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팡이 쏘아올린 ‘2급 발암물질’ 야간노동의 부활

2020년 10월12일 경북 칠곡 쿠팡 물류센터에서 밤새워 일하고 퇴근한 27살 청년 장덕준씨가 숨졌다. 그는 1년4개월 동안 하루 단위로 계약하며 저녁 7시부터 하루 8~9.5시간 밤샘 노동을 했다. 고태은 중앙대 불안정노동과사회정책랩 연구원(사진)은 당시 산업재해를 연구하다가 장씨의 죽음을 접하고 쿠팡 과로사 문제를 연구하며 활동가로 살고 있다. 고 연구원에게 쿠팡이 심야노동을 부활시킨 이유와 이 기업에서 노동자 과로사가 반복되는 구조를 물어봤다.
—이 문제에 관심 갖게 된 계기는.
“2020년 산재 피해 가족 연구를 하면서 장덕준씨 부모를 만나게 됐다. 그때 나와 동갑인 장씨의 죽음과 그 죽음의 진실을 밝히려 애쓰던 부모의 말씀으로 쿠팡을 처음 알게 됐다. 이후 공공운수노조 쿠팡물류센터지회가 생기고, 노동자들이 폭염 시기에 휴게 시간도 에어컨도 없이 일하는 일터를 바꾸려 투쟁하던 인천 4물류센터 앞 농성장을 방문했다. ‘내가 아는 사람들의 일터'라는 게 체감되면서 더 문제의식을 가지게 됐다.”
— 쿠팡에는 일용직, 계약직 등 수많은 불안정 노동이 존재한다. 이 구조는 어떤 것이고 어떻게 가능한가.
“매일 새롭게 고용되는 일용직 노동자들의 정보가 ‘원바코드'라는 이름의 일용직 사원증에 데이터화돼 저장된다. 이로써 일을 쉬다 돌아와도 어떤 속도로 얼마나 일할 수 있는 사람인지 기업이 판단할 정보가 있다. 안정적 노동자를 지속적으로 고용하지 않아도 되는 충분한 조건이 만들어진다. 이런 기술은 기업이 노동자에 대한 고용안정, 소득안정, 사회보장의 책임을 지지 않게 해서 기업 이윤이 되고 있다.”
— 쿠팡이 만드는 불안정 노동 구조가 사회에 미치는 영향은 뭘까.
“가장 심각한 문제는 야간노동의 부활이다. 세계보건기구(WHO)에 따르면 야간노동은 2급 발암물질에 준할 정도로 인체에 미치는 영향이 치명적이다. 그런데 쿠팡의 로켓배송 서비스는 밤 12시 전에 주문하면 아침 7시까지 배송이 완료된다. 이 서비스를 완성하기 위해 쿠팡 노동자들은 매일 밤새워 고강도 노동을 한다. 이것이 과로사로 이어지고 있다. 또 하나의 문제는, 이 노동자들이 ‘야간 고정 노동'을 한다는 점이다. 계약직 물류센터 노동자는 고정으로 매월 20일 이상 야간노동을 한다. 야간노동을 지속적으로 할 때 여기에 적응하는 사람은 3% 미만이다.”
— 쿠팡이 ‘상대적으로 나은 일자리’라는 주장이 있다.
“노동시장에 만연한 불법파견 같은 중간착취 구조가 존재하고, 임금을 체불하는 기업을 제대로 규제하지도 않는다. 또한 부업의 필요성이 높아지는 물가에서 임금이 오르지 못하면서 쿠팡이 누군가에게는 꼭 필요한 일자리가 된다. 그러나 이 주장이, 쿠팡의 야간 고정 노동의 과로, 높은 노동강도를 만들어내는 마감 시간, 타이트한 인력 고용, 휴게 시간·공간 미비 등의 문제를 ‘문제가 아니다'라고 얘기하는 것은 아니다.”
— 쿠팡이 안전한 일터가 아닌 이유와 그 대안은 뭔가.
“로켓배송 서비스의 마감 시간을 맞추려 아주 빠른 속도로 일할 수밖에 없고, 마감하지 못할 경우 관리자의 압박과 페널티 등으로 경제적·물리적 고통을 받게 된다. 또 쿠팡은 일용직 노동자의 비율을 유지하면서 물량 변화에 맞춰 노동자를 뽑기 때문에 물량이 많든 적든 노동자가 쉴 수 없는 일터를 만든다. 정말 필요한 서비스라면 이 일을 하는 노동자가 더 충분한 보상을 받고 안전하고 존중받는 공간에서 일해야 한다. 또 심야배송이 당연한 사회에서 벗어나야 한다는 인식이 생겨나면 좋겠다.”
— 한겨레21을 비롯한 언론에 하고픈 말이 있나.
“기사로 접하는 사회적 차별과 혐오의 입장을 답습하는 글에 상처받을 때가 많다. 그러나 길에서 힘겹게 싸우는 이들의 이야기를 절절히 담은 글을 볼 때, 기자들의 고민을 담은 취재를 풀어낸 기사의 힘을 느끼기도 한다. 앞으로 좋은 기사 많이 부탁드린다.”
박준용 기자 juneyo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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