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민준의 골프세상] 스키점프와 골프스윙

방민준 2026. 1. 4. 07: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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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내용과 관련 없는 참고 사진입니다. 사진제공=ⓒAFPBBNews = News1 (사진을 무단으로 사용하지 마십시오.)

 



 



[골프한국] 스키점프 선수가 점프대를 내려올 때 가장 경계하는 것은 '힘을 더 주고 싶은 충동'이라고 한다. 시속 90km에 육박하는 속도, 발밑으로 쏟아지는 경사, 그리고 눈앞에 다가오는 도약대를 대하면 본능은 '더 버텨라, 더 힘을 줘라, 꽉 잡아라.'고 말한다.



 



그러나 그 순간 힘을 주는 선수는 멀리 높이 날지 못한다. 스키점프의 핵심은 버팀이 아니라 이완, 제어가 아니라 허용이다. 이 장면에서 스키점프는 골프 스윙과 놀라울 정도로 닮았다.



 



스키점프에서 활주로 기능을 하는 인런(In-run) 지점은 골프의 백스윙이다. 긴장과 축적의 구간이다. 선수는 몸을 최대한 낮추고, 공기 저항을 줄이며, 속도를 쌓는다. 이때 중요한 것은 속도를 만드는 것이지 힘을 쓰는 것이 아니라는 점이다.



 



골프의 백스윙도 마찬가지다. 클럽을 들어 올리는 동작 같지만 본질은 에너지를 비축하는 과정이다. 잘 치려는 욕심으로 어깨에 힘이 들어가는 순간 이미 좋은 스윙과는 멀어지고 만다.



 



스키점프 선수는 인런에서 절대 몸을 세우지 않는다. 골퍼 역시 백스윙에서 '잘 치겠다는 생각'을 세우는 순간 균형을 잃는다. 



 



도약대는 임팩트가 아니다. 많은 사람들이 착각하기 쉽다. 스키점프에서 가장 중요한 순간은 도약대에서 힘껏 뛰어 숫구치는 순간이라고.



 



도약대에서는 뛰는 것이 아니라 타이밍을 맞출 뿐이다. 이미 인런에서 만들어진 속도를 방해하지 않도록 불필요한 동작을 최소한으로 줄이고 조용히 방향만 바꿔주는 것이 전부다.



 



골프의 임팩트 역시 같다. 임팩트는 힘을 폭발시키는 순간이 아니라 이미 준비된 에너지가 막힘없이 지나가는 지점이다. 임팩트에 힘을 주려는 골퍼는 마치 도약대에서 무릎을 과하게 펴거나 구르는 스키점퍼와 같다. 결과는 비거리 손실과 균형 붕괴로 돌아온다.



 



스키점프의 비행 구간은 골프에서 피니시다. 스키점프의 진짜 승부는 공중에서 벌어진다. 얼마나 멀리, 얼마나 안정적으로, 얼마나 자연스럽게 날아가는가로 승부가 갈린다. 



 



이때 선수는 더 이상 무언가를 하지 않는다. 몸을 넓게 열고, 바람을 받아들이며, 이미 떠난 궤적을 믿고 맡길 뿐이다.



 



골프의 피니시도 다르지 않다. 좋은 스윙은 끝에서 멈추지 않는다. 공이 날아가는 동안 클럽은 흐르고, 몸은 열리고, 시선은 목표를 따를 뿐이다. 피니시가 아름다운 골퍼는 이미 임팩트 이전에 모든 것을 끝내 놓은 사람이다.



 



날기 위한 조건은 '힘'이 아니라 '용기'다. 스키점프에서 가장 어려운 능력은 근력이 아니다. 떨어지지 않을 것이라는 믿음, 그리고 그 믿음에 몸을 온전히 맡기는 용기다.



 



골프도 마찬가지다. 스윙은 통제의 기술이 아니라 통제를 내려놓는 기술에 가깝다. 힘을 빼는 것이 아니라 힘을 믿고 클럽이 가는 대로 놓아주는 것이다.



 



그래서 스키점프와 골프는 모두 중력과 싸우는 스포츠가 아니라 중력을 이용하는 스포츠다. 결국 잘 치는 사람이나 잘 나는 사람은 잘 내려놓는 사람이다.



스키점프 선수가 하늘을 나는 순간 그는 더 이상 몸을 쓰지 않는다. 골퍼가 좋은 임팩트를 만드는 순간 그 역시 더 이상 치지 않는다. 이미 준비된 흐름이 스스로 완성될 뿐이다. 그래서 우리는 힘을 주면 줄수록 목표에서 멀어지고, 놓아줄수록 목표에 가까워지는 불가사의한 스포츠에 평생 매달리는지도 모른다.



 



*칼럼니스트 방민준: 서울대에서 국문학을 전공했고, 한국일보에 입사해 30여 년간 언론인으로 활동했다. 30대 후반 골프와 조우, 밀림 같은 골프의 무궁무진한 세계를 탐험하며 다양한 골프 책을 집필했다. 그에게 골프와 얽힌 세월은 구도의 길이자 인생을 관통하는 철학을 찾는 항해로 인식된다. 



*본 칼럼은 칼럼니스트 개인의 의견으로 골프한국의 의견과 다를 수 있음을 밝힙니다. *골프한국 칼럼니스트로 활동하길 원하시는 분은 이메일(news@golfhankook.com)로 문의 바랍니다. / 골프한국 www.golf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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