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트북] 유행을 거부할 용기

매년 연말엔 결산을 하고, 새해엔 다양한 다짐을 한다.
‘2025 연말 결산’이라는 제목의 영상들이 지난 한 주 알고리즘을 뜨겁게 달궜다. 영화, 드라마, 책, 노래 심지어 밈(meme)까지 한 해 ‘꼭’ 경험해야 했을 콘텐츠들이 즐비하게 소개됐다.
아는 내용이 나올 때마다 반가웠지만, 낯선 이름을 접할 때마다 소외감을 느낀다. 내가 얼마나 유행에 뒤처졌나를 느끼게 하는 대목이다.
인공지능(AI) 기술의 변화가 상상 이상으로 빠르게 발전하듯이 유행도 순식간에 변화한다. 최근 영화의 흥행 성적은 개봉 첫 주 관객 수가 결정하며 입소문을 타지 않으면 3주 안에 극장에서 내려간다. “흑백요리사 시즌2 봤어”라는 친구의 물음에 “아니”라고 답하는 순간 대화 흐름이 끊긴다.
김난도 서울대학교 명예교수가 쓴 ‘2026 트렌드 코리아’에 ‘제로클릭’(Zero-Click)이 올해 키워드로 꼽혔다. 제로클릭이란 사용자가 콘텐츠를 검색하고 클릭하는 과정조차 생략되는 현상을 의미한다. 인공지능이 사용자의 의도를 미리 파악해 검색 없이도 최적의 결과를 바로 제공하는 서비스가 보편화될 것으로 전망했다.
우리의 지향점은 어디로 가고 있을까라고 생각해 본다. 너도나도 접한 유행이 주류를 넘어 보편으로 인식되며 조회수나 리뷰가 적으면 시청하지 않고, 검증된 이야기들을 찾아보는 세상으로 변화하고 있다. 최근엔 저널리즘 분야까지 포털의 알고리즘이 추천한 기사들이 메인을 장식한다.
다시, 새해엔 다짐을 한다. 때론 비주류로 살아도 괜찮을 것 같다는 원칙을 세운다.
AI가 추천하지 않는 나만의 콘텐츠 세상을 구축해 볼 계획이다. 낯선 유행에 소외감 대신 안정감을 느끼고 싶다.
알고리즘을 피할 수 없지만, 거부할 수는 있다. 내가 모르는 분야를 직접 찾아보고 검색해 접하는 데에 시간을 할애하겠다는 결심을 한다.
/고건 사회부 기자 gogosing@kyeongi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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