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역시 같은 길로 접어들 수 있다”?…베네수엘라 사태 정쟁에 악용하는 국힘
‘주권 침탈’ 비판 없이 “남의 나라 일 아니다” 논평

국민의힘이 4일 미국이 니콜라스 마두로 베네수엘라 대통령을 체포한 것을 두고 “베네수엘라의 포퓰리즘이 오늘의 사태로 이어졌다”고 주장했다. 이번 사태로 미국이 베네수엘라의 주권을 침탈했다는 비판이 제기되는 등 국제법 위반 논란이 불거지고 있지만 이를 정쟁으로 이용하기에만 급급한 모양새다.
조용술 국민의힘 대변인은 이날 논평에서 “마두로는 부정선거 논란 속에 재집권하며 국제사회의 고립을 자초했고, 누적된 국민적 분노와 내부 붕괴는 결국 오늘의 사태로 이어졌다”며 “베네수엘라의 몰락은 결코 남의 나라 이야기가 아니다. 과도한 돈 풀기와 권력의 독주, 야권 탄압과 언론 압박이 일상화된다면 대한민국 역시 같은 길로 접어들 수 있다”고 말했다.
나경원 의원은 페이스북에서 “미국의 베네수엘라 공습, 마두로 체포 소식은 대한민국이 가야 할 길과 가지 말아야 할 길을 보여주는 이정표”라며 “오는 6월 지방선거는 대한민국의 생존을 위한 마지막 방파제다. 국제 질서 재편기와 경제 안보 위기 속에서 ‘자유민주주의 대한민국의 길로 갈 것인가’ 아니면 ‘독재와 부패, 고립의 베네수엘라행 급행열차를 탈 것인가’의 갈림길”이라고 했다.
국민의힘은 미국의 무력 체포와 관련해서는 말을 아꼈다. 장동혁 국민의힘 대표는 페이스북에서 “베네수엘라 사태는 국제정세에 많은 변화를 가져올 것”이라면서도 “베네수엘라 사태에 대해 국제법을 거론하며 각자 아전인수식으로 해석할 것이 아니라 베네수엘라 국민의 입장도 고려해야 한다”고 했다.
최보윤 국민의힘 수석대변인은 마두로 대통령 체포와 관련해 미국을 비판하는 목소리가 나오는 것에 대해 당의 입장을 묻자 “어떤 관점을 지금 내는 건 조심스럽다”며 “경제에 관해서는 미국에 대한 관계와 중국에 대한 관계, 여러 현안이 무엇보다 중요한 시점이라 외교적으로 이재명 정부가 신중한 메시지를 내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반면 이준석 개혁신당 대표는 “대한민국에 지금 필요한 것은 무력 사용이 국제 분쟁 해결의 보편적 수단이 되어서는 안 된다는 원칙을 국제사회에 분명히 밝히는 것”이라고 했다. 이 대표는 이날 페이스북에서 “대한민국이 이 원칙을 명확히 하지 않는다면 내일 중국이 대만해협에서, 러시아가 동유럽에서 유사한 논리를 들이밀 때 우리는 아무 말도 할 수 없게 된다”며 이같이 말했다.
그는 “제가 가장 우려하는 것은 이 선례를 지켜보는 다른 강대국들의 오판”이라며 “대한민국 정부가 베네수엘라 체류 교민의 안전 확보에 만전을 기하고, 국제사회에서 긴장 완화의 원칙을 지지하는 능동적이고 주체적인 역할을 수행해 주기를 기대한다”고 했다.
더불어민주당은 국민의힘이 이번 사태를 정치 공세에 이용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백승아 민주당 원내대변인은 서면 브리핑에서 “국민의힘은 ‘대한민국에 대한 경고’라는 황당한 프레임으로 (마두로 체포 사태를) 포장해 대한민국이 베네수엘라가 되지 않도록 막아야 한다고 왜곡하고 있다”며 “베네수엘라의 복합적인 정치·경제적 위기를 현 정부에 대한 공포 조장과 흠집 내기로 연결하는 것은 어불성설”이라 말했다.
이예슬 기자 brightpearl@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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