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의 한수’로 버핏에게 2000억을 받아낸 남자…그의 투자전략이 궁금했다 [김유신의 딥 머니 토크]
‘1%를 읽는 힘’ 저자 메르 인터뷰
2006년 서브프라임 때 위기 직감
버크셔 헤서웨이서 위험 헤지 보험들어
금융위기 오자 2000억 보험금 받아 내
韓 조선주 강세 예상 적중, ETF도 대박

이 에피소드의 주인공은 텍스트의 종말을 고하는 시대에 매일 20만명을 자신의 블로그로 끌어들이는 네이버 블로그 경제 분야 1위, 필명 ‘메르’다. 삼성 공채 출신으로 금융사 6곳을 거치며 금융상품개발과 여신 투자 심사를 담당해온 그는 매일 아침 6시 러닝머신 위에서 오늘 올릴 글을 구상한다. 그가 블로그에서 언급한 책은 하루만에 판매 순위가 100계단 뛰어오르고, 그가 글에서 다룬 산업은 투자자들의 최대 관심사가 된다.
투자로 돈을 벌기 위해서는 남들과 똑같이 움직여선 안 된다. 세상의 흐름을 이해하고, 다가올 미래를 미리 준비해야 한다. 정보의 홍수 속 ‘1%를 읽는 힘’이 중요한 이유다. 김유신의 ‘딥 머니 토크’에서는 ‘메르’와 서면 인터뷰를 통해 그의 세상 읽는 법과 투자 철학을 소개한다.
A. 본격적으로 블로그에 글을 쓰기 시작한 건 생각의 정리가 필요했기 때문이다. 생각이 머릿속에만 머무르다 보면 빈틈이 많아진다고 생각한다. 생각을 글로 정리하는 과정에서 빈틈을 채워보자는 가벼운 마음으로 블로그를 시작하게 됐다.

A. 삼성에 공채로 입사한 뒤 GE 등 금융사 6곳에서 근무한 경험이 있다. 금융회사에서는 금융상품개발 분야에서 전문성을 쌓았다. 금융상품 개발은 금융회사의 꽃으로 불린다. 영업과 마케팅, 리스크관리, 수익성 확보 등 전체 영역을 밑단까지 파악하고 있어야 제대로 된 금융상품 개발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최근엔 거액여신 투자를 검토하고 승인하는 업무를 담당하고 있다. 단순 대출이 아니라 다양한 투자 건을 처리해야 하기 때문에 폭넓은 지식과 훈련된 판단 능력이 필요하다. 글을 쓰는 과정은 습득한 데이터와 정보를 내 것으로 만드는 과정이다. 지식의 폭을 넓히고 판단 능력을 향상하는 데 큰 도움이 된다.
Q. 블로그에 올리는 글 선정 기준이 있다면.
A. 오전 6시에 운동을 시작한다. 한시간 가량 러닝머신을 걸으며 그날 해야 할 일의 우선순위를 배분한다. 이후 블로그 글도 러닝을 하며 선정한다. 주제 선정 기준은 ‘오늘 현재 내가 궁금한 것’이다. 궁금한 것을 알아보고 정리하면 글이 탄생하게 된다.
Q. 글의 범위가 넓지만 깊이도 상당한데 정보 수집 방법은.
A. 책과 검색, 내부 보고서가 합쳐진 결과로 본다. 주말엔 집 근처 도서관을 찾는다. 한 달 평균 14권을 도서관에서 빌린다. 책에서 가장 많은 정보를 얻지만 책에서 얻는 정보에는 단점도 있다. 책을 쓰고 편집하고 출판하는 시간이 포함되다 보니 최근 정보가 빠져있는 경우가 많다. 이 부분을 검색으로 보완한다.
A. 리스크와 리턴의 균형이 잘 잡혀있는 튼튼한 수익(Sound profit)을 내는 것을 목표로 한다. 개별 종목 보다는 포트폴리오를 짜서 운영하는 것을 선호하는 이유다.
Q. 리스크와 수익의 균형을 잡기 위한 방안은.
A. 실전에서 ‘+5% & -2%’ 룰을 많이 사용한다. 학계 이론이 아닌 개인적 이론이다.
투자 건을 많이 다루다 보면 2% 가량의 위험을 제거하면 아슬아슬한 5% 가량을 더 허용해도 수익과 위험의 균형이 맞게 된다는 점을 경험을 통해 배웠다.
위험과 추가수익을 일종의 세트상품으로 제시하면, 리스크와 수익률 균형을 맞추면서도 협의가 순조롭게 진행되던 경험을 많이 갖고 있다.
Q. 가장 성공적이었던 투자 경험은.
A. 2008년 금융위기를 보험 헷징을 통해 넘긴 경험을 꼽고 싶다.
금융위기가 발생하기 2년 전인 2006년 서브프라임 모기지 회사를 방문해 상품 설명을 들은 뒤 해당 시장에 문제가 있다는 확신을 가졌다. 그래서 리스크를 헷징하기 위한 보험 상품 가입을 추진했다. 보험료로만 매년 100억원을 지불해야 했기 때문에 사내에서는 반대 목소리도 컸다. 보험상품 가입 이후 오히려 주택가격이 올라 해당 상품 가입을 추진했던 내 결정에 대한 비난이 커지기도 했다.


