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 최고 수준 도서관 6곳 '도장 깨기' 어때요? [문화 핫플]
잠시 멈춰 나와 세상 바라봄 의미
SK그룹의 대표적 사회공헌 사업
책 읽기 최적화된 건축 설계 이목
도서관마다 주제·프로그램 ‘다양’


AI에게 울산이라는 도시를 요약해달라고 물었다. 그러자 ‘한국의 산업 수도로서 자동차, 조선, 석유화학 산업이 발달했다. 현대자동차, 현대중공업, SK에너지, LG화학, 롯데정밀화학, S‑OIL, 듀폰 등 글로벌 기업이 집적돼 있고 대왕암공원, 태화강 등 자연환경도 뛰어나다’라고 답한다. 요약을 잘했지만, 울산의 큰 자랑거리 하나를 빠뜨렸다. 전국 최고의 도서관 겸 인문학당이 무려 6개나 있는 책 읽기의 성지라는 사실이다. 이미 책 읽기를 좋아하는 사람들에겐 ‘6곳의 울산 지관서가 도장 깨기’가 유행이 되고 있다. ‘6곳의 지관서가를 품은 울산이 부럽다’라는 말은 만든 그곳을 찾아갔다.
■지관서가의 시작과 확대
지관서가는 SK그룹의 대표적인 사회 공헌 사업으로, SK가 재원을 담당했고, 지자체가 공공시설을 지원했다. 재단법인 지관이 전체 관리를 하며, 지역의 시니어클럽, 장애인협회 등 비영리 단체가 위탁운영을 맡아 지역을 살리는 상생의 목적도 실현하고 있다.
재단법인 이름이자 도서관의 이름인 지관은 ‘잠시 멈추어(止) 나와 세상을 깊이 바라본다(觀)’라는 철학을 담고 있다. 분주하게 달리던 몸과 마음을 잠시 멈추고(止), 나와 세상 전체를 깊이 바라보는(觀) 일은 우리 삶을 더 행복하게 변화시키려는 목적이 있다.


■각자 다른 주제가 있어 매력
지관 재단은 “지관서가마다 주제가 있고 그에 따라 도서 큐레이션을 한다. 테마에 맞는 다양한 인문 행사도 열고 있다. 자연스럽게 자신이 좋아하는 테마에 따라 지관서가 마니아들이 형성되고 있다”라고 소개했다. 실제로 지관서가의 독서 모임과 봉사자 모임도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다.
울산대공원점의 주제는 '관계'이다. 울산대공원은 주로 가족, 연인, 친구, 반려동물과 함께 느긋하게 거닐며 산책하는 곳이며, 함께 걷는 이의 보폭에 맞춰 걷는 산책길이 관계 속에서 살아가는 우리의 인생길을 닮았다는 점에서 이 주제를 택했다.
매주 주말마다 울산대공원 지관서가를 찾는다는 50대의 김 모 씨는 “이 곳의 주제가 심오하다. 인문, 철학책이 많아 어렵게 느껴질 수도 있지만, 이 정도 수준의 인문, 철학책이 구비된 도서관은 흔치 않다. 그런 점에서 6곳의 지관서가 중 이곳을 가장 좋아한다”라고 소개했다.


선암호수 노인복지회관에 자리 잡은 선암호수공원점은 장소성을 고려해 '나이듦'을 주제로 잡았다. 노년이 젊음의 상실이 아닌, 노년만의 완숙함과 찬란함을 지닌 시절임을 발견하는 책들이 주로 배치돼 있다.
유니스트의 주제는 명상이다. 빨리 변하는 시대에 우리는 속도를 맞추기에 급급하다. 속도보다는 방향이라는 말이 있다. 그 방향을 스스로 설정하기 위해 잠시 멈춰 서서 내면으로 눈을 돌리고 ‘인간다운 삶’에 대해 깊이 질문하자는 뜻이 있다. 실제로 오전 8시, 오후 6시에 한 시간씩 집중 명상 시간이 있으며 명상음악 전문 회사 케렌시아가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다.




■자연을 품은 명당에서 책 읽기
울산 지관서가의 장점은 대부분 자연 속에 자리 잡아 커다란 창 가득 자연을 품고 있다는 사실이다. 울산대공원점은 입구에서 800미터 정도 숲길을 걸으면 푸근한 산장 같은 공간을 만난다. 유니스트점은 전국에서 아름다운 대학 풍경으로 꼽히는 가막저수지를 둘러싸고 있다. 잔잔한 호수 같은 물을 바라보며 명상도 하고 책을 읽는 기분은 남다르다.
실제 큰 호수를 끼고 있는 선암호수공원점과 박상진호수공원점도 있다. 호수 주변을 산책한 후 지관서가에서 따뜻한 차와 마음의 깊이를 더하는 책을 보다가 고개를 들면 호수 전경을 가득 담을 수 있다. 다만 선암호수공원은 노인복지관에 자리 잡고 있어 1층은 복지관 프로그램 이용자들로 시끄러운 편이다. 2층에 앉아 책 읽기를 권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