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대통령에겐 통합이 곧 유능함…이혜훈 발탁, 선거용 정략 아니다

성한용 기자 2026. 1. 4. 09: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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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한용 선임기자의 정치 막전막후 621
“생각 다른 사람과 접점 찾아야 국가 도약”
이 대통령이 국민통합 이토록 진심인 이유
이재명 대통령이 2일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신년 인사회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국민의 정부’ 초기에 벌어진 경제 전쟁의 장수들은 거의가 자민련이 추천한 인사들이었다. 이규성 재무부 장관, 이헌재 금감위원장은 자민련 몫으로 입각했지만 외환 위기를 극복하고 경제를 개혁하는 데 뛰어난 능력을 보여 줬다.”

“다른 분야에서도 자민련이 추천한 장관들은 열심히 일했다. 나는 각료들을 결코 차별하지 않았다. 일 잘하는 장관을 제일 아꼈다. 그들 또한 대통령인 나를 충심으로 보필했다. 그들의 국정 경험을 나는 신뢰했고, 그들은 믿음을 저버리지 않았다. 그들은 저력이 있었고, 경제 위기를 돌파하는 데 적임이었다.”

김대중 대통령 자서전 내용입니다. 김대중 대통령의 새정치국민회의와 김종필 총재의 자민련은 이념과 정책에서 상당한 차이가 있었습니다. 그러나 디제이피 연대로 1997년 대선에서 정권교체에 성공했습니다. 김대중 대통령은 자민련 몫 경제 장관들과 함께 외환 위기를 극복하고 경제 재도약의 발판을 마련했습니다.

대통령은 국가의 원수이자 행정부 수반입니다. 선출직 공직자 가운데 가장 중요한 정치인입니다. 대통령이 되기 전에는 정파를 대표하지만, 대통령이 되면 대한민국 전체를 대표합니다.

대통령은 국익을 중심으로 사고합니다. 따라서 국정 경험과 능력이 있다면 정파를 가리지 않고 인재를 발탁하게 되어 있습니다. 역대 대통령 누구나 다 그랬습니다. 이재명 대통령도 그렇습니다.

이혜훈 기획예산처 장관 후보자 지명 파장이 가라앉지 않고 있습니다. 이재명 대통령이 이혜훈 전 의원을 장관 후보자로 지명한 것은 파격입니다. 민주당과 국민의힘은 국정 철학과 정책 노선에 분명한 차이가 있습니다. 더구나 이혜훈 후보자는 윤석열 대통령 탄핵을 반대했던 사람입니다.

그러나 이혜훈 후보자가 만약 낙마한다면 정책이나 탄핵보다는 직장 갑질 때문일 것 같습니다. 지켜볼 일입니다.

그런데 이재명 대통령은 왜 이혜훈 후보자를 발탁했을까요? 조선일보는 1월3일 치 ‘이혜훈 후보자 하루라도 빨리 물러나야 한다’는 제목의 사설에서 “지방선거를 앞둔 정략”이라고 했습니다.

“이재명 대통령이 이 후보자를 지명한 의도 자체가 통합을 위한 것이었다고 보기 어렵다. 지방선거를 앞두고 ‘한 수’를 두었다고 생각했을 것이다. 정치에서 흔히 있는 일이다. 하지만 거기에도 정도가 있어야 한다. 계엄을 옹호하고 윤 어게인 집회에 참석한 사람에게 장관 감투를 준다면 지금 계엄으로 재판 받고 있는 사람들은 무언가. 이 후보자는 이 대통령의 기본소득 등 공약에 대해서도 ‘포퓰리즘 독재’라고 해왔다. 정책과 정견이 하늘과 땅 차이만큼 큰데도 같이 한다는 것은 무원칙한 정략일 뿐이다. 선거용 통합 제스처에도 한계가 있어야 하는 것이다.”

잘못된 분석입니다. 지난해 6월3일 대선은 선거 전부터 이재명 후보의 당선이 확정적이었습니다. 그런데도 이재명 후보는 윤여준 전 환경부 장관, 권오을 전 의원, 이석연 전 법제처장 등 과거 보수 정당에 몸담았던 사람들을 끌어들여 국민통합형 선대위를 구성했습니다.

