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팡이 건져 올린 에코백 사진, 증거자료로 실패한 이유[청계천 옆 사진관]
● 이상하게 받아들여지는 쿠팡 사진
쿠팡 전직 직원의 고객 정보 불법 해킹 사건에서 시작된 쿠팡과 정치권의 갈등이 점입가경입니다. 고객에 대한 사과의 의미로 마련된 5만 원짜리 보상 쿠폰이 ‘꼼수’라는 언론의 지적까지 더해지면서 이 사태는 좀처럼 진정되지 않고 있습니다.
이번 사건처럼 해킹이나 파이낸스 범죄는 원래부터 ‘실제 사진’으로 설명하기 가장 어려운 영역입니다. 눈에 보이지 않는 범죄이기 때문입니다. 범죄는 서버 안에서 벌어지고 인터넷망을 통해 확장되기 때문에, 현장 기자들이 포착할 수 있는 이미지는 극히 제한적입니다. 그래서 언론 보도에 등장하는 장면은 늘 비슷합니다. 서울 송파구에 있는 쿠팡 본사 건물 옥상 간판과 빨간 신호등을 연결해 ‘경고등이 켜진 회사’ 이미지를 구성하는 방식입니다.

그나마 회사 대표가 카메라 앞에서 고개 숙여 사과하거나, 범인이 공권력에 의해 체포·압송되는 장면이 등장하면 “문제가 관리되고 있다”거나 “해결 국면에 들어섰다”는 메시지가 전달됩니다. 그런데 이번 사건에서는 특이한 장면이 등장했습니다. 사건의 시작으로 추정되는 노트북과 하드디스크가 언론을 통해 직접 공개됐기 때문입니다.
● 크리스마스에 배포된 ‘증거’ 이미지
쿠팡은 지난달 25일 크리스마스에 시민과 언론을 향해 이례적인 사진을 배포했습니다. 사건의 원인이 된 노트북을 찾아 회수했다는 의미의 이미지였습니다. 언뜻 보면 ‘깜짝 특종’처럼 보일 수 있습니다. 사진이 주려고 했던 기대는 분명합니다. 문제가 통제되고 있고, 해결 단계에 접어들었다는 신호입니다.
그러나 결과는 달랐습니다. 이 사진은 사태를 진정시키지 못했고, 오히려 의문을 증폭시켰습니다.
● 실패의 첫째 이유: 맥락이 빠진 회수 장면
첫 번째 이유는 회수 과정, 이른바 ‘메이킹 필름’의 진정성 부족입니다. 언론이나 수사기관이 아닌 사건의 당사자가 잠수부를 동원해 범행 도구를 찾는 장면은 많은 이들에게 낯설게 다가옵니다.
사람들은 사진을 이미지 자체로만 소비하지 않습니다. 항상 그 배경과 맥락을 함께 읽습니다. 특히 맥락을 중시하는 동아시아 문화권에서는 더욱 그렇습니다. 한국 사진에 인물이 자주 등장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습니다. 인물 사진조차 그 사람이 처한 환경과 역할을 함께 담으려는 경향이 강합니다. 맥락이 제거된 ‘증거’는 설득력을 얻기 어렵습니다.

중국이라는, 외국인의 촬영이 제한적인 공간에서 잠수 작업을 동반한 촬영이 쉽지 않았을 가능성은 충분히 짐작할 수 있습니다. 그 결과 주변의 시선이나 현장 분위기가 배제된 단조로운 화면만 전달되었습니다.
이 지점에서 자연스럽게 떠오르는 사례가 있습니다. 천안함 폭침 사건 조사 결과 공개됐던 ‘북한 1번 어뢰’ 사진입니다. 북한이 공격했다면서 정부가 제시한 결정적 증거였지만, 지금도 이를 신뢰하지 않는 시선은 존재합니다.

