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정보부에서 제주 4.3까지...신원조사에 각인된 연좌제의 흔적
1967년 출범한 제주대 탐라문화연구원은 제주대학교 최초의 법정연구소라는 위상을 지니고 있다. 특히 학술지 '탐라문화'는 한국학술진흥재단 등재지 선정, 인문사회연구소지원사업선정 등 제주에 대한 연구를 세상을 알리는 중요한 창구 역할을 했다. [제주의소리]는 탐라문화연구원과 함께 '탐라문화' 논문들을 정기적으로 소개한다. 제주를 바라보는 보다 넓은 창이 되길 기대한다. 연재분은 발표된 논문을 요약·정리한 것이다. [편집자 주]
공무원 임명 및 임용 시 인사 검증의 하나인 '신원조사'는 국가안전이나 그에 관련된 업무를 하는 자 및 그 예정자 등의 국가에 대한 충성심, 성실성, 신뢰성을 조사하여 국가의 안전을 확보하고자 하는 인사 보안 정보활동이라 할 수 있다.
정부 수립 전후부터 신원조사등의 사찰 실무는 경찰의 일이었다. 5·16군사정변 이후 경찰의 사찰은 주로 중앙정보부의 지휘를 받게 된다. 1964년 사찰의 업무를 중앙정보부가 정식으로 넘겨 받기 전부터 중정은 무소불위의 권력을 행사하게 된다. 1961년 중앙정보부법이 제정되고, 1964년 3월 10일 정보 및 보안업무 조정·감독규정(대통령령 제1665호)이 제정, 시행됨에 따라 그동안 경찰이 해오던 모든 정보수집, 즉 사찰 업무를 중앙정보부가 관장하게 되었다.
경찰이 해 오던 정보수집과 감시, 사찰의 업무를 중앙정보부로 이관해 감에 따라 (그림 1)에서 보듯이 중앙정보부가 정보수집의 정점에 서게 된다. 어느 시기부터 중앙정보부에서 각 기관으로 시행주체가 이동했는지는 연구가 더 필요한 부분이지만, 군사정권이 무너지고 사회 정치적으로 민주화가 진행되는 과정에서 이뤄졌을 것이다.

군사정권은 정권의 취약성을 방어하고 중앙집중적인 감시체계를 갖추기 위해 중앙정보부를 창설하고 경찰의 권한을 이양받아 신원조사를 총괄하게 된다. 중앙정보부에서 내리는 지침은 보건사회부나 재무부, 문교부, 해양수산부와 같은 중앙부처로 하달되고 이는 다시 각 중앙부처 관할기관의 소관인 국립병원, 각 금융기관, 교육청과 해운항만청으로 전해진다. 관할기관으로 전해진 지침은 더 작은 단위의 소속기관인 각급학교나 지방단위로 보내져 수직적인 관리체계를 형성하게 된다. 1984년 6·25부역자 신원기록 적용 금지를 통보하는 문서는 국가안전기획부의 이름으로 정부 각 부처로 발송된 것으로 보인다. 이번 자료수집에서 확인된 곳으로는 경기도교육청, 경상북도교육위원회, 교육부, 문화관광부, 법무부, 특허청, 해양수산부 등이다. 기록이 더 광범위하게 축적된다면 이 같은 수직관계도가 더 확장된 형태로 나타날 것이다.
수집된 기록 중 신원조사에 대해 언급된 최초의 기록은 1955년에도 공무원 임용자에 대해서 신원조사를 철저히 하도록 지시하는 공문이다. 제주도 총무국장 명의로 남제주군수에게 발송된 문서에는 사상관계를 확인하고 발령하도록 하라는 문구가 선명하다. 당시 제주도의 정세를 고려할 때 4·3사건 종료 직후 혼란스러운 상황에서 관련자의 가족들을 배제하기 위한 문구로 '사상관계 확인'이 사용되었을 가능성이 있다. 이 지시는 이후 연좌제를 적용하기 위한 목적으로 작성된 것으로 추정되는 '형살자 가족 명부'와 '양민 피살자 유가족 조사표' 작성에 영향을 미쳤을 것이다. '사상관계 확인'이라는 문구는 연좌제 적용의 중요한 직접적인 증거로 해석된다. 이 문구는 연좌제가 단순한 신원조사가 아니라, 일상적이고 합법적으로 수행되는 신원조사과정에서 규정이 불분명한 '사상관계'를 철저히 조사하고, 그 결과를 피해자에게 적용하는 방식으로 이루어졌음을 명확하게 보여준다. 따라서 이 문구는 연좌제의 실체를 이해하는 데 핵심적인 역할을 하며, 연좌제가 어떻게 제도적으로 정당화되고 실행되었는지 증명하는 중요한 단서가 된다. 이후 신원조사 축소를 발표하고 신원특이자를 분류하며 연좌제 범위를 설정하는 과정에서 끝까지 살아남는 항목 또한 사상관련자들에 대한 사항들이다.

