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는 한다면 한다’… 세계 경제, 환율·원유 등 전방위서 ‘마두로 쇼크’ 확산 우려
“美 마두로 체포는 ‘경제 정화’ 작전”
외환 시장 신흥국 리스크 재편 가능성
中, 베네수엘라 차관 회수 불투명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3일(현지시각) 니콜라스 마두로 베네수엘라 대통령을 전격 체포했다. 미국 최정예 군사력을 동원한 이번 작전은 단순한 정권 교체를 넘어, 제재가 실제 물리적 집행으로 이어질 수 있음을 보여준 사건이다.
금융권과 외환시장에서는 신흥국 전반에 걸친 리스크 재산정 가능성이 거론됐다. 이로 인해 안전 자산 선호 현상이 한층 뚜렷해질 전망이다. 원유 선물시장에는 지정학적 프리미엄이 즉각 반영됐다. 특히 베네수엘라를 핵심 원유 공급처로 삼고 있던 중국이 에너지·차관 정책을 어떻게 수정할 지 여부에 시선이 쏠리고 있다.

◇ 美, 제재 실효성 입증… 금융권, 신흥국 자본 흐름 경색 우려
그동안 미국은 국제 사회에서 자금 동결이나 거래 금지 같은 금융 제재를 주로 가했다. 이번에는 국가 수반을 직접 체포해 이송하는 초강수를 뒀다. 이는 제재 회피를 시도해온 국가와 기업들에 보내는 강력한 경고다. 전문가들은 이번 사건으로 인해 글로벌 금융 결제망 내 정치적 리스크 프리미엄이 일제히 상승할 가능성이 크다고 분석했다.
블룸버그는 이번 작전이 이란이나 러시아처럼 현재 미국 제재를 받는 국가들에 간접적인 압박을 가할 것으로 내다봤다. 터키 등 이들 제재 회피를 돕는 제3국 금융기관들 역시 ‘다음 타겟은 우리가 될 수 있다’는 공포에 직면했다. 이런 긴장감은 국제 금융 거래 전반에서 재무·영업·법률·투자 환경에 걸친 실사(due diligence) 비용을 높인다. 제재 대상 국가와 거래할 때 발생하는 보험료, 결제 비용 등 리스크 프리미엄이 상승하기 때문이다.
통상 조사와 검토에 들어가는 부담이 커지면 신흥국으로 향하는 자본 흐름은 크게 위축된다. 전문가들은 베네수엘라 경제 규모는 세계 경제에 영향을 미칠 만큼 크지 않지만, 세계 경제 판을 이끄는 규칙이 확실한 힘의 논리로 굳어졌다는 점에 주목했다. 중기적인 의사결정 환경이 완전히 달라졌다는 의미다.
스페인어권 최대 매체 엘 파이스는 이번 사태를 두고 투자자들이 시장에 미칠 충격에 대비하고 있다고 전했다. 과거 1989년 미국이 파나마 침공을 통해 마누엘 노리에가 독재자를 체포했을 당시 중남미 지역에서는 대규모 자본 유출이 벌어졌다. 금융 리스크도 순간적으로 급증했다. 이번 마두로 체포도 당시와 비슷한 경제적 파장이 있을 수 있다.

◇ 中·베네수엘라 에너지 동맹 붕괴
이번 사태에서 특히 주목할 점은 중국과 베네수엘라 관계다. 마두로 대통령은 체포되기 불과 몇 시간 전, 시진핑 국가주석을 대신해 베네수엘라를 직접 찾은 치우샤오치 중국 라틴아메리카·카리브해 담당 특별대표를 만나 경제 협력 방안을 논의했다. 이 시간은 체포 직전 마지막 공식 외교 일정이 됐다.
미국은 보란 듯이 중국 대표단 방문 직후 작전을 실행해 마두로 신병을 확보했다. 이번 체포는 중국 에너지 안보와 대외 경제 전략에 막대한 손실을 입힌 행위로 풀이된다. 안보 전문 매체 인사이프러스는 “이번 작전이 중국 에너지 공급망 핵심을 정조준했다”고 평가했다.
베네수엘라는 2020년 이후 중국에 핵심 원유 공급처 역할을 수행했다. 중국은 베네수엘라에 차관을 제공하고, 베네수엘라는 중국에 진 막대한 부채를 석유로 갚는 ‘석유-채무 상환’ 방식이다. 중국은 지난 5년 동안 베네수엘라에 약 600억 달러(약 81조 원)에 달하는 차관을 제공한 것으로 추산된다.
그러나 차관을 받은 마두로 정권이 순식간에 붕괴하면서 이 부채를 회수할 가능성은 불투명해졌다. 미국이 의도했든 의도하지 않았든 중국은 에너지 공급원 하나를 잃었다. 동시에 수십조 원대 자산 손실 위기에 처했다. 중국 정유 시설 가동에 필수적인 베네수엘라산 중질유 공급도 막혔다. 이는 중국 경제에 유류 정제 비용 상승이라는 악영향을 미칠 것으로 분석된다.

