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요마당] 강원도 폐교 ‘시니어 플랫폼’으로 거듭나야

홍지수 2026. 1. 5. 00:07
음성재생 설정 이동 통신망에서 음성 재생 시 데이터 요금이 발생할 수 있습니다. 글자 수 10,000자 초과 시 일부만 음성으로 제공합니다.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 홍지수 춘천번개시장상인회장

강원도 농어촌에서는 폐교가 빠르게 늘고 있다. 2024년 기준 도내 폐교는 207곳, 향후 5년 안에 30곳 이상이 추가로 문을 닫을 것으로 전망된다. 학교는 지역 공동체의 중심이기 때문에, 학교가 사라지면 마을의 활력이 급격히 떨어진다. 이는 전통시장에서 한 점포가 문을 닫으면 상권 전체의 체온이 내려가는 것과 같은 원리다. 현장에서 상권의 생멸을 지켜봐 온 필자는 이 문제를 결코 가볍게 볼 수 없다.

그동안 폐교 해결을 위해 다양한 정책이 시도됐지만, ‘학생 수 증가’만을 전제로 한 접근은 현실적 한계를 드러냈다. 농어촌 유학 프로그램 역시 의미 있는 시도지만, 폐교 재개교 수준의 인구 변화를 만들기에는 역부족이다. 실제로 폐교 활용 사업의 상당수가 3년 내 중단되거나 다시 방치되는 사례가 반복되고 있다.

이제는 다른 접근이 필요하다. 현장에서 얻은 결론은 명확하다. 건물을 살리는 것은 건축이 아니라 사람이 모이는 구조다. 전통시장에서 월 2회 꾸준히 찾아오는 고객층이 생기면 매출이 안정되고, 그 안정이 다시 상권의 질을 높인다. 폐교도 똑같은 원리에서 벗어나지 않는다.

해답은 경험과 참여 의지가 높은 시니어 층에서 찾을 수 있다. 귀촌 인구의 절반 이상이 50대 이상이며, 지역 활동에 장기적으로 참여하는 집단 역시 시니어다. 그러나 기존 폐교 활용은 이들을 ‘정주 인구’로 전제했다는 근본적 문제가 있다. 폐교는 숙박 인프라가 부족하고, 오랜 방치로 보수 비용이 막대하다. 주소지를 옮겨 생활 기반을 이동하라는 방식은 시니어에게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

따라서 폐교 활용의 핵심은 정주형 모델이 아니라 단기·순환형 체류 플랫폼이다. 생활 기반은 도시 그대로 두고, 배우고 활동하는 공간으로 농촌을 활용하는 방식이다. 장기 정주는 어렵지만 3~5일 단기 프로그램은 참여할 수 있고, 월 2회 프로젝트 활동이나 계절별 교육 과정 역시 충분히 가능하다.

이 모델은 경제적 타당성도 높다. 폐교 내부에 대규모 숙박시설을 조성할 필요가 없어 초기 투자 부담이 낮다.

첫째, 지역 숙박 인프라와의 연계가 가능하다. 빈집, 민박, 펜션 등을 활용하면 시니어 체류가 곧 마을 경제 매출로 이어진다. 둘째, 식사는 지역 농산물 기반의 식당·협동조합과 연결하면 자연스럽게 지역 소비가 증가한다. 셋째, 고랭지 농업기술, 산림 체험, 전통 식문화 등 강원도의 자연·생활 기반을 활용한 교육 콘텐츠는 도시 시니어에게 강한 동기부여를 제공한다. 핵심은 ‘단순 체험’이 아닌 ‘성취 중심의 배움’이다. 넷째, 농어촌 유학생들과의 세대 교류를 통해 폐교가 지역 교육의 새로운 플랫폼이 될 수 있다. 시니어는 생활기술과 지혜를 전하고, 학생은 디지털 역량을 공유하는 상호 교육 구조가 가능하다. 이때 시니어는 봉사자가 아니라 경험을 제공하는 파트너로 대우받아야 한다.

강원도 교육청은 폐교 활용을 ‘교육 목적 확대’로 해석할 수 있도록 조례와 감사 규정을 정비해 제도적 유연성을 확보해야 한다. 안전과 책임 구조를 체험학습 수준으로 명확하게 설계해 운영 부담을 줄여야 하는 방안도 필요하다. 대규모 리모델링보다 최소한의 안전 보강 중심의 선택·집중 전략이 우선된다. 예산 20억 원을 한 곳에 투입하기보다 5개 폐교에 각 4억 원씩 나누어 투자하는 방식이 현실적이다. 2026년 3~5개교를 시범 지정해 운영하고, 1년간의 결과를 바탕으로 확산 여부를 판단하는 것이 좋다.

폐교는 지금 위기의 상징처럼 보이지만, 시니어의 경험·지역의 교육 자산·마을 경제가 만나는 새로운 실험 무대가 될 수 있다. 강원도교육청이 2026년 ‘시니어 중심 단기·순환형 폐교 전환’을 실행한다면, 강원도 농촌 교육의 미래는 전혀 다른 방향으로 열릴 것이다.

 

#시니어 #강원도 #플랫폼 #농어촌 #현실적

Copyright © 강원도민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