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토마' 질주, 고삐 쥔 '기수'가 관건이다

김중걸 기자 2026. 1. 4. 22: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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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중걸 편집위원

2026년 병오년(丙午年) 새해가 밝았다. 지혜와 풍요를 상징했던 푸른뱀의 해 2025년을 뒤로하고, 우리는 희망과 전진, 상승의 기운을 품은 붉은 말의 해를 맞았다. 말은 멈추지 않는다. 단단한 말굽으로 땅을 박차고, 거친 숨결 속에서도 앞을 향해 달린다. 병오년은 그런 말처럼 양(陽)의 기운이 충만한 해다. 주저앉았던 사회가 다시 일어서고, 멈춰 섰던 국가의 시계가 재차 움직이길 기대하게 만든다.

그러나 말의 질주는 방향이 있을 때 비로소 의미를 갖는다. 고삐를 쥔 이의 의지와 책임이 없다면 빠른 속도는 곧 위험이 된다. 우리는 지난 한 해 동안 크고 작은 갈등과 분열, 무책임한 언어로 서로를 소모시켜 왔다. 새해의 출발선에 선 지금, 더 이상 힘을 허공에 낭비할 여유는 없다. 각자의 자리에서 견마지로(犬馬之勞)의 자세로 땀 흘리되, 공정과 상식이라는 고삐로 공동체의 진로를 바로잡아야 할 때다.

말은 우리 민족에게 단순한 가축이 아니었다. 말을 타던 민족은 늘 속도와 정보를 지배했고, 변화의 최전선에 서 있었다. 말은 문명을 이동시키는 수단이었고, 시대를 돌파하는 힘이었다. 오늘날 디지털과 정보의 시대 역시 다르지 않다. 병오년의 붉은 말은 과거의 상징이 아니라, 미래 경쟁력 그 자체다.

그 중심에는 단연 인공지능(AI)이 있다. 2026년 역시 정치·경제·산업·문화 전반을 관통하는 최대 화두는 AI다. 국내 10대 그룹 신년사에서 가장 많이 언급된 키워드가 AI였다는 사실은 이를 단적으로 보여준다. AI는 더 이상 특정 산업의 기술이 아니라, 사회 전체의 사고방식과 의사결정 구조를 바꾸는 새로운 문명 언어가 됐다. 기업은 AI를 통해 경쟁력을 재편하고, 국가는 AI를 통해 행정과 복지를 혁신하며, 개인은 AI와 공존하는 삶의 방식을 배워야 하는 시대에 들어섰다.

다시금 청와대에서 국정의 문을 연 이재명 대통령 역시 새해 화두로 IT와 국민통합을 강조했다. 신년 인사회에서 AI 로봇이 건넨 인사는 상징적이다. 로봇 '리쿠'는 무대에 올라 허리 숙여 인사한 뒤 "올해는 AI와 사람이 서로를 믿고 동행하며 더 따뜻한 미래로 나아가는 한 해가 되길 바란다"고 말해 큰 박수를 받았다. 기술은 차갑지만, 그것을 사용하는 인간의 선택에 따라 사회를 더 따뜻하게 만들 수도, 더 냉혹하게 만들 수도 있다는 메시지였다. 중요한 것은 기술의 속도가 아니라 그 속도를 어디로 향하게 하느냐다. AI라는 적토마가 분열과 불신의 트랙을 달린다면 사회는 더 거칠어질 뿐이다. 반대로 통합과 상생의 길로 이끈다면 대한민국은 새로운 도약의 고지를 넘을 수 있다.

경제계 또한 새해 적토마처럼 뛰겠다고 다짐했다. 그러나 질주는 출발보다 완주가 중요하다. 앞만 보고 달리다 넘어지면 다시 일어나 끝까지 가는 힘, 그것이 병오년이 우리에게 요구하는 자세다. 정치도, 경제도, 사회도 각자 다른 방향으로 달리는 경주가 아니라 같은 트랙에서 함께 달려야 한다. 속도 경쟁이 아니라 신뢰 경쟁, 힘겨루기가 아니라 협력의 경주가 필요한 이유다.

2026년 붉은 말의 해는 말(馬)이 달리고, 말(言)한 대로 이뤄지는 해가 되어야 한다. 갈등의 언어 대신 통합의 언어를 선택하고, 분열의 속도 대신 신뢰의 속도를 높일 때 적토마의 질주는 대한민국의 도약으로 이어질 것이다. 새해, 힘차게 달리되 끝까지 완주하는 한 해가 되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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