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룸에서] 대통령 블랙요원이 부른 나비효과
전체 맥락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본문 보기를 권장합니다.
최근 국회의원들의 권력형 갑질 논란은 '정치'라는 강호의 도의가 땅에 떨어진 사실을 여실히 보여준다.
2022년 지방선거 공천 비리 의혹이 불거진 김병기 강선우 의원을 둘러싼 논란들은 의원과 보좌진 간 불신에서 비롯된 일이다.
학생운동 출신 의원들이 많은 민주당에선 보좌진을 운동권 선후배로 꾸리는 일이 흔했다.
보좌진이 김 의원 장남의 직장 업무를 대신 해주거나 차남의 기업 채용 청탁에 관여하는 일은 선을 한참 넘은 것이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갑질 넘어 공천 비리 정황 드러나
靑, 엄정한 대처로 신뢰 회복해야

최근 국회의원들의 권력형 갑질 논란은 '정치'라는 강호의 도의가 땅에 떨어진 사실을 여실히 보여준다. 2022년 지방선거 공천 비리 의혹이 불거진 김병기 강선우 의원을 둘러싼 논란들은 의원과 보좌진 간 불신에서 비롯된 일이다.
정치부 기자 초년병 시절 의원과 보좌진의 관계에 대해 자주 들은 얘기가 있다. 국민의힘은 직장 상사와 부하 개념이라면, 더불어민주당은 동지 개념이라는 말이다. 학생운동 출신 의원들이 많은 민주당에선 보좌진을 운동권 선후배로 꾸리는 일이 흔했다. 선임 보좌관은 의원과 '형·동생 하는 사이'인 경우가 많았다. 의원과 정치에 대한 가치와 목표를 공유한 관계여서 가능한 일이었다.
시대는 변했다. 더 이상 민주당에서도 의원과 보좌진을 동지 관계로 바라보지 않는다. 정계 입문 과정에서 운동권 경력이 '훈장' 역할을 못하게 됐고, 설령 배지를 달아도 보좌진을 운동권 출신으로 꾸릴 수도 없는 환경이 됐다. 급변하는 시대에 맞춰 의정 활동을 하려면 정무 감각보다 전문성을 갖춘 보좌진에 대한 필요가 커진 탓이다.
보좌진의 인식도 변했다. 예전에는 의원과 생사고락을 함께하는 것을 당연시했지만, 이제는 보좌관을 '직업'으로 여긴다. 낙선한 의원의 재기를 함께 도모하는 것은 옛말이 됐다. 구직을 위해 당적을 넘나들거나 대관 업무 담당으로 대기업행을 택하는 일들이 부지기수다.
유독 변하지 않은 건 의원들의 특권 의식이다. 상임위가 바뀌거나 선거에 앞서 지역구 관리가 필요할 때면 보좌진은 언제든 교체할 수 있는 부속품으로 여긴다. 보좌진 채용에 정치의 목적과 가치를 논하는 건 중요하지 않다. 강성 지지층의 눈도장을 찍기 위한 쇼츠 영상 제작에 보좌진을 동원하는 게 여의도 현실이지 않나.
하지만 의원·보좌진 관계를 상사·부하 관계로 여길수록 더욱 선을 지켜야 한다. 보좌진이 김 의원 장남의 직장 업무를 대신 해주거나 차남의 기업 채용 청탁에 관여하는 일은 선을 한참 넘은 것이다. 권력형 갑질을 일삼으면서 동지적 관계나 존경을 바라는 것이야말로 '도둑놈 심보'다. 보좌진 대화방에선 의원과 그 가족에 대한 험담이 오가고 불합리한 지시가 이뤄진 의원과의 통화 녹음이 이뤄진 이유 중 하나다.
김 의원과 보좌진의 불신 관계는 나비효과를 불러왔다. 2022년 지방선거 민주당 서울시당 공천관리위원회 간사였던 김 의원이 강 의원으로부터 강서구 의원 예비후보자에게 1억 원을 받은 사실을 보고받고도 이를 묵인한 정황이 담긴 녹취록이 공개됐다. 이는 2024년 총선 공천에 앞서 '김 의원이 동작구 의원 2명에게서 돈을 받았다가 돌려줬다'는 의혹을 폭로한 이수진 전 의원이 관련 탄원서를 당시 이재명 당대표 측에게 전달했지만, 아무런 조치가 이뤄지지 않았다는 주장까지 재조명됐다. 오히려 공관위에 참여한 김 의원은 단수공천을 받으며 승승장구했다.
문제는 친이재명계인 김 의원이 두 번의 전국선거 공천에 깊이 관여했고, 그 공을 인정받아 '이 대통령의 블랙요원'을 자처하며 당청 간 가교 역할을 해 왔다는 점이다. 국민의힘이 '김병기 특검'을 요구하며 이 대통령까지 겨누고 있는 배경이다. 청와대는 "당이 처리할 일"이라며 강 건너 불구경할 게 아니다. 신뢰를 잃은 정부는 존립할 수 없다. 사태를 엄중히 인식해 도려낼 게 있으면 이참에 잘라내야 한다.
김회경 정치부장 hermes@hankookilbo.com
Copyright © 한국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홀몸 노인 냉장고 채워주던 '야쿠르트 아줌마', 장기 고독사 막았다 | 한국일보
- MB 우군 만들러 갔다가 지적만 받고 돌아온 장동혁 | 한국일보
- 베네수 침공한 트럼프, "통치하며 석유 받겠다" 제국주의 본색 | 한국일보
- 이부진, '서울대 합격' 장남과 NBA 1열서 직관 포착 | 한국일보
- '집단 성폭행' 단역 배우 언니 사망 후 동생도…국민청원 2만명 돌파 | 한국일보
- 이 대통령, 중국 국빈 방문… 3박 4일간 中 권력 1~3순위 만난다 | 한국일보
- [단독] 이혜훈 부부, 20대 유학 시절 '상가 쇼핑'… 십억대 수익에 다운계약서 의혹도 | 한국일보
- “잠 안 와서 먹었는데”… 부모님 위협하는 ‘오래가는 수면제’ | 한국일보
- 마두로 배우자도 체포 왜? '레이디 맥베스'로 불린 베네수 실세 | 한국일보
- [단독] 당대표실로 간 공천 헌금 의혹 탄원서...김병기 셀프 공천이 원인이었다 | 한국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