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민주당 “베네수 침공, 의회 승인 없는 불법”…공화당도 분열 조짐

정유경 기자 2026. 1. 4. 11: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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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하원 원내대표 “통치 계획 용납 못 해”
3일 미국 플로리다주 팜비치의 마라라고에서 열린 베네수엘라 공습 관련 기자회견에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발언하고 있다. EPA연합뉴스

미국의 베네수엘라 침공과 니콜라스 마두로 대통령 납치를 놓고 미국 민주당은 “의회 승인 없이 이뤄진 불법적이고 무모한 군사 행동”이라며 반발했다. 미국 의회는 이번 작전을 승인한 적 없으며, 사전에 아무런 정보도 알지 못해 ‘의회 패싱’ 논란이 일고 있다.

민주당의 척 슈머 상원 원내대표는 3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베네수엘라 공습 관련 발표 회견 직후에 낸 성명에서 “니콜라스 마두로는 불법 독재자”라면서도 “의회의 승인도 없이, 후속 조치에 대한 믿을만한 계획도 없이 군사행동을 개시하는 것은 무모했다”고 비판했다. 슈머 원내대표는 “트럼프 행정부는 내게 세 차례나 베네수엘라 정권 교체를 추진하거나 군사 행동을 할 계획이 없다고 확언했다. 그들은 미국 국민에게 솔직하지 못했다”며 의회와의 소통 없이 독단적으로 공격이 이뤄졌다고 지적했다.

하킴 제프리스 하원 원내대표도 척 슈머 상원 원내대표와 함께 성명을 내고 “트럼프 대통령이 발표한 베네수엘라 통치 계획은 용납할 수 없다”며 “즉시 8인 위원회(각 당 대표 및 상·하원 정보위원회 위원장·간사 모임)에 브리핑을 제공하고, 다음주 초에는 전체 의원들에게 브리핑을 하라”고 요구했다. 공화당의 존 툰 상원 원내대표는 “법무부의 유효한 영장 집행”이라면서도, “다음주 상원에서 이번 작전에 대한 진전된 브리핑을 받기를 기대한다”고 말해 의회와의 소통이 없었음을 간접적으로 드러냈다.

민주당 상원 정보위원회 부위원장인 마크 워너 상원의원(버지니아주)은 이번 일이 위험한 선례가 될 것을 우려했다. “미국이 범죄 혐의로 외국 지도자를 체포하려 군사력을 사용할 권리를 주장한다면, 중국이 대만 지도부에 대해 같은 권한을 주장할 때 어떻게 막을 수 있겠느냐.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우크라이나 대통령에게 같은 권리를 주장하면 어떻게 되겠느냐. 이 선을 넘으면 세계적 혼란을 억제해 온 규칙들이 무너지기 시작할 것이며, 권위주의 정권들이 가장 먼저 이를 악용할 것이다.”

여러 민주당 의원들이 일제히 비판 목소리를 냈다. 국방 예산을 심사하는 하원 세출소위 민주당 간사 베티 맥컬럼 의원은 “베네수엘라는 미국에 즉각적 안보 위협이 아니다”며 공습 즉각 중단과 하원 소집을 요구했다. 이라크 전쟁 때 복무한 군 출신인 유진 빈드먼 하원의원(버지니아주)은 “지난 20년간 우리는 전쟁은 시작하긴 쉽지만 끝내기 어렵다는 것을 뼈저리게 배웠다”며 “베네수엘라와 전쟁을 시작하는 것은 미국 국민이 원하는 바가 아니며, 미국 우선주의도 아니고, 미국인의 피와 돈을 쏟아부을 가치가 없다”고 비난했다. 에릭 스왈웰 하원의원(캘리포니아주)은 “캘리포니아 주민들의 관심사는 물가를 낮추는 것이다. 베네수엘라와의 불법적인 전쟁을 벌이는 데엔 관심이 없다”고 잘라 말했다.

반면 공화당은 대체로 트럼프 대통령을 지지하며 민주당과 상반된 입장을 드러냈다. 베네수엘라 이민자가 많은 지역구인 플로리다 주에서는 공화당 의원 세 명이 이번 공습을 환영하는 성명을 냈다. 이 지역 출신으로, 민주당 소속인 데비 와서먼 슐츠 의원도 의회 승인 없는 공격을 비판하면서도, “마두로 통치를 피해 도망쳐 온 제 친구·이웃들에겐 반가운 소식”이라고 거들었다.

다만 공화당 내에서도, 미국이 베네수엘라를 통치하겠다고 밝힌 데 대해선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특히 트럼프 대통령의 지지층인 마가(MAGA) 인사들은 미국이 국제 질서를 지킨다는 명목으로 다른 나라에서 전쟁을 벌이는 것을 비판해 왔던 터라 반발이 예상된다. 트럼프 대통령의 지지자였으나 현재는 갈등 관계인 마조리 테일러 그린 공화당 하원의원(조지아주)은 “미국인들은 군 침략과 해외 전쟁 비용을 대는 데 질렸다”며 “마가 지지자들이 끝내려고 투표한 것이 바로 이것이었다. 우린 완전히 잘못 생각했다”고 트럼프 대통령을 비판했다. 공화당의 브라이언 피츠패트릭 하원의원(펜실페이니아주)은 “미국이 통치할 유일한 나라는 미국뿐”이라고 말했다.

정유경 기자 edg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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