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중이온가속기, 기초연구 넘어 응용연구까지… 우주반도체·의료용 방사성의약품까지 확장
희귀동위원소 발견 외 우주반도체 실증 및 의약품 제조 수요
인력·예산 부족으로 빔 서비스 제약… 고에너지 선행 R&D도 난관

“중이온가속기(RAON) 저에너지 구간은 희귀동위원소 발견이라는 기초연구 분야뿐 아니라 우주 반도체, 의료용 방사성의약품 등 응용연구에도 매우 유용한 대형 연구시설으로 쓰이고 있습니다.”
지난달 29일 대전 신동지구 중이온가속기연구소 ISOL(온라인 생성분리) 시스템 구역에서 만난 이진호(사진) 실험장비부장은 라온의 저에너지 구간에 설치된 가속장치의 효용성에 대해 이같이 말했다.
이 부장의 안내에 따라 엘리베이터를 타고 지하 1층으로 내려가 초저에너지 실험장치가 있는 곳으로 향했다.
지하 10m의 암반지대에 구축된 이 곳에는 희귀동위원소의 정밀한 질량 측정을 위한 ‘질량측정장치’(MMS)와 원자에너지의 초미세 준위 변화와 희귀동위원소의 크기(모양)을 측정하는 ‘동축레이저분광장치’(CLaSsy)가 설치돼 있었다. 두 실험장치는 라온을 통해 생성된 희귀동위원소의 질량, 크기, 모양 등을 정밀 측정해 현재까지 발견되지 않았거나 자연상태에서 존재하지 않는 수명이 짧고 희귀한 동위원소를 찾아내는 셈이다.
이 부장은 “현재 지구상에 1만 여종의 희귀동위원소가 있는 것으로 추정되는 데, 지금까지 3000여종이 발견됐고 나머지 7000여종은 아직 발견되지 않은 상황”이라며 “라온은 아직까지 발견되지 못한 희귀동위원소를 찾아 우주의 생성 및 진화 과정, 물질의 특성 등을 정확히 규명해 기초과학 연구의 새로운 지평을 열 것”이라고 설명했다.
중이온가속기는 양성자에서 우라늄까지 무거운 이온을 매우 빠른 속도로 가속시켜 표적물질에 충돌시켜 새로운 희귀동위원소를 생성해 핵물리 등 첨단 기초과학 연구에 활용하는 거대과학 연구시설이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2011년부터 대전 유성구 신동지구 내 95만2066㎡에 세계 최초로 온라인 생성분리(ISOL)과 비행 생성분리(IF)를 결합한 방식의 중이온가속기를 구축하고 있다.
유준호 중이온가속기연구소 연구협력팀장은 “해외 중이온가속기는 ISOL 또는 IF 중 한 가지 방식만을 사용하는 반면 라온은 ISOL 방식을 통해 생성한 희귀동위원소를 IF 방식으로 재가속해 더 새롭고 희귀한 동위원소를 발견할 수 있는 시설”이라며 “최대 200메가전자볼트까지 넓은 영역의 빔 에너지를 이용해 다양한 희귀동위원소 생성을 위한 빔 공급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현재 ISOL 방식은 저에너지와 초저에너지 구간에 적용돼 있다. 초저에너지 실험장치 구역을 지나 이온 빔을 높은 에너지로 가속시켜 주는 저에너지 가속구간으로 이동했다. 투박한 직사각형 모양의 초전도 가속모듈(54기)와 주황색의 사극전자석, 복잡한 배선 및 센서 등으로 이뤄진 저에너지 가속 구간의 총길이는 110m에 이른다.
저에너지 가속장치는 극저온 플랜트에서 영하 270도의 초전도 상태로 액체 헬륨을 냉각시킨 후 고주파 전력을 공급해 입사기에서 생성된 빔을 높은 에너지로 가속시켜 다양한 실험장치로 보내주는 핵심 설비다. 초전도 가속관과 극저온 플랜트 등은 중이온가속기연구소가 산업체와 함께 국내 최초·국내 최대 규모로 개발한 성과물들이 집약돼 있다.

중이온가속기연구소는 지난 2023년 저에너지 가속 전체 구간에 걸쳐 빔 시운전을 성공적으로 마치고, 2024년 시범 운영을 통해 5개 과제를 선정해 저에너지 구간 실험장치에 빔을 제공해 왔다.
지난해부터는 핵물리, 우주반도체, 원자력, 원자물리, 의학 등 11개 과제를 선정해 대학과 연구기관, 산업계 등을 대상으로 본격적으로 저에너지 가속구간을 활용한 빔 제공 서비스를 시작했다. 최근에는 우주반도체, 의료용 방사성 의약품 등 응용 연구에 대한 빔 수요가 늘면서 연구 영역을 확장하고 있다.
유 팀장은 “인공위성, 항공기 등에 사용되는 반도체의 경우 우주방사선에 의한 오작동 여부를 필수적으로 확인해야 하는데, 저에너지 가속구간의 빔 시설을 이용해 실증시험을 할 수 있다”며 “시장 규모가 커지고 있는 의료용 방사성 의약품 제조 분야에서도 수요가 지속적으로 확대되고 있다”고 말했다.
다만, 중이온가속기연구소 내부 인력 유출과 예산 부족 등으로 장시간 빔 제공 서비스에 제약을 받고 있으며, 기술적 난제로 인해 2027년까지 예정된 고에너지 가속구간에 대한 선행 R&D를 성공적으로 마칠 수 있을지 장담할 수 없다는 게 업계의 공통된 지적이다.
유 팀장은 “이용자들에게 빔을 제공하기 위해 점심을 거르는 경우가 다반사일 정도로 인력 부족이 심각하고, 예산도 부족하다 보니 인력 수급도 쉽지 않다”며 “올해 1000시간 운영 목표를 달성하는 것도 쉽지 않을 것 같다”고 했다.
글·사진=이준기 기자 bongchu@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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