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옆자리] 이상한 뮤지컬 ‘비틀쥬스’

김영희 2026. 1. 5. 0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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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해 첫날이면 우리는 어김없이 "새로 시작하자"고 말합니다.

그런데 올해는 이상하게 마음이 새로워지기는커녕 더 텅 빈 느낌이 듭니다.

지나간 해의 상실과 고단함이 아직 몸에 남아 있는데, 달력만 바뀐다고 마음이 말끔해질 리는 없었죠.

최근 관람했던 뮤지컬 '비틀쥬스'는 그 연결의 감각을 참 잘 말하고 있는 작품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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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뮤지컬 비틀쥬스 포스터. CJ ENM

새해 첫날이면 우리는 어김없이 “새로 시작하자”고 말합니다.

그런데 올해는 이상하게 마음이 새로워지기는커녕 더 텅 빈 느낌이 듭니다. 카운트다운이 끝나고 격려가 지나가니 남는 건 조용한 공허입니다.

새해의 공허함은 사실 가장 많은 사람이 동시에 느끼는 외로움일지도 모릅니다. 모두가 비슷한 말로 서로를 격려하는데, 정작 마음은 제자리인 채로 남아 있는 기분. 한 해가 바뀌었다는 사실이 오히려 제가 놓친 것, 잃은 것, 버티며 지나온 시간들을 또렷하게 드러내게 합니다.

또 어떤 새해에는 응원보다 생존에 가까운 얼굴이 찾아옵니다. 지나간 해의 상실과 고단함이 아직 몸에 남아 있는데, 달력만 바뀐다고 마음이 말끔해질 리는 없었죠. 그래서 새해의 첫날은 종종 다짐보다 확인처럼 느껴집니다. 저는 아직 여기 있고, 여전히 남아 있는 것들을 안고 또 살아가야 한다는 사실을요.

그럼에도 새해가 주는 단 하나의 선물은 있습니다. 외로움을 지운 뒤 다시 살라는 요구가 아니라, 외로움을 안고도 다시 연결될 기회를 건네는 것입니다.

최근 관람했던 뮤지컬 ‘비틀쥬스’는 그 연결의 감각을 참 잘 말하고 있는 작품이었습니다. 유령이 되고도 외로움을 견디지 못해 이승과 저승 사이를 떠도는 비틀쥬스, 그리고 큰 상실 이후 세상에서 더 투명해진 소녀 리디아. 작품은 굉장히 웃기고 요란한데, 이상하게 마음을 찌릅니다.

이 작품이 건네는 메시지는 의외로 담백합니다.

“사는 건 번거로운데, 그럴 만한 가치가 있는 번거로움.” 그리고 “죽었든 살았든 존재한다는 건 결국 외롭다”는 고백입니다.

여기서 중요한 건, 이 말이 교훈처럼 들리지 않는다는 점입니다. 비틀쥬스는 끝까지 시니컬하고 떠들썩하며, 때로는 얄밉기까지 합니다. 그럼에도 어느 순간 그가 보여주는 건 ‘삶을 사랑하라’는 뻔한 선언이 아닙니다. 외로움과 결핍을 가진 채로도 살아가겠다는 태도입니다.

또 다른 주인공 ‘리디아’ 역시 슬픔을 털어내고 환하게 웃는 방향으로 달려가지 않습니다. 대신 자신이 변화한 순간을 인정하고, 그 변화를 붙잡아 줄 관계를 다시 선택합니다. 이 작품이 말하는 회복은 ‘괜찮아지는 것’이 아니라, 괜찮지 않은 채로도 다시 사람 쪽으로 걸어가는 일에 가깝습니다.

그래서 저의 새해의 기분도 이 작품에 더 가깝습니다. 새로워지겠다는 다짐보다, 여전히 남아 있는 것들을 끌어안고 한 발 더 내딛는 것입니다. 올해 우리가 해야 할 건 거창한 결심이 아니라, 이름을 불러주며 계속 연결의 기회를 만드는 것일지도 모릅니다.

뮤지컬 속에서 ‘비틀쥬스’가 이승에서 사람들 눈에 보이기 위해서는 세 번의 호출을 필요로 했듯, 누군가가 무너지지 않기 위해서도 가끔은 반복되는 부름이 필요합니다.

“괜찮아요?”라는 말 한 번, “같이 있어요”라는 말 한 번, “네 얘기 듣고 있어요”라는 확인 한 번. 새해는 그런 세 번의 부름으로 시작해도 충분합니다. 우리 인생은 번거롭지만, 그럴 만한 가치가 있으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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