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두로 체포에 NYT "명백한 불법" WP "중대한 승리"
NYT "현대적 제국주의의 첫째 희생양"
WP "의심의 여지 없는 전술적 성공작전"
WP 사설엔 "백악관 선전부인가" 비판도
[미디어오늘 박재령 기자]

미국이 베네수엘라를 공습해 마두로 대통령을 체포한 것을 놓고 뉴욕타임스(NYT)와 워싱턴포스트(WP)가 상반된 사설을 냈다. NYT는 “트럼프의 공격은 불법이고 현명하지 못하다”라고 비판했지만 WP는 “의심의 여지 없는 전술적 성공”이라며 “좋은 일(good news)”이라고 평가했다. 이에 WP 독자들은 “백악관이 쓴 선전 문구인 줄 알았다”는 비판적 반응을 보였다.
NYT “아무리 최악이어도, 축출하려 들면 사태 악화”
NYT는 3일(현지시간) 사설에서 부정선거, 독재 등의 행태를 보여온 “마두로에 동정심을 느끼는 사람은 거의 없을 것”이라면서도 “지난 세기 미국이 외교에서 얻은 가장 중요한 교훈은, 아무리 최악의(deplorable) 정권이라도 축출하려 들면 사태를 악화시킬 수 있다는 점”이라고 지적했다.
NYT는 아프가니스탄, 리비아, 이라크 등 미국의 개입이 사실상 실패했던 사례를 나열하며 “트럼프 대통령은 타당한 이유 없이 미국을 국제적 위기로 몰아가고 있다. 미국 헌법은 트럼프 대통령이 반드시 했어야 할 일을 명시하고 있다. '의회에 상정하라', 의회 승인 없이는 그의 행동은 미국 법률을 위반하는 것”이라고 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베네수엘라 공습 전 의회 승인을 거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NYT는 “우리는 트럼프 대통령이 의회의 승인을 구하지 않은 이유를 의회 내 일부 공화당원들조차 그가 이 나라를 이끌고 있는 방향에 대해 깊은 의구심을 품고 있다는 점을 알고 있기 때문이라고 본다”며 “(트럼프의) 베네수엘라 공격은 국제법도 위반했다. 마약 밀수선이라고 일방적으로 주장하며 소형 선박을 폭파시켰고 범죄를 저질렀다는 의혹만으로 사람들을 살해했다. 1949년 제네바 협약과 이후 체결된 모든 주요 인권 조약은 이러한 사법 절차 없는 살해를 금지한다. 미국 법률 역시 마찬가지”라고 했다.
베네수엘라 공습의 대외적 명분은 '마약 소탕'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몇 달간 카리브해에 항공모함 등을 배치하며 마약 운반선으로 보이는 소형 선박들을 공격해왔다. 하지만 NYT는 “베네수엘라는 미국의 마약 문제를 주도하는 펜타닐의 주요 생산국이 아니다. 생산하는 코카인도 대부분 유럽으로 유입된다”라고 지적한 뒤 “트럼프 대통령은 베네수엘라 선박을 공격하는 동안 거대한 마약조직을 운영했던 후안 오를란도 전 온두라스 대통령을 사면했다”라고 비판했다.
베네수엘라 공습의 실제 의도는 남아메리카 지역의 영향력을 확대하기 위한 것으로 풀이되고 있다. NYT는 “베네수엘라는 이 현대적 제국주의의 첫 번째 희생양이 된 것으로 보인다”며 “국제적 정당성이나 합법적 권한, 국내적 지지 없이 일방적으로 (공습을) 추진함으로써 트럼프 대통령은 중국, 러시아 그리고 옆나라를 지배하고자 하는 권위주의자들에게 침략의 명분을 제공하고 있다”라고 했다.
WP “미국 국익에 있어 중대한 승리”
WP는 3일 <베네수엘라의 정의>(Justice in Venezuela)라는 제목의 사설을 냈다. WP는 “전 세계, 특히 베네수엘라 국민들이 독재자 마두로의 몰락을 축하하고 있다”며 “트럼프 대통령이 그를 체포하기로 한 결정은 수년간 대통령들이 취한 가장 대담한 조치 중 하나였으며, 작전 자체는 의심의 여지없는 전술적 성공”이라고 했다.
WP는 “이번 사건은 미국의 군사력, 정보력, 사이버 역량이 세계 최고 수준임을 분명히 상기시켜주었다. 150대 이상의 항공기가 육군 델타 부대의 마두로 대통령 체포 작전을 지원했다”며 “마두로 대통령 부부는 미국으로 송환돼 무기 및 마약 관련 혐의로 재판을 받게 될 예정이다. 일부 미군 병사가 부상당했지만 미국인 사망자는 없었다”라고 했다.

WP는 “이는 미국의 국익에 있어 중대한 승리”라며 “수백만 베네수엘라 국민들이 누가 자신들의 억압자를 지지했는지, 누가 억압자의 축출을 이끌어냈는지 분명히 기억할 것”이라고 했다. 이어 “마두로의 축출은 전 세계의 졸렬한(tin-pot) 독재자들에게 중요한 메시지를 던진다. '트럼프는 약속을 지킨다.' 조 바이든 전 대통령은 베네수엘라에 제재 완화를 약속했지만 마두로 대통령은 이에 부정선거로 응답했다”라고 했다.
이번 공습의 불법 여부는 간략하게만 언급됐다. WP는 “트럼프 행정부는 정보 유출 우려로 입법부 관계자들에 사전 통보하지 않았으며 공습을 '법 집행 조치'로 설명했다. 군대가 광범위가 (베네수엘라에) 개입했다는 것을 고려하면 이는 억지스러운 주장이다. 민주주의의 건전성을 위해 이 결정을 면밀히 검토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라고 했다.
독자들은 이번 WP 사설이 충격적이라는 반응을 보였다. 한 독자는 “이 글은 WP 편집위원회가 쓴 것인가, 아니면 백악관 선전부(White House Ministry of Propaganda)가 쓴 것인가?”라는 댓글을 달았고 4일 기준 홈페이지에서 가장 많은 추천을 받았다. 그 다음으로 추천을 많이 받은 댓글은 “이 트럼프 옹호 사설엔 국제법이나 미국 헌법에 대한 언급이 단 한 마디도 없다. 한때 대통령을 권력 남용으로 끌어내렸던 신문이 새 기록을 세웠다. 정말 부끄러운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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