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범석 '총수 지정' 검토, 美국세청 공조… 쿠팡 전방위 압박 통할까
개인정보 유출서 시작… 사실상 전 분야 확산
공정위, 쿠팡 '시장지배적 사업자' 여부 검토
동생 경영 참여 확인 땐 '김범석 동일인 지정'
'영업 정지' 카드도 만지작… 부작용 우려도
국세청 세무조사… 노동부 '산재 은폐' 조사
與 국정조사·금감원 조사권 확보 등도 추진

과학기술정보통신부, 고용노동부, 국토교통부, 외교부, 중소벤처기업부, 공정거래위원회, 개인정보보호위원회, 금융위원회, 방송미디어통신위원회, 국세청, 경찰청, 국정원…. '쿠팡 사태 범정부 태스크포스(TF)'에 속한 정부 부처 12곳의 목록이다. 쿠팡 사태는 사상 최대 규모의 가입자 개인정보 유출 사고로 시작됐지만 이제 플랫폼의 책임과 노동자 안전, 공정한 시장 질서, 법 준수 등까지 전방위적 분야로 뻗어가고 있다. 쿠팡 창업자인 김범석 쿠팡Inc 의장이 모습을 드러내지 않는 가운데 일방적인 쿠팡의 자체 조사 발표, '기만적'이라는 비판을 듣는 보상안, 국회 청문회에서의 쿠팡 측 태도 등이 의혹을 키우고 신뢰를 떨어뜨리고 있는 상황이다. 이미 쿠팡에 '조 단위 과징금'과 '영업 정지' 압박을 가하는 정부는 더 다양한 규제안을 꺼내고 있다. 지금까지 나온 쿠팡 규제안을 정리해 봤다.
'시장지배적 사업자' 여부 검토

주병기 공정거래위원장은 지난달 30일 '쿠팡 연석 청문회'에서 "쿠팡의 시장지배적 사업자 여부를 적극적으로 검토할 것"이라고 밝혔다. 쿠팡의 최근 5년간 시장점유율이 크게 확대됐다는 이유로, 현재 공정위가 관련 요건 충족 여부 등에 대해 면밀히 검토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공정거래법상 시장지배적 사업자는 단일 사업자의 점유율이 50% 이상이거나, 상위 3개 사업자의 합산 점유율이 75% 이상일 경우 지정될 수 있다.
쿠팡은 아직 이 요건에 해당하지 않아 시장지배적 사업자로 판단된 적이 없다. 다만 주 위원장은 "쿠팡의 (온라인 쇼핑몰 부문) 시장점유율은 39% 정도"라며 "(단독으로는 시장지배적 사업자로 볼 수 없지만) 주요 3개 사업자 합계 점유율이 85% 정도 되니 시장지배적 사업자 기준을 충족한다고 할 수 있다"고 말했다.
시장지배적 사업자로 지정될 경우, 시장 지위 남용 행위에 대한 감시가 대폭 강화된다. 과징금 상한액이 상향되거나 영업 정지 처분을 내릴 수 있는 법적 근거가 더욱 뚜렷해진다. 가령 현재 공정위 심의를 앞둔 쿠팡의 '와우 멤버십 끼워팔기' 사건에서 쿠팡이 시장지배적 사업자가 아니라면 불공정거래행위로 분류돼 최대 매출액의 4%에 그칠 과징금이 시장지배적 사업자일 경우엔 매출액의 최대 6%까지 높아지게 된다.
김범석 의장 '동일인 지정 여부' 재검토