◇ 세계 최대 ‘오일 탱크’ 개방 예고… 단기 변동성 확대
원유 시장은 베네수엘라가 보유한 압도적인 자원량을 주시하고 있다. 베네수엘라는 확인된 석유 매장량 기준 3030억 배럴로 세계 1위다. 전 세계 매장량 17~20%가 이곳에 집중되어 있다. 다만 수년간 이어진 방만 경영과 미국 중심 국제 제재로 생산량은 바닥을 쳤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세계 최대 규모 미국 석유회사들을 투입해 수십억 달러를 투자하고, 심각하게 훼손된 석유 인프라를 복구하며, 국가에 수익을 창출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오래전에 되찾아야 할 석유를 되찾을 것이고, 땅에서 엄청난 돈이 나와 우리가 지출한 모든 비용을 보상받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미국 정유 업계는 베네수엘라산 중질유를 처리하는 데 특화된 시설을 갖추고 있다. 미국 자본과 기술이 투입돼 생산량이 뛰면 국제 유가를 장기적으로 낮출 수 있다. 단기적으로는 정권 교체 과정에서 발생할 혼란과 시설 파괴 가능성이 유가에 프리미엄을 얹을 가능성이 크다.
미국이 베네수엘라가 보유한 석유에 어떤 식으로 접근하는 지에 따라 원유 시장 향방은 크게 달라질 수 있다. 로이터는 전문가를 인용해 “이번 작전이 라틴아메리카에 대한 미국의 직접적인 개입 중 가장 강력한 사례”라며 원유시장 투자자들이 주요 원유 관련 기업 움직임을 예의주시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 44조 원 규모 마약 자금줄 차단으로 지하경제 ‘충격’
마두로 체포는 국제 지하 경제에도 막대한 충격을 가할 전망이다. 베네수엘라는 그간 국제 마약 유통 경로에서 콜롬비아와 함께 핵심 환적지 역할을 했다. UN 마약범죄사무소(UNODC) 2025년 보고서에 따르면 2023년 전 세계 불법 코카인 생산량은 3708톤으로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이 중 베네수엘라를 거쳐가는 물량은 연간 200~250톤에 달한다.
베네수엘라를 통해 유럽과 북미 등지에 공급된 마약은 거대한 자금 흐름을 만들었다. 유럽마약청(EUDA)은 2021년 기준 유럽 내 불법 약물 시장 가치를 최소 310억 유로(약 44조 6800억 원)에 달한다고 평가했다. 마두로 정권이 비호하던 이 자금줄이 끊기면서 국제 불법 자금 세탁 경로에는 비상이 걸렸다.
지하 경제 위축은 장기적으로 투명성을 높인다. 단기적으로는 해당 자금과 연결된 신흥국 금융 시장에 유동성 충격을 줄 수도 있다. 외환 전문 매체들은 이를 근거로 마두로 체포를 치안 뉴스가 아니라 ‘국제 불법 경제 쇼크’라고 해석했다.

◇ 안전 자산 쏠림 가속·제재 대상국 통화 추가 하락 전망
외환 시장에서는 베네수엘라 자체보다 신흥국 전반에 걸친 리스크 재편이 핵심이다. 미국이 경제 제재에 직접 나서는 장면을 목격한 외환 시장은 당장 제재 대상 국가 화폐로 거래할 경우 추가로 감당해야 할 위험도를 다시 산정할 것으로 보인다.
지정학적 불안이 커지면서 안전 자산이자 기축 통화인 달러화 선호 현상은 뚜렷해질 전망이다. 반대로 이란 리알화나 러시아 루블화 등 제재 대상 국가 통화 가치는 추가 하락 압력을 받고 있다.
미국 싱크탱크 아틀란틱카운슬은 전문가를 인용해 “정권 내부 엘리트들이 투항하고 민주적인 정권 이양이 이뤄진다면 베네수엘라 경제가 빠르게 회복되겠지만, 저항이 길어질 경우 남미 지역 전체에 지정학적 ‘긴장 상수’가 커질 것”이라고 경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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