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신년 기획 어젠다 2] 백화점·복합쇼핑몰, 광주에서 왜 커지나
무산된 신세계 확장, 대전 성공 후 전략 재정비
체험·복합·프리미엄 중심으로 유통 지도 재편
상권 쏠림·역외유출 과제…상생 해법 병행 필요

고물가와 경기 둔화 속에서도 광주 지역 유통업계가 다시 몸집을 키우고 있다. 소비 위축이 장기화되고 있다는 통념과 달리, 주요 유통업체들이 광주에서 점포 확장과 리뉴얼, 대형 프로젝트에 잇따라 투자하면서다. 업계에서는 이를 두고 "광주 소비시장이 여전히 잠재력을 갖고 있다"는 신호로 해석하는 반면, 일각에서는 "선택과 집중이 극대화된 결과"라는 신중론도 제기된다.
광주 유통가의 변화는 최근 추진 중인 대형 프로젝트에서 뚜렷하게 드러난다. 북구 임동 옛 전방·일신방직 부지에는 현대백화점그룹의 '더현대 광주'가 착공에 들어갔고, 서구 광천동 터미널 부지 일대에서는 신세계백화점이 기존 점포를 확장하는 '더 그레이트 광주' 사업을 추진 중이다. 어등산관광단지에서는 신세계프라퍼티가 관광·레저·쇼핑을 결합한 '그랜드 스타필드 광주' 조성을 준비하고 있다. 이처럼 대형 유통 프로젝트가 동시에 진행되는 것은 이례적이라는 평가다.

광주 투자 흐름을 이해하는 데 중요한 장면은 신세계의 과거 확장 무산이다. 신세계는 2015년 복합쇼핑몰·백화점·특급호텔을 포함한 대형 확장 계획을 발표했지만, 상인단체와 지역 정치권 반대, 인허가 과정 지연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하며 결국 추진되지 못했다. 이후 신세계는 투자 방향을 대전으로 선회했고, 2021년 문을 연 대전 신세계 백화점은 개점 4년 만에 연매출 1조원을 돌파하며 상징적인 성과를 기록했다. 이 사례는 유통 대기업이 광주를 다시 바라보는 전략을 세우는 과정에서 중요한 참고점이 됐다는 평가가 뒤따른다.
그렇다면 왜 지금, 다시 광주일까. 업계가 주목하는 변화는 소비의 '양'이 아니라 '질'이다. 전체 소비 규모는 정체돼 있지만, 외출·체험·여가 중심 소비는 견조하게 유지되고 있다. 단순 구매보다 식음료(F&B), 전시·문화, 체험형 콘텐츠를 한 번에 즐길 수 있는 공간 선호가 높아지면서, 백화점과 복합쇼핑몰이 다시 '오프라인 플랫폼'으로 재정의되고 있는 것이다.
실제로 최근 유통 전략은 과거와 확연히 다르다. 매출 중심 운영에서 벗어나 체험형 매장, 지역 특화 콘텐츠, 프리미엄 브랜드 유치에 공을 들이고 있다. 백화점은 명품·하이엔드 브랜드를 확대해 체류 시간을 늘리고, 복합쇼핑몰은 식품 매장과 문화행사, 가족 단위 체험 공간을 결합하며 '싸게 사는 공간'에서 '시간을 보내는 공간'으로 변신을 꾀한다.
광주의 지역적 특성도 이러한 흐름을 뒷받침한다. 수도권에 비해 대체 소비 공간이 제한적이고, 인근 전남권 수요까지 흡수하는 광역 거점 도시라는 점이 대형 투자와 맞물리며 경쟁력을 높인다. 동시에 온라인 쇼핑이 빠르게 성장했지만, 체험·여가·외식 수요까지 대체하기에는 여전히 한계가 있다는 점도 오프라인 투자에 힘을 싣는 요인으로 꼽힌다.
그러나 확장이 곧 지역경제 전반의 활력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라는 지적도 적지 않다. 대형 유통시설이 늘어나면 기존 상권과의 경쟁이 심화되고, 소비가 특정 거점에 쏠릴 가능성도 커진다. 구도심과 골목상권의 체감 경기가 여전히 부진한 상황에서, 대형 투자 확대가 지역의 '파이'를 키우는지, 아니면 기존 소비를 '이동'시키는지에 대한 평가는 엇갈린다.
전문가들은 지금의 흐름을 '무차별 확장'이 아닌 '선별적 확장 국면'으로 진단한다. 입지와 소비층, 콘텐츠를 정밀하게 분석한 선택적 투자가 이루어지고 있으며, 이 과정에서 광주가 "다시 베팅할 만한 시장"으로 재평가되고 있다는 것이다. 다만 이러한 성과가 지역경제 전반으로 확산되기 위해서는 교통·상권 연계, 지역 브랜드와의 협업, 소상공인과의 상생 프로그램 등 구체적 장치가 병행돼야 한다는 주문이 뒤따른다.
결국 백화점과 복합쇼핑몰의 입점·확장은 단순한 경기 회복 신호라기보다, 변화한 소비 구조에 대한 유통업계의 전략적 대응이라는 데 무게가 실린다. 소비는 줄었지만 사라지지 않았고, 소비의 방식과 장소가 달라졌을 뿐이라는 해석이다. 광주 유통시장의 이 같은 변화가 새로운 성장 동력으로 이어질지, 또 다른 양극화를 낳을지는 향후 운영 방식과 지역 상생 전략에 달려 있다는 지적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정희윤 기자 star@namdo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