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팡이 쏘아올린 ‘2급 발암물질’ 야간노동의 부활

박준용 기자 2026. 1. 4. 09: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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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승전21]‘하루 단위 계약’ 27살 청년의 죽음 파고든 이 사람, 고태은 중앙대 불안정노동과사회정책랩 연구원
고태은 중앙대 불안정노동과사회정책랩 연구원. 고태은 제공

2020년 10월12일 경북 칠곡 쿠팡 물류센터에서 밤새워 일하고 퇴근한 27살 청년 장덕준씨가 숨졌다. 그는 1년4개월 동안 하루 단위로 계약하며 저녁 7시부터 하루 8~9.5시간 밤샘 노동을 했다. 고태은 중앙대 불안정노동과사회정책랩 연구원(사진)은 당시 산업재해를 연구하다가 장씨의 죽음을 접하고 쿠팡 과로사 문제를 연구하며 활동가로 살고 있다. 고 연구원에게 쿠팡이 심야노동을 부활시킨 이유와 이 기업에서 노동자 과로사가 반복되는 구조를 물어봤다.

—이 문제에 관심 갖게 된 계기는.

“2020년 산재 피해 가족 연구를 하면서 장덕준씨 부모를 만나게 됐다. 그때 나와 동갑인 장씨의 죽음과 그 죽음의 진실을 밝히려 애쓰던 부모의 말씀으로 쿠팡을 처음 알게 됐다. 이후 공공운수노조 쿠팡물류센터지회가 생기고, 노동자들이 폭염 시기에 휴게 시간도 에어컨도 없이 일하는 일터를 바꾸려 투쟁하던 인천 4물류센터 앞 농성장을 방문했다. ‘내가 아는 사람들의 일터'라는 게 체감되면서 더 문제의식을 가지게 됐다.”

— 쿠팡에는 일용직, 계약직 등 수많은 불안정 노동이 존재한다. 이 구조는 어떤 것이고 어떻게 가능한가.

“매일 새롭게 고용되는 일용직 노동자들의 정보가 ‘원바코드'라는 이름의 일용직 사원증에 데이터화돼 저장된다. 이로써 일을 쉬다 돌아와도 어떤 속도로 얼마나 일할 수 있는 사람인지 기업이 판단할 정보가 있다. 안정적 노동자를 지속적으로 고용하지 않아도 되는 충분한 조건이 만들어진다. 이런 기술은 기업이 노동자에 대한 고용안정, 소득안정, 사회보장의 책임을 지지 않게 해서 기업 이윤이 되고 있다.”

— 쿠팡이 만드는 불안정 노동 구조가 사회에 미치는 영향은 뭘까.

“가장 심각한 문제는 야간노동의 부활이다. 세계보건기구(WHO)에 따르면 야간노동은 2급 발암물질에 준할 정도로 인체에 미치는 영향이 치명적이다. 그런데 쿠팡의 로켓배송 서비스는 밤 12시 전에 주문하면 아침 7시까지 배송이 완료된다. 이 서비스를 완성하기 위해 쿠팡 노동자들은 매일 밤새워 고강도 노동을 한다. 이것이 과로사로 이어지고 있다. 또 하나의 문제는, 이 노동자들이 ‘야간 고정 노동'을 한다는 점이다. 계약직 물류센터 노동자는 고정으로 매월 20일 이상 야간노동을 한다. 야간노동을 지속적으로 할 때 여기에 적응하는 사람은 3% 미만이다.”

— 쿠팡이 ‘상대적으로 나은 일자리’라는 주장이 있다.

“노동시장에 만연한 불법파견 같은 중간착취 구조가 존재하고, 임금을 체불하는 기업을 제대로 규제하지도 않는다. 또한 부업의 필요성이 높아지는 물가에서 임금이 오르지 못하면서 쿠팡이 누군가에게는 꼭 필요한 일자리가 된다. 그러나 이 주장이, 쿠팡의 야간 고정 노동의 과로, 높은 노동강도를 만들어내는 마감 시간, 타이트한 인력 고용, 휴게 시간·공간 미비 등의 문제를 ‘문제가 아니다'라고 얘기하는 것은 아니다.”

— 쿠팡이 안전한 일터가 아닌 이유와 그 대안은 뭔가.

“로켓배송 서비스의 마감 시간을 맞추려 아주 빠른 속도로 일할 수밖에 없고, 마감하지 못할 경우 관리자의 압박과 페널티 등으로 경제적·물리적 고통을 받게 된다. 또 쿠팡은 일용직 노동자의 비율을 유지하면서 물량 변화에 맞춰 노동자를 뽑기 때문에 물량이 많든 적든 노동자가 쉴 수 없는 일터를 만든다. 정말 필요한 서비스라면 이 일을 하는 노동자가 더 충분한 보상을 받고 안전하고 존중받는 공간에서 일해야 한다. 또 심야배송이 당연한 사회에서 벗어나야 한다는 인식이 생겨나면 좋겠다.”

— 한겨레21을 비롯한 언론에 하고픈 말이 있나.

“기사로 접하는 사회적 차별과 혐오의 입장을 답습하는 글에 상처받을 때가 많다. 그러나 길에서 힘겹게 싸우는 이들의 이야기를 절절히 담은 글을 볼 때, 기자들의 고민을 담은 취재를 풀어낸 기사의 힘을 느끼기도 한다. 앞으로 좋은 기사 많이 부탁드린다.”

박준용 기자 juneyo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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