A. 크게 잃은 투자는 없다. 투자에 대해 0.2%까지만 손실이 허용되기 때문이다. 즉 1조원 투자를 승인하면 허용되는 손해액은 20억원이다. 개별 승인건에 대한 투자실패 경험은 없지만, 승인하지 않은 건이 잘 진행될 경우 아쉬움을 가지게 된다.
A. 내년 AI는 승자독식으로 가는 흐름이 될 것 같다. 한두개 선두기업만 살아남고, 패배한 기업들은 막대한 투자금을 날리고 시장에서 퇴출되는 과정을 2~3년내에 보게 될 것으로 생각한다.
미국 서부에 금광을 찾아 떠나는 골드러시에서 돈을 번 사람들은 금을 찾은 사람이 아니었다. 광부들의 작업복 수요을 겨낭해서 청바지를 만든 Levi Strauss나, 광부들에게 식량과 도구를 팔아서 캘리포니아 최초의 백만장자가 된 배뮤얼 브래넌이 돈을 벌었다. 콜로마에서 금을 발견한 제임스 마샬은 말년이 가난했고, 존 서텨는 자기 땅에서 금을 발견했지만 인력 유출과 약탈로 재산을 잃었다.

A. AI기업보다는 AI기업에 부품과 서비스 등을 공급하는 기업이 접근하기 편해 보인다. 개인적으로는 우주데이터센터에도 관심을 갖고 있다.
Q. 국내 부동산 시장에 대해 전망한다면.
A. 큰 흐름은 양극화다. 서울과 수도권, 일자리가 있는 지방 핵심 지역은 가치를 계속 유지하겠지만, 나머지 지역은 쉽지 않다고 본다.
규제 측면에서는 서울 전지역과 수도권 일부 지역에 대한 토지거래허가제(토허제)를 올해 말까지 유지하기 힘들 거라고 본다. 일부지역 토허제는 해제하고, 가격이 잡히지 않는 핵심지역에 보유세를 건드릴 수밖에 없을 거라고 생각한다.
전세는 빠르게 월세로 대체될 것이고, 주거비용 상승은 어쩔 수 없는 흐름이 될 것 같다.
A. 주식은 50% 이내에서 배분하려고 한다. 포트폴리오를 보면, 주식 50%, 금과 은 10%, 현금성 자산(단기국채 포함) 40%의 구성이다.
20% 가량 미국 국채가 있었는데, 정리를 해서 현금성 자산 비중이 높아졌다.

A. 2023년부터 일본 종합상사와 한국 조선업에 장기투자하고 있다. 이것만으로 포트폴리오의 절반 가까이가 차버려서 미국 주식에 투자할 여력이 없는 게 이유다.
Q. 조선업 투자 이유는.
A. 개별 기업보다는 산업 분석을 선호하는 편이다. 현재 침체 상태지만 성장할 계기가 있는 산업을 찾아보자는 생각을 했고, 그렇게 발견하게 된 산업이 조선업이었다.
친환경 발전이 대세였지만, 이것만으로는 필요한 에너지를 확보하기에 한계가 있어 보였다. LNG 사용 비중이 한동안 높아질 것으로 생각돼 우리나라가 강점을 지닌 LNG 선박으로 자연스럽게 시선이 갔다.
Q. 투자 타이밍은 어떻게 결정했나.
A. 조선업은 적자가 흑자로 바뀌는 시점이 투자 타이밍이라고 생각했다. 2023년 조선 관련 ETF에 5% 가량 비중을 넣었고, 흑자 전환이 확실시되는 2025년엔 투자 비중을 확대했다. ETF 투자지만 수익률은 3배 이상 나오고 있다.
Q. 올해 포트폴리오 구상은.
A. 1년 단위로 포트폴리오를 구상하지 않는다. 현재 투자중인 종목이 완전히 상승을 멈추는 것을 확인하고 교체를 하는 편이다.
현 포트폴리오에 큰 불만이 없어서 이대로 올해까지는 끌고 가면서 환경 변화를 지켜볼 생각이다.
Q. 존경하는 투자자 혹은 닮고 싶은 투자자는.
A. 워렌 버핏이다. 빈번한 매매가 아니라 장기보유하며 충분한 수익을 내는 것이 경이롭다.
Q. 삶의 목표가 있다면.
A. 하기 싫은 일 하지않고, 하고 싶은 일 위주로 하면서 살고 싶다는 정도다.
Q. 새해 목표가 있다면.
A. ‘1%를 읽는 힘’ 차기작을 써볼 계획을 구상중이다.
Q. 사회 생활을 처음 시작하는 사회 초년생에게 직장 생활과 관련해 조언해준다면.
A. 여의도 유명 격언 중 ‘회사원은 숫자가 인격이다’라는 말이 있다. 보통 실적이라고 부르는 숫자가 나오면, 말에 힘이 생기고 함부로 건드리는 사람도 사라진다. 내가 맡은 일에 집중해서 성과를 내는 게, 직장생활에 임하는 가장 최우선 태도가 아닐까 생각한다.

특히 반도체, 에너지, 통화, 부동산 등 글로벌 경제 핵심 현안을 다방면으로 다루며 실질적인 분석법을 제시한다. 즉 현상 이면을 보는 메르만의 비법을 엿볼 수 있는 책이다.
이 책을 읽는 독자는‘어떤 일이 발생했느냐’가 아닌 ‘왜 일어났으며, 다음에 올 것은 무엇인가’를 질문하는 연습을 하게 될 것이다. 즉 비판적 사고를 확장해 투자자로 하여금 정보 습득을 통해 선제적으로 움직일 수 있도록 도와주는 책인 셈이다. 나만의 관점으로 세상을 해석하고 미래의 기회를 선점하려는 독자가 있다면 ‘1%를 읽는 힘’을 일독하길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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