대통령 당선 뒤에는 윤석열 대통령이 임명한 송미령 농림축산식품부 장관, 오유경 식품의약품안전처장을 유임시켰습니다. 민주당 쪽에는 시킬 사람이 없어서 그랬을까요? 그럴 리가요.

이재명 대통령이 12월 30일 청와대에서 열린 국무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재명 대통령은 12월 30일 국무회의 공개 발언에서 이혜훈 후보자를 지명한 이유를 자세히 설명했습니다. 내용이 하도 구구절절해서 직접 들어보면 진정성을 확 느낄 수 있습니다. 중요한 대목만 간추려서 전해드리겠습니다.

“세상에는 다양한 사람이 있다. 대통령이 될 때까지는 특정한 세력을 대표하지만, 대통령이 되는 순간 모두를 대표해야 한다. 전쟁은 점령해서 다 갖는 것이다. 필요하면 다 제거할 수 있다. 그게 전쟁이다. 그런데 정치는 그러면 안 된다. 최종 권력을 갖게 되더라도 권력 쟁취 과정에 함께한 세력과 사람만 모든 것을 누리고 그 외에는 배제하면 정치가 아니라 전쟁이 돼 버린다. 원시적이다.”

“우리 사회는 일곱 색깔 무지개와 같은 집단이다. 파란색을 좋아하는 사람들이 권한을 가졌다고 해서 그 사회를 통째로 다 파랗게 만들 수는 없다. 그렇게 만들면 빨간색은 어디로 가나. 빨간색은 우리나라 공동체의 자격을 상실하는 것인가? 그렇지 않다. 여전히 대한민국 국민이고 주권자다.”

“정치의 본질을 생각하면 결론은 집권자, 집권세력, 대통령, 국무위원들의 역할은 세상을 고루 편안하게 모두가 함께 잘 사는 세상을 만드는 것이다. 그게 민주주의다. 그게 문명이다.”

“나 아니면 전부 적이다, 제거 대상이다, 결국 그러다가 내란 사태까지 벌어진 것 아닌가. 내 의견과 다른 집단, 다른 인사 이런 걸 다 제거하고 모든 걸 갖겠다고 벌인 극단적 처사가 바로 내란이었다. 그런 사회가 반대쪽으로 오면 안 된다.”

“극단적으로 대립하고 대결하는 사회에서 우리는 오히려 더 통합을 위해 노력해야 한다. 정략적 수단이 아니고 우리가 다시 정말로 정상인 사회로 돌아가려면 더 반대쪽의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통합과 포용의 노력을 더 강하게 더 크게 더 지속적으로 해야 한다.”
어떻습니까? “지방선거를 앞둔 정략” 같은 것은 들어설 여지가 없습니다. 이재명 대통령은 2026년 신년사에서 다섯 가지 성장 발전 전략을 제시한 뒤 이런 말을 했습니다.

“이 모든 지난하고 위대한 과업이 국민 통합과 굳건한 국민의 신뢰 위에서만 가능하다는 점을 잘 알고 있습니다. ‘국민 모두의 대통령’으로서 더욱 겸손한 자세로 국정에 임하겠습니다.”

1월2일 신년 인사회에서는 더 깊이 들어갔습니다.

“우리 대한민국은 산업화 시대의 성공의 방식을 따라 세계 10위 경제 대국이라는 빛나는 성취를 이뤄냈습니다. 특정 지역, 특정 기업, 특정 계층에 집중적으로 투자하는 성장 전략은 지금까지의 초고속 압축성장을 이끄는 원동력이었음이 분명합니다.

그러나 자원의 집중과 기회의 편중이 성장을 가로막고 경쟁과 갈등의 악순환으로 이어지는 오늘에는 우리가 과감히 기존의 성장 전략을 대전환해야 합니다. 해법은 분명히 있습니다. 기회와 과실을 모두가 함께 고루 나누는 모두의 성장만이 우리 대한민국을 대도약의 미래로 이끌 지름길이라고 생각합니다.”

