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통장이 간다] ① 고성군 현내면 명파리 이장 김남명
휴식권 보장 시간대 조정 주문
민통선 스마트 출입 체계 구축
절차 간소화 고질적 인력난 해소
금강산 관광 중단 17년 ‘존폐 기로’
민통선 내 농경지·유휴지 활용 등
명파리 생존 ‘특단 조치’ 요구
김남명 이장 “ 평화경제 특구 지정
망망대해 속 등대 기대감 높아”
지방의 위기다. 저출생·고령화, 청년층 유출, 일자리 부족 등으로 인한 인구 감소와 지역 소멸 위험이 그 어느때보다 심화되고 있다. 시군 마다 빈집 증가, 청년층 유출, 고령화로 지방의 활력이 급격히 저하되는 공동화 현상을 빚고 있다. 일부 지역은 행정통합, 첨단산업 육성, 생활 인구 개념 도입 등 자구책을 모색 중이지만 근본적 해결을 위해서는 일자리, 주거, 교육 등 종합적 정책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많다. 지방의 위기를 가속화하는 양질의 일자리 부족, 생활 인프라 미흡, 수도권 집중 심화가 단 시일내에 개선될 과제가 아니라면, 지역의 핵심 사업에 대한 진단과 정책적 지원은 하루라도 빨리 해결돼야 한다. 이에 본지는 행정의 최일선에서 지역을 지키며 동분서주하고 있는 이통장들이 직접 현장에 달려가 소멸위기 극복과 지역경제 활성화를 위해 시급히 해결해야할 지역의 현안을 진단하는 연중기획 ‘2026 세이브 로컬 리포트-이통장이 간다’를 기획했다.

폐교에 적막강산…들리는 건 포사격 소리
“쇠락하는 접경지 특구로 70년 사슬 풀어야”
최동북단 접경지이자 금강산 관광 출발 마을인 고성군 현내면 명파리를 50년째 지켜오고 있는 김남명(51) 명파이장은 새해에는 남북평화 프로세스가 잘 진행돼 ‘평화가 경제’라는 공식이 현실화하기를 소원했다.

마을과 400m 직선거리에서 실시되는 자주포 사격이 오후 6시 30분부터 10시까지 이어지면서 가뜩이나 금강산 관광 중단으로 인해 적막강산인 명파리를 뒤흔들고 있다며 접경지 주민들의 일상을 고려한 시간대 조정을 강하게 요청했다.
희망찬 새해를 맞았지만 인적마저 끊긴 명파리 사거리에서 만난 김 이장은 “주민들이 올해는 남북관계 개선 기대감이 어느 때보다 높은데, 잠잘 시간이면 쏴대는 자주포 사격으로 창문까지 흔들려 스트레스에 더해 트라우마까지 안고 있다”고 하소연했다.
140세대 240명의 주민들 중 65세 이상 노인인구가 절반을 넘는 초고령화 마을에서 행해지는 사격 소음은 고질 민원으로 고스란히 김남명 이장의 몫이다. 지난밤 사격이 이뤄지고 나면, 마을 노인들은 어김없이 새벽부터 그를 찾아와 “어쩔 수 없이 사격을 해야 한다면, 이장이 국방부에 요청해서라도 시간대를 옮겨 달라”고 간청하곤 돌아간다.
접경지 마을의 골치 아픈 민원은 이뿐만이 아니다. 봄·여름·가을 영농철에는 일손이 부족해 자원봉사자나 외국인 근로자들이 농경지를 찾을 때면, 출입 절차가 복잡해 대부분 이곳에서의 영농 지원을 꺼린다.
이에 김 이장은 서약서 작성을 비롯해 민통선 내 출입 절차 간소화를 요구하고 있다.
“원주민들은 오랜 출입으로 통관 절차가 간단하지만, 외부 일손들은 서약서 작성부터 시간이 많이 걸리는 만큼, 새해에는 정말이지 스마트 시대에 걸맞게 간소화해 주시길 간청합니다.”
2008년 금강산 관광 중단 후 17년째 쇠락의 길을 걷고 있는 명파리는 당시 10곳에 이르던 식당이 달랑 ‘평양면옥’ 1곳만 간신히 유지하고 있는 데다, 잡화를 살 수 있는 마을슈퍼도 ‘금강산 슈퍼’ 1곳만 운영될 정도로 마을 자체가 존폐의 기로에 내몰리고 있다.
최악의 상황에서 마을 이장을 맡은 그는 새 정부가 들어서 ‘특별한 희생엔 특별한 보상’을 슬로건으로 내걸면서 망망대해서 등대를 발견하듯 그동안 말없이 굳게 닫았던 마음의 문을 조금씩 열기 시작했다.
“정부에서 평화경제특구를 확대해 지정하겠다는 소식을 듣고는 정말 한 줄기 빛을 보듯, 주민들의 기대감이 높아지고 있어요. 접경지 주민들도 입에 풀칠하는 걸 넘어 정말 대한민국 국민으로 풍요롭게 살아봐야 하지 않겠습니까?”

특히, 소멸 위기 지역 중 최상위에 속하는 명파리를 되살리기 위해서는 새로운 주민 소득원이 절실하지만 금강산 관광 중단 후 장기 침체와 고강도 규제에 묶여 경쟁력을 잃은 지 오래다.
이에 따라 김남명 이장은 새 정부의 친환경 에너지 정책에 발맞춰 새해에는 정부 차원에서 민통선 내 농경지와 유휴지를 활용한 태양광 발전 사업이 가능하도록 규제 개혁에 나서 주기를 고대하고 있다.
그는 “명파리가 마을 공동체라고는 하지만, 금강산 관광 중단 후부터 할 수 있는 사업들이 전무하다”며 “정부가 국방부를 움직여서라도 명파리 주민들이 스스로 자립할 수 있도록 민통선 내 절대농지와 유휴지를 활용한 친환경 대체 사업 지원에 나서 달라”고 요청했다.
김 이장은 70년을 통제 속에서 어렵게 살아온 주민들의 삶을 조금이나마 이해한다면, 군사 작전상 큰 문제가 되지 않는 선에서 주민들의 생활 숙원이 이뤄지기를 간곡하게 부탁한다고 덧붙였다.
하루에도 몇 번이고 매일 걷는 명파리 사거리에 나와 보행기에 의지한 채 겨울 볕이 좋은 금강산 슈퍼 처마 밑에서 세월을 음미하는 어르신들을 볼 때면, 그는 지난해 자신이 다니던 초등학교 명파분교장이 폐교되면서 그나마 간직했던 유년 시절의 낭만과 추억도 서서히 사라지고 있다는 사실에 마음이 더욱 아리다.
그에게 고향 명파리 지키기는 숙명이다. 현재 쇠락하고 있지만 포기만은 절대 있을 수 없다는 김남명 이장은 최동북단 접경지 마을까지 기적소리를 울리기 위해 건설 중인 동해북부선 철도를 위안 삼아 오늘도 엄동설한의 차디찬 겨울바람에 맞서며 인적이 뚝 끊긴 민통선을 쉼 없이 오간다. 김주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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