점심값이 두려운 직장인들 따릉이 타고 전통시장 간다
시장에선 4000원이면 해결돼”
옆회사 구내식당도 매일 긴줄
지난달 30일 오후 12시쯤 찾은 서울 영등포구 영등포중앙시장은 직장인들로 북적였다. 약 2km 떨어진 여의도 직장에서 동료와 함께 차를 운전해 순대국밥집을 찾은 박모(31)씨는 “회사 근처 식당은 점심값이 기본은 1만5000원, 비싸게는 2만~3만원까지 한다”며 “시장은 많아도 1만원이면 한 끼를 든든하게 해결할 수 있어 자주 찾는다”고 했다. 이 시장에선 콩나물비빔밥이 4000원, 잔치국수는 5000원이다.
다음 날 오후 12시 30분 서울 강남구의 영동전통시장도 수십 명의 직장인들이 몰려 대기 줄이 생겼다. 정장을 차려입은 직장인들이 전체 고객의 30%는 돼 보였다. 영등포시장에서 10년 넘게 순대국밥집을 운영하고 있는 서모(47)씨는 “점심시간에 여의도에서 ‘따릉이’(서울시 공공 자전거)를 타고 밥 먹으러 오는 직장인들이 부쩍 늘었다”고 했다.

쌀국수 한 그릇에 1만5000원, 파스타 3만원 하는 시대. 고금리·고물가와 경기 한파가 계속되면서 직장인들이 식비를 아끼려고 점심 시간마다 전통시장이나 주변 구내식당으로 ‘원정 식사’에 나서고 있다. 직장인들은 “회사 인근 음식점에서 밥을 먹으면 ‘식후 커피’까지 예산을 적어도 2만원 이상 잡아야 하는데 월급이 밥값으로 다 나갈 판”이라며 “조금이라도 아끼려 발품을 팔고 있다”고 했다.
직장인들은 비싼 점심값을 줄이려고 주변 구내식당도 찾고 있다. 서울 용산역·청량리역에 있는 코레일 직원 식당은 가격이 7000원(용산역은 6500원) 정도라 점심시간만 되면 인근 직장인들로 북적인다. 밥과 국이 기본으로 나오고 두부찜, 깍두기, 숙주나물 등 반찬 3개 정도가 매일 바뀐다. 김치찌개, 돈가스, 두부조림, 오징어젓갈 등 매일 메뉴가 바뀌는 서울 중구 코리아나호텔 구내식당도 도심 직장인들의 ‘성지’로 꼽힌다. 소셜미디어에선 “합리적 가격에 든든하게 한 끼 먹을 수 있다”는 구내식당 체험 후기가 이어지고 있다.
간편 결제 서비스 업체 NHN페이코에 따르면 작년 상반기 수도권 주요 업무 지구 12곳의 직장인 평균 점심값은 1만1583원이었다. 특히 강남(1만4000원), 여의도·서초(각 1만3000원) 등은 평균보다 2000~3000원 비쌌다. 점심값이 가장 비싼 곳은 대기업 본사가 밀집한 삼성동(1만5000원)이었다.
이은희 인하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전통시장이나 구내식당 음식들은 가심비(가격 대비 심리적 만족도)가 높은 편”이라며 “색다른 분위기에서 식사할 수 있는 것도 젊은 직장인들을 끌어들이는 비결”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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