“생각이 다르다는 이유로 서로 등을 돌리거나 차이가 극단적 대립의 씨앗이 되는 그런 사회는 결코 앞으로 나아갈 수 없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국민 통합이야말로 가장 중요하고 시급한 과제이고, 또 이 자리에 함께하신 여러분의 책임과 역할이 막중합니다. 갈등을 키우기보다 공존과 화합의 길을 찾고 성장의 속도만큼이나 상생의 책임을 고민할 때 우리 대한민국이 다시 한 번 큰 도약을 이루어낼 수 있을 것으로 확신합니다.”
이재명 대통령이 1월 2일 서울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2026년 신년 인사회에서 박수치고 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어떻게 읽으셨습니까? 이재명 대통령이 마침내 철학자의 경지에 들어선 것 같지 않습니까? 이재명 대통령이 국민 통합을 이처럼 강조하고 나선 것은 갑작스러운 일이 아닙니다. 사실 처음부터 그랬습니다. 지난해 6월 4일 대통령에 취임한 뒤 취임사 격인 ‘국민께 드리는 말씀’에 이런 내용이 있었습니다.
“우리를 갈라놓은 혐오와 대결 위에 공존과 화해, 연대의 다리를 놓고 꿈과 희망이 넘치는 국민 행복 시대를 활짝 열어젖힐 시간입니다.”

“이번 대선에서 누구를 지지했든 크게 통합하라는 대통령의 또 다른 의미에 따라 모든 국민을 아우르고 섬기는 ‘모두의 대통령’이 되겠습니다.”

“통합은 유능의 지표이며, 분열은 무능의 결과입니다. 국민 삶을 바꿀 실력도 의지도 없는 정치 세력만이 권력 유지를 위해 국민을 편 가르고 혐오를 심습니다. 분열의 정치를 끝낸 대통령이 되겠습니다. 국민 통합을 동력으로 삼아 위기를 극복하겠습니다.”
이재명 대통령이 2025년 6월 4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의사당 중앙홀에서 제21대 대통령 취임 선서를 하고 있다. 국회사진기자단
저는 이번 기사를 쓰기 위해 ‘국민께 드리는 말씀’을 다시 찾아보고 깜짝 놀랐습니다. 대선 직후 어수선한 상황에서 이재명 대통령이 한 말의 의미를 제대로 새기지 못하고 넘겼기 때문입니다. ‘통합은 유능의 지표이며 분열은 무능의 결과’라는 표현은 아무나 할 수 있는 말이 아닙니다. 너무나 멋지지 않습니까? 이재명 대통령은 이런 깨달음을 어디서 얻었을까요?

저는 윤석열 대통령이 반면교사 역할을 톡톡히 했다고 생각합니다. 윤석열 대통령은 취임 직후 추경예산안 국회 시정연설에서 의회주의라는 단어를 네 차례나 언급하며 협치를 다짐했습니다.

“우리가 직면한 위기와 도전의 엄중함은 진영이나 정파를 초월한 초당적 협력을 어느 때보다 강력히 요구하고 있다. 법률안, 예산안뿐 아니라 국정의 주요 사안에 관해 의회 지도자와 의원 여러분과 긴밀히 논의하겠다.”

말뿐이었습니다. 대통령으로서 한 행동을 보면 그는 의회주의가 무엇인지 전혀 모르는 사람이었던 것 같습니다. 그는 이재명 민주당 대표뿐만 아니라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 등 자신과 생각이 다른 사람들을 모두 제거하려고 비상계엄을 했습니다. 대한민국을 위험에 빠뜨리고 자신은 파멸했습니다. 이재명 대통령에게는 훌륭한 반면교사인 셈입니다.

마무리하겠습니다. 이재명 대통령의 국민 통합은 앞으로도 계속될 것입니다. 그렇게 해야 성공한 대통령이 될 수 있다는 사실을 이재명 대통령이 잘 알기 때문입니다. 대화와 타협으로 정치를 복원해야 민주주의를 회복하고 민생을 살릴 수 있다는 사실을 이재명 대통령이 잘 알기 때문입니다. 저는 이재명 대통령의 이런 가치와 철학을 전폭적으로 지지합니다. 여러분은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정치부 선임기자 shy99@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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