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의대에 간 시골 소년…"할머니의 아픈 허리 고치고 싶었어요"

장성현 2026. 1. 4. 14:07
자동요약 기사 제목과 주요 문장을 기반으로 자동요약한 결과입니다.
전체 맥락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본문 보기를 권장합니다.

과외나 입시 전문 학원을 찾기 힘든 농촌에서 부모의 지원도 없이 조부모 손에 자란 소년이 의과대에 합격해 화제가 되고 있다.

사교육은 중학교 시절부터 군위읍내에 있는 영어·수학보습학원에 다닌 게 전부다.

"방과 후에 학원을 다녀오면 오후 8~9시쯤 돼요. 좀 쉬고 책을 보다가 자정쯤 잠자리에 들었어요. 주말과 휴일에는 도서관에서 10시간 정도 공부를 했고요. 친구들이 너는 공부도 별로 안하는 것 같은데 어떻게 전교 1등을 하느냐고 묻더라고요."

음성재생 설정 이동 통신망에서 음성 재생 시 데이터 요금이 발생할 수 있습니다. 글자 수 10,000자 초과 시 일부만 음성으로 제공합니다.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군위고 3년 김병헌 군…조부모 품에서 자라며 전교 1등 안놓쳐
사교육은 학원 한 곳이 전부…같은 문제집 반복해서 풀며 개념 익혀
대구 군위고에 다니는 김병헌(19) 군은 올해 입시에서 순천향대 의대에 합격했다. 3형제 중 둘째인 김 군은 9살때부터 조부모와 함께 살았다. 군위군 제공.

과외나 입시 전문 학원을 찾기 힘든 농촌에서 부모의 지원도 없이 조부모 손에 자란 소년이 의과대에 합격해 화제가 되고 있다. 오래 전 TV 드라마나 뉴스에서 봤을 법한 스토리가 현실이 된 셈.

올해 입시에서 순천향대 의과대에 합격한 김병헌(19·군위고) 군의 이야기다.

◆돌아오지 않은 엄마…아이는 일찍 어른이 됐다

다섯 식구가 사는 김 군의 집 안 벽면은 상장들로 빼곡했다. 그 중에서도 중학교 시절부터 전교 1등을 놓치지 않았던 김 군의 이름이 가장 많다.

김 군은 주로 부엌 옆에 딸린 작은 옷방에서 생활한다고 했다. 사방이 옷으로 가득 쌓여 있는 방 가운데에 놓인 뽀로로 그림의 좌식 테이블이 책상이다.

"형과 함께 쓰는 방이 있지만 이 방이 더 따뜻해서 그냥 여기서 공부하고 잠도 자요." 김 군이 쑥스러운 듯 조용히 말했다.

병훈·병헌·병호 3형제가 할아버지, 할머니의 품으로 온 건 10년 전이었다. 경기도 수원에 살던 3형제는 아빠의 예기치 못한 죽음과 만났다. 아내와 불화를 겪던 아빠는 김 군이 다섯 살이던 해에 세상을 떠났다.

엄마는 "취업 면접을 봐야 한다"며 조부모에게 아이들을 맡긴 뒤 다시 돌아오지 않았다. 김 군이 고작 초등학교 2학년이었다.

할아버지 김한영(70) 씨는 보일러 설비업을 그만둔 뒤 산불감시원이나 가축소독요원 등 6개월 단위 공무 계약직으로 일하며 손자들을 돌봤다. 아이들은 일찍 철이 들었다. 또래들이 으레 그렇듯이 뭘 사달라고 조르거나, 밖으로 나돌지도 않았다.

김 군은 말수가 적었다. 질문에는 조용히 생각한 뒤에 대답을 했고, 간간이 미소를 짓는 게 전부였다. 김 군의 집에는 흔한 컴퓨터 한 대 없다. 당연히 온라인 강의도 들어본 적이 없다고 했다. 김 군은 그저 "온라인 강의가 잘 안 맞았다"고 대수롭지 않게 말했다.

◆같은 문제집 반복해서 풀어…수업시간엔 집중

사교육은 중학교 시절부터 군위읍내에 있는 영어·수학보습학원에 다닌 게 전부다. 중학생 시기에는 군위인재양성원에서 수업을 듣기도 했다.

"방과 후에 학원을 다녀오면 오후 8~9시쯤 돼요. 좀 쉬고 책을 보다가 자정쯤 잠자리에 들었어요. 주말과 휴일에는 도서관에서 10시간 정도 공부를 했고요. 친구들이 너는 공부도 별로 안하는 것 같은데 어떻게 전교 1등을 하느냐고 묻더라고요."

다만 수업 시간에는 절대 졸지 않고 집중했고, 방학 기간에는 주요 과목의 다음 학기 학습 내용을 미리 익혀두는 선행 학습을 거듭했다.

김 군은 국어, 수학, 영어, 과학, 사회 등 주요 과목의 문제집을 반복해서 풀었다고 했다. 학습지도 한 종류를 사서 반복해서 공부하는 식이었다. 하루에 두장씩 꼬박꼬박 집중해서 풀고, 문제를 풀면서 개념을 익혔다고.

"학교 수업 진도와 상관없이 제 나름의 진도대로 꾸준히 공부했어요. 문제집 두 장을 풀고 나면 앞에 두 장에 적힌 답은 지우고 다시 반복해서 보는 식으로요."

의사는 김 군이 초등학생 때부터 변치 않았던 꿈이다. 그는 "할머니께서 허리가 아파서 고생을 많이 하셨어요. 그 모습을 보면서 의사가 되어 할머니를 고쳐 드리고 싶다고 생각했어요"라고 말했다.

김 군은 "대학에서 새롭고 낯선 분야를 배우게 돼 설레고 기대가 된다"고 했다. 김 군의 책상 책꽂이에는 이국종 국군대전병원 원장의 '골든아워'가 꽂혀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