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지욱의 스토리텔러] 말뿐인 원팀인가, 진짜 원팀인가. 실체는 위기에서 나온다

정지욱 2026. 1. 4. 08: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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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팀’

국가대표든 프로스포츠팀이건 감독들이 하나같이 강조하는 요소다. 지도자, 스태프, 선수들이 한마음, 한뜻으로 함께 목표를 향해가는 것.

세상 모든 일이 말처럼 쉽게 이뤄지지 않는다. 구성원의 생각이 모두 같지 않다. 누군가는 자신이 잘되는 것, 자신이 뜻하는 바가 우선인 구성원이 반드시 있다.

이 가운데에 원팀이 되어가는 가장 중요한 요소는 ‘동료들을 생각하는 마음’이다. 스포츠 팀을 떠나 일반 직장에서도 구성원 간에 마음이 잘 맞지 않은 경우는 빈번하게 발생한다. 그때 상대방 입장을 생각하고, 안하고의 차이에서 조직의 단단함이 나온다.

2025-2026 LG 전자 프로농구에서 안양 정관장은 좋은 사례다. 시즌 개막 이전까지만 해도 정관장을 상위권으로 예상하는 이는 거의 없었다. 냉정하게 중하위권 전력으로 평가받았다.

예상과 다른 행보다. 정관장은 정규시즌 중반을 지나는 시점에도 18승10패(2위)로 상위권 한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 시즌을 앞두고 새롭게 지휘봉을 잡은 유도훈 감독 체제가 빠르게 자리를 잡았다.

유도훈 감독은 김종규, 전성현 등 몸상태가 완전하지 않은 베테랑들에게는 충분한 휴식을 주는 대신 오프시즌동안 열심히 운동해온 선수, 출전 기회가 많지 않았던 선수들의 활용 폭을 넓혀 동기부여를 높였다. 이에 선수들이 각자 역할을 100% 이상 해냈다.

3일 SK와의 경기를 앞두고 만난 유도훈 감독은 “몸이 좋지 않은 선수를 무리하게 출전시키지 말자는 구단의 방침이 있었다. 그래서 한 경기 승패에 연연하지 않고 (김)종규, (전)성현이가 좋아지기를 기다리고 있다. 필요한 시점에 활용할 수 있는 상황이 올거다”라고 말했다.

이어 “종규와 성현이가 경기를 많이 못 뛸 때 가만히 쉰 게 아니다. 훈련 때든 경기 때에도 후배들에게 필요한 얘기를 해주고 팀 분위기가 좋아지는 데에 기여를 많이 했다”고 말했다.  

 

잘될 때는 다 좋다. 일이 잘 풀리지 않을 때, 위기에서 본색이 드러난다. 서로를 탓하고 리더는 구성원들의 책임 추궁에 바쁘다.

실제로 올시즌 한 구단은 역전패를 당하자 감독이 라커룸에서 실수한 선수의 탓을 하기도 했다. 선수들이 이를 좋게 볼 리 없다. 당연히 삽시간에 타 구단 선수들에게도 소문이 났다.

정관장은 상위권에 있지만 위기가 없었던 것은 아니다. 주축 선수들의 득점이 나지 않으면서 3라운드 초반 공수 밸런스가 맞지 않아 2연패를 당하기도 했다. 그러나 서로 탓하지 않았다. 기꺼이 빈자리를 채웠다.

유도훈 감독은 “시즌 초반 박지훈이 족저근막염으로 고생할 때 변준형이 혼자 볼핸들러 역할을 너무 잘했다. 또 변준형이 몸이 좋지 않아 팀이 흔들릴 때는 박지훈이 다 견디고 해결사 역할을 해서 위기를 이겨냈다. 조니 오브라이언트도 공격이 안될 때는 수비에서 국내선수들의 부족한 부분을 채우려고 노력한다. 그걸로 지금까지 왔다. 우리 선수들이 다들 너무 착하다. 내가 좋은 팀에 온 덕을 보고있는 것 뿐이다”라며 흐뭇해했다.

정관장은 신인드래프트 1순위로 뽑은 문유현도 몸 상태가 좋아질 때까지 기다렸다. 타 구단 신인들이 두각을 드러내면서 주목을 받아오는 와중에도 급하게 끌어다 쓰지 않았다. 그 덕분에 문유현은 충분히 몸을 회복하고 팀에 적응할 수 있었다.

유도훈 감독은 “문유현은 생각한대로 좋은 선수다. 하지만 1순위라고 무작정 주축 역할을 맡길 수는 없다. 팀을 잘 이끌어 온 박지훈, 변준형이 있다. 문유현이 들어오면서 엔트리에서 빠지는 선수가 생기고, 다른 선수들의 역할이 줄어들어 거기서 서운함을 느끼는 선수도 있을 것이다. 분위기를 지켜가면서 어우러지도록 하는 것은 이제 내 몫이다. 그 안에서 우리 선수들도 서로 맞춰가면서 잘할 거라고 믿는다”며 선수들에 대한 신뢰를 나타냈다.

정관장은 3일 SK에 74-78로 역전패 했다. 연습이 부족했던 박지훈-변준형-문유현 3가드로 승부처를 이겨내려다 원했던 가드들의 1대1 공격이 되지 않았다.

 

유도훈 감독은 득점하지 못한 박지훈, 변준형 탓을 하지 않았다. 그는 “3가드를 너무 길게 가져갔다. 상대 수비 변화에 내가 대응하지 못했다. 내 실수다”라고 패인을 스스로에게 돌렸다. 그리고 선수들에게 말했다.

“박지훈, 변준형, 이거 또 이겨내야지! 괜찮아”

 

 

 

사진=점프볼 사진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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