주 위원장은 또한 쿠팡의 실질적 지배자인 김범석 의장을 쿠팡의 동일인(총수)으로 지정하는 방안을 재검토하겠다고 밝혔다. 김 의장의 친동생인 김유석 쿠팡 부사장의 쿠팡 경영 참여 의혹 때문이다.
쿠팡은 2021년 자산총액 5조 원을 돌파하면서 대기업집단으로 지정됐다. 그러나 김 의장은 '미국 국적'이라는 이유로 총수 지정을 피했다. 이후 공정위가 동일인 판단 기준을 구체화하며 외국인도 재벌 총수로 지정돼 공정위 감시를 받도록 했지만, 친족이 경영에 참여하지 않는 경우 등 동일인 지정 예외 조항들을 마련했다. 쿠팡은 이 예외 조건을 충족시켜 동일인 지정을 피했다.
그러나 최근 쿠팡의 배송캠프 관리부문 총괄을 맡고 있는 김유석 부사장의 보수 내용 공개와 함께 상황이 달라졌다. 쿠팡 미국 법인(본사)은 지난해 4월 미 증권 당국에 회사의 특수 관계인 보고를 하면서 "2024년 김 부사장이 약 6억3,000만 원의 연봉과 주식 7만4,000여 주를 받았다"고 신고했다. 쿠팡이 미국 증시에 상장된 2021년부터 4년간 김 부사장의 보수·인센티브 합계가 140억 원에 달했다는 언론 보도도 나왔다. 그럼에도 해럴드 로저스 쿠팡 임시대표는 지난달 30일 국회 청문회에서 "김유석은 임원이 아니다. 같은 직급의 다른 직원들과 비교해도 평균적으로 급여가 낮다"며 선을 그었다.
주 위원장은 "중요한 건 (김법석 의장의) 동생인 김유석이 경영에 참여하고 있는가, 이를 조사해 봐야 한다"며 "얼마만큼의 상여금과 보수를 받고 있는지를 같이 봐야 한다"고 말했다. 처벌의 실효성 문제도 제기했다. 주 위원장은 "동일인으로 지정돼도 현행법 체계하에서 실질적 처벌을 할 수 있는 규정이 너무 약하다"며 "사익 편취 규제를, 보너스·상여금을 과도하게 받는 방식으로 친족에게 이익을 주는 것까지 규율할 수 있는 새로운 법안이 마련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www.hankookilbo.com/News/Read/A2023122615430002222)
쿠팡 영업 정지도 가능하다는데…

주 위원장은 쿠팡에 대한 영업 정지까지 포함한 강력한 제재 가능성을 재확인하기도 했다. 그는 지난달 31일 국회 청문회에서 "현재 민관 합동 조사를 진행 중이며 조사 결과에 따라 필요하다면 영업 정지 등 처분도 가능하다"고 밝혔다.
물론 쿠팡 영업 정지를 둘러싼 우려가 없지는 않다. 이은희 인하대 소비자학과 명예교수는 지난달 27일 언론 인터뷰에서 "쿠팡이 즉각 영업 정지를 당할 경우 소비자 불편은 물론, 생계가 달린 소상공인과 택배 기사들에게도 막대한 타격이 불가피하다"고 내다봤다. 민병덕 더불어민주당 을지로위원회 위원장 역시 지난달 22일 SBS라디오 '김태현의 정치쇼'에서 "(소비자) 손해가 발생하거나 발생할 우려가 있는데 피해 회복이나 재발 방지 조치가 취해지지 않으면 영업 정지가 가능하다"면서도 "전면적인 영업 정지 조치는 소비자, 입점업체, 배달 기사 등에 대한 파장이 클 수 있어 조건부 영업 정지나 영업 제한 조치가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www.hankookilbo.com/News/Read/A2026010216510004446)
(www.hankookilbo.com/News/Read/A2025123114140004729)
"미국 국세청과의 공조 조사도 추진"

