공우주국)보다 컸다. 우리나라 안에서는 원주(3.17도), 청주(3.08도), 강릉(2.46도)의 상승폭이 전국 평균을 크게 웃돌았다. 부산은 1.68도, 서울은 2.02도 올랐다. 최근 5년간 서울의 11월 평균기온은 8.7도였다. 1975년 이후 서울의 기온 상승 속도를 고려해 산술적으로 계산해보면, 약 32년 후엔 서울도 아열대권에 속할 수 있다.
물론 트레와다의 분류상 아열대권에 속하게 됐다고 해서 그 지역의 기후나 식생이 전형적인 아열대의 모습으로까지 바뀐 것은 아니다. 통영시가 2004년부터 심은 야자수가 2010년 겨울 한파에 상당수 고사하고, 강릉시가 경포해변에 심었던 야자수를 날이 추워지자 온실로 옮겨야 했던 것은 아열대기후가 뿌리내리기엔 아직 이른 상황임을 보여준다.

‘따뜻하고 살기 좋은 기후대의 확산’과도 큰 거리가 있다. 극한호우와 폭염 등 기상이변이 잦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2025년 7월17일 하루 동안 100년 빈도의 극한호우가 충남 서산, 광주 등 곳곳에서 15건이 발생한 것이 그 사례다. 폭염일수는 1910년대엔 연평균 7.7일이었는데 2020년대 들어 16.9일로 갑절 넘게 늘었다. 6월과 9월에도 폭염이 잦아지고 있다. 가뭄과 이상한파도 자주 발생한다.
김해동 계명대 교수(환경공학과)는 우리나라의 기후가 온대에서 아열대로 변하는 것을 두고 “기존 생태계의 기후적합성이 사라지는 것”이라고 말했다. 사람과 동식물이 오랜 세월 적응해 살아온 온도와 습도 등의 환경이 바뀌게 되는 것이다. 아열대화가 진행되면 전통적으로 뚜렷했던 사계절의 체계가 무너지고 긴 여름과 짧은 겨울이라는 특징의 새로운 기후체계로 전환된다. 이 새로운 기후는 우리 삶에 광범위한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단적인 예로 우리나라와 중국, 일본에서의 주식인 찰기 있는 자포니카 쌀은 주로 온대 기후에서 재배되는데, 아열대로 기후가 바뀌면 거기에 맞는 푸석한 식감의 인디카 쌀을 재배해야 하는 상황이 올 수도 있다. 김 교수는 “기후위기로 인한 아열대화는 ‘비정상의 일상화’”라며 “이런 상황을 뉴노멀로 보고, 국토 관리와 사회 시스템 전반에 대한 사전 대비를 철저히 해나가야 한다”고 말했다.
김규남 정남구 기자 3strings@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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