1971년 대선은 현대사에서 치열하기로 손꼽히는 선거였다. 박정희는 대선 출마를 위해 연좌제 폐지를 공약하며 지침을 발표한다. 공식적으로 연좌제 폐지를 약속했지만 실제로 폐지된 것은 아니었다. 이는 당시 시행된 문서들을 통해서 확인할 수 있다. 연좌제 폐지 공약 이후 '연좌제 폐지 기본 방침'이란 문서가 시달되었다. 이 문서에는 당시까지 신원 조사에서 적용된 '사상 관계'의 실체와 범위가 구체적으로 기록되어 있다. 우선 본인에 대한 신원조사를 함에 있어, 본인에 한정되지 않고 주변 친인척까지 사상관계를 조회하였는데 그 범위가 대단히 광범위했다. 이를 정리한 것이 <표 1>이다. 1971년까지 조사 대상 친인척의 범위를 보면 8촌 이내의 부계혈족과 4촌 이내의 모계혈족, 처의 부모와 배우자는 현재도 쉽게 연상이 되는 관계이다. 하지만 부의 8촌 이내의 부계혈족과 4촌 이내의 모계혈족, 혈족의 배우자, 혈족의 배우자의 혈족, 배우자의 혈족, 배우자의 혈족의 배우자는 어느 선에서 어떻게 연결이 되는지도 한참을 헤아려야 겨우 연결이 되는 정도의 가족관계이다. 이 범위는 신원특이자로 분류되어 연관되어 있는 가족관계임을 인지할 수도 없는 먼 친척의 사상 관계로도 연좌제의 그물에 걸려드는 사람들이 있을 수 있게 촘촘한 그물망을 형성하고 있음을 보여 준다. [②편으로 이어집니다]
참고문헌
권건보, 「신원조사 제도의 문제점과 개선방안」, 법과 사회 제28호, 2005.
김동춘, 권력과 사상통제, 역사 공간, 2024.
총무처, 「신원특이자 임용 질의에 대한 회신」, 1971. 4. 2(문서번호 DA0873254)
재정경제부, 「6·25 부역자 신원 기록 적용금지 통보」, 1984. 10. 13(문서번호 DA1041058)
교육부, 「6·25 부역자 신원 기록 적용금지」, 1984. 11. 1(문서번호 BA0039998)
해양수산부, 「6·25 부역자 신원 기록 적용금지 통보」, 1984. 10. 13(문서번호 DA0167287)
제주도, 「공무원 임용자에 대한 신원조사 철저의 건」, 1955. 7. 21(문서번호 BA0178705)
문교부, 「연좌제 폐지 기본방침」, 1971. 4. 10(문서번호 DA0077315).
제주4·3평화재단, 4·3과 평화 Vol54.55, 2024.
제주4·3연구소, 4·3 재심과 연좌제 창창한 꿈마저 빼앗겨수다, 2023.
제주의 소리, 「부끄러운 '연좌제' 조항 헌법에서 삭제해야」, 2018.03.29.
이 글은 제주대학교 탐라문화연구원 학술지 '탐라문화 제80호(2025)'에 '공식기록물 속에 나타난 4⋅3연좌제'라는 제목으로 실은 논문은 [제주의 소리]에 싣기 위해 정리 요약한 것이다.
정순임
제주대학교 사학과 박사과정, 4.3융합과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