임광현 국세청장은 쿠팡에 대한 고강도 특별세무조사와 관련, 미국 국세청(IRS)과의 공조 가능성도 열어뒀다. 현재 국세청은 '기업 저승사자'로 불리는 서울국세청 조사4국과 국제거래조사국을 동시 투입해 쿠팡 특별세무조사를 진행 중이다. 한국 쿠팡이 미국 본사로 부당하게 수익을 이전했는지를 핵심으로 본다.
여기에다 IRS와 공조해 쿠팡 조사를 진행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왔다. 이해민 조국혁신당 의원은 지난달 30일 국회 청문회에서 "미국 IRS부터 행동이 시작돼야 쿠팡 경영진을 움직일 수 있다"며 "한미 조세조약 등을 근거로 한국 국세청이 IRS와 공조에 나서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 의원은 "쿠팡처럼 역외거래 비중이 높은 기업은 (IRS와)정보 교환을 넘어서 동시 세무조사까지 끌고 갈수도 있다"고도 했다. 미국 본사나 해외 관계사들과의 거래를 통해 국내 발생 이익을 해외로 이전, 쿠팡이 세금 탈루를 했을 수 있다는 의혹을 겨냥한 발언이었다. 임 청장은 이 의원 요청에 대해 "미국 국세청과 공조할 수 있는 부분에 대해선 최대한 하겠다"고 답했다.
김영훈 고용노동부 장관은 쿠팡의 산재 은폐 가능성에 대한 특별근로감독 필요성을 인정하며 전수조사 의지를 밝혔다. 쿠팡 청문회에서 안호영 민주당 의원이 "쿠팡풀필먼트서비스(CFS)의 3년간 재해 현황 데이터를 보면 재해 710건 중 구급차로 이송된 건 359건에 불과하다"며 "나머지 351건은 회사 차량 등을 이용했고, 산재 처리가 안 된 것으로 보인다"고 지적한 데 대한 반응이었다. 당시 김 장관은 "(산업안전보건법) 위반 소지가 다분해 보인다"고 답했다. 노동부 차원의 특별근로감독이 필요하다는 안 의원 주장에도 그는 "충분히 필요하고, 전수조사를 해 보겠다"고 호응했다.
(www.hankookilbo.com/News/Read/A2025122216300004870)
(www.hankookilbo.com/News/Read/A2025123014420005794)
'한국형 디스커버리' 집단소송법안 발의

쿠팡에 대한 여당의 전방위적 압박도 최고 수위로 치솟고 있다. 민주당은 청문회보다 강도가 더 센 국정조사를 추진하고 있다. 김남근 민주당 의원 등 범여권 의원 20명은 지난달 31일 '집단소송법안'을 발의했다. 현재 증권업에만 한정된 집단소송 적용 분야를 확대하고 100명 이상 피해자로부터 소송을 위임받은 단체가 대기업을 상대로 '책임확인소송'을 제기할 수 있도록 하는 게 골자다.
이 법안은 가해 기업이 고의적으로 불법 행위를 하거나 무모하게 책임을 회피하고 구제를 지연할 경우, △피해액의 최대 5배까지 배상하도록 하는 징벌적 손해배상제를 명시하고 △원고 측이 기업 내부 핵심 증거에 접근할 수 있도록 하는 '한국형 디스커버리(증거개시 제도)'도 포함했다. 쿠팡뿐 아니라 국내 대기업 집단 모두가 적용 대상이 된다. 이 때문에 해당 법안의 국회 통과 시 재계 전반의 사법 리스크가 급격히 확대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금융감독원은 아예 올해 신년사를 통해 쿠팡을 저격했다. 이찬진 금감원장은 1일 신년사에서 쿠팡을 겨냥해 "대형 유통 플랫폼의 경우, 유관기관과 협력해 금융기관에 준하는 감독 체계를 포함한 제도 개선 방안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대규모 개인정보 유출에도 불구하고 쿠팡이 전자금융업자 등으로 분류되지 않아 금감원의 감독 범위에서 벗어나 있는 현실을 짚은 것이다. 금감원도 '쿠팡 조사 권한'을 갖는 방안을 과기정통부 등과 논의하겠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www.hankookilbo.com/News/Read/A2026010216510004446)
박소영 기자 sosyoung@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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