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년 버텨도 ‘만원’은 못 버틴다… 동네 목욕탕의 영업 갈림길

김지원 2026. 1. 3. 11: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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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7년 용인시 처인구 김량장동에서 문을 연 대중목욕탕 ‘삼성탕’은 지난해 3월 영업을 종료했다. /김지원기자 zone@kyeongin.com


1987년 용인시 처인구 김량장동에서 문을 연 대중목욕탕 ‘삼성탕’은 지난해 3월 영업을 종료했다. 새해를 맞아 목욕탕을 찾았던 지역 노인들은 삼성탕이 문을 닫자 걸어서 15분 거리의 다른 목욕탕을 찾아야 했다. 인근의 A목욕탕의 목욕값은 8천원. 새해를 맞아 주변 목욕탕들이 잇따라 가격을 올렸지만 이곳은 선뜻 인상에 나서지 못했다.

A목욕탕 직원은 “형편이 어려운 노인들이 많이 찾는 곳이라 가격을 쉽게 올리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수원시의 또 다른 목욕탕 역시 버티고 버티다 올해 목욕값을 1만원으로 인상했지만 10회 이용권을 구매하면 1만원을 깎아주는 방식으로 손님들의 부담을 낮추고 있었다.

2일 지방행정인허가데이터에 따르면 2026년 현재 경기도에서 운영 중인 대중목욕탕은 725곳이다. 도내 대중목욕탕은 2024년 36곳, 지난해 32곳이 각각 폐업했다. 최근 2년 사이 대중목욕탕 10곳 중 1곳이 문을 닫은 셈이다. 이 가운데 파주시 ‘대영목욕탕’과 양주시 ‘신우목욕탕’ 등 50년 넘게 지역을 지켜온 노포들 역시 폐업을 피하지 못했다.

용인시의 한 대중목욕탕. /김지원기자 zone@kyeongin.com


만원짜리 목욕탕은 이미 일상적인 풍경이 됐다. 한국소비자원이 발표한 서비스요금 가격동향을 보면 2024년 12월까지 9천983원을 유지하던 도내 목욕값 평균가는 지난해 1월 1만172원으로 오른 뒤 최근에는 1만345원으로 집계됐다. 소비자물가지수로 따져봐도 2020년을 기준치 100으로 놓았을 때 지난달 목욕탕 가격지수는 141.56으로 나타났다. 기준시점 대비 40% 이상 오른 것이다.

목욕탕 가격 상승의 배경에는 공공요금 인상이 수년간 누적된 구조적 압박이 자리하고 있다. 난방과 온수 사용이 필수인 대중목욕탕 특성상 전기·가스·난방비는 가장 큰 고정비다. 분기별 공공요금 지표를 보면 상수도료는 2021년 초 101.7에서 지난해 말 114.9로 약 13% 상승했고, 전기료는 같은 기간 100 안팎에서 최고 143선까지 오르며 40% 이상 급등했다. 도시가스 요금 지수는 94 수준에서 147까지 치솟았고, 지역난방비 역시 98에서 164로 뛰며 60% 넘게 상승했다. 여기에 인건비와 각종 서비스 비용 상승까지 겹쳤다.

이로 인해 대중목욕탕은 요금 인상과 폐업 사이 갈림길에 서 있다. 목욕값을 올리면 고령층과 저소득층 이용자의 부담이 커지고 가격을 유지하면 늘어난 고정비를 감당하지 못해 경영 압박이 누적된다. 이용권 할인이나 가격 인상 시점을 늦추는 방식으로 버티고 있지만 이런 선택이 장기적인 해법이 되기 어렵다는 게 현장의 공통된 반응이다. 도내 한 대중목욕탕 관계자는 “목욕탕은 서민 생활과 직결된 필수 공간이지만 비용 구조 변화 앞에서는 가장 먼저 흔들린다”고 말했다.

/김지원 기자 zone@kyeongi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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