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주 정진남 시인, 두 번째 시집 발간

이대근 기자 2026. 1. 4. 22: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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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몸이 될 필요까지는 없어요'
첫 시집 이어 8년 만에 발행
정진남 시인

정진남 시인의 두 번째 시집 '한 몸이 될 필요까지는 없어요(사진)'(간드레, 2025.12.31)가 출간됐다.

첫 시집 '성규의 집'(푸른사상, 2017) 이후 8년 만에 출간된 이번 시집은 표제시 '나무 한 그루의 그림자' 외 62편의 시가 5부로 나누어 실려있다.

이번 시집을 부모님과 큰 오빠의 영전에 바친다고 밝힌 시인은 '시인의 말'에서 "나는 죽을 것 같았지만 죽지는 않았다. 시는 살아 움직이는 생물이라 사람을 죽도록 내버려 두지는 않았다. 다시 살게 하였다"며 시의 생명성을 강조하고 있다.

정 시인의 두 번째 시집을 발간한 간드레 출판사는 "이번 시집의 시들은 제대로 된 연애를 시작도 못 해본 사람처럼 서툴러 보이지만, 그는 죽었다 시로 인해 살아 돌아온 사람답게 오랜 시간 숨을 불어넣어 아픔과 불안과 절망에 길든 우리의 삶을 위로한다. 우리의 닫힌 마음은 무늬를 만드는데 집중한 바라봄의 시간으로부터 도착한 뜻밖의 선물을 받고는 조금씩 빗장이 풀려나갈 것이다"고 소개하고 있다.

김진수 문학평론가는 "첫 시집 성규의 집이 생명의 잉태와 탄생을 모티프로 한 축가 혹은 찬가였다면 이번 시집은 소멸과 죽음을 화두로 삼고 있는 일종의 비가로서 이 시집의 화두가 죽음이긴 하지만 그 죽음으로부터 새로운 삶의 에너지를 길어 올릴 수 있게 한 동력이며, 시가 죽을 것 같았던 시인을 다시 살게 한다"고 평가했다.

정진남 시인의 '한 몸이 될 필요까지는 없어요'의 시들은 자기애에 가로막혀 감성(감상)의 소류지(沼溜地)에서 허우적거리거나 대상을 가르고 헤집는 자기 학대를 일삼는 대신, 사랑의 심상을 하나씩 포개 놓는 데 정성을 모은다.

그것들이 투명해질 때까지, 수없이 다독이고 어루만져 하나의 무늬가 드러나기를 기다린다. 제대로 된 연애를 시작도 못 해본 사람처럼 서툴러 보이지만, 그는 죽었다 시로 인해 살아 돌아온 사람답게 오랜 시간 숨을 불어넣어 아픔과 불안과 절망에 길든 우리의 삶을 위로한다. 우리의 닫힌 마음은 무늬를 만드는데 집중한 바라봄의 시간으로부터 도착한 뜻밖의 선물을 받고는 조금씩 빗장이 풀려나갈 것이다.

시집 전체를 지배하는 시인의 정조는 어찌할 수 없는 삶의 쓸쓸함과 외로움에 대한 난감함의 감정인 듯하다. 시집이 지금은 이 지상에 거주하고 있지 않은 '부모님과 큰오빠의 영전'에 바쳐진 헌사들이라는 점을 고려한다면, 이러한 감정은 그리 놀랄 만한 것도 아니다.
사랑하는 이들이 떠난 이 지상의 삶이 그렇지 않다면 그것이야말로 이상한 일이겠다. 삶은 생명의 탄생으로부터 죽음이라는 사건까지의 사이에 존재한다. 시인의 표현대로라면 "탄생과 죽음 사이의 허공"을 우리는 산다. 유한 자로서 우리 존재의 운명이다. 그 '사이'에서 모든 존재는 "음악을 타듯 삶을 탄다, 다 탈 때까지 불태운다". 이 '사이'를 무엇으로 어떻게 채우느냐 하는 문제가 존재의 관건이 된다.

생명은 사랑과 더불어 탄생한다. 주체와 타자, 너와 나의 관계 속에 사랑과 공감이 없다면 어떠한 생명의 탄생도 가능하지 않다. 모든 사랑의 진정한 힘은, 그것이 몸의 일이든 마음의 일이든, 새로운 생명의 탄생에 있다. 그렇기에 사랑은 불멸의 꿈이다. 우리는 마음과 마음의 '공감'이 낳은 이 생명을 시라고도 하고 또 아름다움이라고도 한다.
유한자로서 우리 존재는 사라지지만, 삼라만상을 결합시키는 힘으로서의 사랑은 죽지 않는다. 그리고, 살아 숨 쉬는 생명으로서 우리는 사랑과 시를 산다. (문학평론가 김진수의 해설 중에서)

출판사 간드레는 시에 있어서 일가를 이룬 이윤학 시인의 독립 출판사이다. 한국일보 신춘문예로 등단한 이윤학 시인은 시집 '먼지의 집' '붉은 열매를 가진 적이 있다' '나를 위해 울어주는 버드나무' '아픈 곳에 자꾸 손이 간다' '꽃 막대기와 꽃뱀과 소녀와' 등 11권, 장편동화 '왕따'  '샘 괴롭히기 프로젝트' '나 엄마 딸 맞아?', 산문집 '시를 써봐도 모자란 당신', 소설 '우리가 사랑한 천국' 등을 펴냈고, 김수영문학상, 동국문학상, 불교문예 작품상, 지훈문학상, 김동명문학상을 수상했다.

한편 정진남 시인은 국립 경상대학교 국어국문학과, 고려대학교 대학원 문학예술학과를 졸업하고, 전 진주여성민우회 대표, 경남문협, 진주문협, 경남 시인협회, 진주여성문인회 회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한 몸이 될 필요까지는 없어요' 책 표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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