공적 기관의 발표조차 맥락이 부족하면 의심을 완전히 해소하지 못하는 사회에서, 쿠팡이 제시한 이미지는 설명이 충분하지 않았습니다.
사진이 신뢰를 얻는 지점은 결론이 아니라 과정입니다. 외부의 시선이 배제된 증거는, 사실 여부와 무관하게 의심부터 불러옵니다. 그래서 정말 민감한 상황에서는 소수의 기자들을 현장 멀리라도 배치해 촬영하게 하는 방식이 동원되곤 합니다.
● 설득에 실패한 두 번째 이유: 경험과 어긋난 디테일
두 번째 이유는 에코백의 상태입니다. 쿠팡 로고가 선명한 에코백에 노트북을 넣어 중국의 흙탕물에 버렸다는 설명, 그리고 물에서 건져 올렸음에도 색과 글자가 비교적 또렷한 모습은 많은 사람들의 일상 경험과 쉽게 맞지 않습니다.

물론 에코백 외부에 추가 포장재가 있었기 때문에 며칠 동안 물 속에 있었던 가방이 깨끗했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는 없습니다. 그러나 사진만으로는 그런 맥락이 잘 읽히지 않습니다. 사람들은 이미지를 볼 때 자신의 기억과 경험을 기준으로 판단합니다. 그 경험과 어긋나는 순간, 사진은 설명이 아니라 의심의 대상이 됩니다.
● 정치권의 해결 능력에 대한 의문
주변에서는 “쿠팡에 실망했다”는 반응과 함께, “만약 쿠팡이 흔들리면 우리가 익숙했던 생활 방식은 어떻게 되는가”라는 현실적인 고민도 동시에 제기됩니다. 그렇다고 해서 문제 해결의 주체로 국회를 신뢰하는 시선이 압도적으로 많아 보이지도 않습니다.
특히 과학기술정보통신위원회 최민희 위원장이 마이크를 잡고 등장하는 장면을 낯설게 받아들이는 시선도 존재합니다. 자녀 결혼식 등 과거에 강하게 각인된 사적 이미지들이 완전히 지워지지 않은 상태에서, 첨단 기술 기업을 향한 강한 질타는 메시지보다 인물에 대한 기억을 먼저 떠올리게 만드는 효과를 낳습니다.
지난달 31일 국회에 출석한 쿠팡 법무 담당 부사장은 “국정원 직원 3명과 접촉했고, 중국에 가서 용의자를 만나 노트북을 받아오라고 요구했다”고 증언했습니다. 하천에서 증거물을 회수한 과정 역시 국정원의 권유가 있었다고 설명했습니다. 설명은 점차 구체화되고 있지만, 이 과정에서 정부 합동조사단과 국정원 역시 적지 않은 부담을 안고 있는 상황으로 보입니다.

● 빌런은 분명한데, 영웅은 보이지 않는다
디지털 유통의 시대에 대규모 개인정보 유출은 누구나 체감하는 새로운 위기입니다. 해커라는 빌런은 분명히 존재합니다. 문제는 그 위협을 어떻게 통제하고, 누가 그 과정을 신뢰 가능한 방식으로 보여줄 것인가입니다.
그러나 지금까지 드러난 장면들은 문제를 수습하는 이미지라기보다 책임이 분산되는 인상을 남겼습니다. 쿠팡이 제시한 사진은 너무 이른 시점에 결론을 보여주려 했고, 그 속도를 따라갈 만큼의 맥락은 충분히 축적되지 못했습니다. 정치권의 압박 역시 변화한 플랫폼 환경에 맞는 설득 전략으로 기능했는지에 대해서는 의문이 남습니다. 그 사이 이용자들의 불안은 점점 커지고 있습니다. 어떻게 이 스트레스를 벗어날 수 있을까요? 좋은 댓글로 여러분의 생각을 나눠주시면 좋겠습니다. 백년사진이었습니다.
변영욱 기자 cu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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