듣기만 해도 희망이 샘솟는, 무한 다카포! [.txt]

한겨레 2026. 1. 3. 07: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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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프레퍼드의 드러머 릭 앨런은 교통사고로 왼팔이 절단됐지만 피나는 연습을 통해 한쪽 팔로도 연주를 했다. 그는 ‘희망과 회복의 아이콘’으로 통한다. 위키미디어 코먼스, 플리커(Flickr)

2026년이 시작되었다. 각자의 상황이 어떠하든 간에 다들 희망을 품는 시기이기도 하다. 나 역시 그렇다. 이미 노화가 가속화되고 있는 나이기에 인생 최고의 한해까지는 욕심내지 않지만, 올해가 적어도 2025년보다는 더 나은 해가 되기를 바란다. 벌써 12년째 만나고 있는 한겨레 독자님들은 나보다 더 나은 한해를 보내기를 바라며, 오늘의 큐시트는 듣기만 해도 희망이 샘솟는 노래들로 채워본다.

아이 앰(I AM) – 아이브

https://youtu.be/6ZUIwj3FgUY?si=OTgSeATdKZAPJhn-

2023년에 나온 ‘아이브’의 셀프 타이틀 앨범 수록곡. 모든 면에서 확신과 응원이 가득한 노래다.

다른 문을 열어 따라갈 필요는 없어/ 넌 너의 길로 난 나의 길로

하루하루마다 색이 달라진 느낌/ 밝게 빛이 나는 길을 찾아

인생이란 아름다운 우주라는 김이나 작사가의 노랫말은 가슴이 울리는 비트와 설레는 멜로디와 합체되어 전율을 준다. 공항 활주로에서 솟아오르는 비행기로 시작해 새로운 문을 열어젖히는 멤버들 모습으로 이어지는 뮤직비디오 역시 노래의 결과 어긋남이 없다. 발표 당시에도 무척 사랑받았는데 영화 ‘케이팝 데몬 헌터스’의 주제가 ‘골든’과 쌍둥이 노래로 다시 주목받고 있다. 비슷하면서도 묘하게 다른 두곡을 이어 들으면 긍정의 에너지가 배로 충전될 것이다.

포어 섬 슈거 온 미(POUR SOME SUGAR ON ME) – 데프레퍼드(DEF LEPPARD)

https://youtu.be/0UIB9Y4OFPs?si=A90WrE62d82fkVAK

영국의 작은 도시 셰필드의 스쿨 밴드로 시작한 데프레퍼드는 일찌감치 미국으로 건너가 3장의 앨범을 발표하며 최고 인기 록밴드로 자리매김했다. 그러나 끔찍한 악재가 그들을 기다리고 있었다. 4집 앨범을 준비하던 중 드러머 릭 앨런이 교통사고를 당해 왼팔이 절단된 것이다. 한쪽 다리 없는 축구 선수처럼 외팔이 드러머는 존재할 수 없지만, 릭 앨런 본인과 나머지 멤버들은 포기하지 않았다. 한쪽 팔로 연주가 가능한 특수 드럼 세트를 만들어 피나는 연습을 한 끝에, 그들은 멤버 교체 없이 앨범 ‘히스테리아’를 발표했다. 1987년의 일이다. 그리고 이 앨범은 무려 2천만장이라는 천문학적인 판매 실적을 올리며 팝 역사상 가장 성공한 헤비메탈 앨범이 되었다.

빌보드 싱글 차트 2위를 차지했던 이 노래를 들어보면 불굴의 의지와 말초적 쾌락이 동시에 느껴진다. 한쪽 팔이 없는 릭 앨런의 모습이 뮤직비디오에 나올 때면 눈물도 난다. 이렇게 힘찬 드럼 비트를 한쪽 팔로 연주했다는 사실도, 이렇게 세련된 노래가 나온 지 40년이 되었다는 사실도, 소름 돋을 따름!

빌었어 – 창모

https://youtu.be/QIlzgNozXKw?si=VKO3Mni8KyamQkYj

무명의 래퍼가 간절한 바람 끝에 기적처럼 성공하는 순간을 담아낸 노랫말이 가슴을 뭉클하게 적신다. 앨범 버전에는 노래 앞에 오르골 소리와 함께 소박한 해설이 붙어 있다.

‘옛날 옛날에 남양주시 와부읍 덕소리에서 자란 한 소년이 있었어요. 아이는 주머니에 아무것도 없었지만 어머니의 사랑은 가득해 항상 웃음 짓던 소년이었죠. 어느 날 그 소년 앞에 금을 두른 부자가 나타났답니다. 부자는 그에게 물었어요. 너에게 미래를 줄 테니 지금 이 순간을 나와 바꾸지 않겠니?’

이 노래는 첫번째 트랙인데, 이 밖에도 청춘의 송가 모음집이라고 할 만한 ‘보이후드’ 앨범 전체를 들어볼 만하다. 한국 힙합의 걸작이라고 주저 없이 꼽아본다.

피아노 협주곡 5번 (황제) - 베토벤

https://youtu.be/m0evC5OMofs?si=Bm1Eg8Cipzo5C8PP

가난에 시달리던 베토벤은 1809년이 되어 형편이 조금 나아지기 시작했다. 귀족 후원자들로부터 거액의 후원금을 약속받은 것이다. 하지만 그런 희망은 오래가지 못해 절망으로 바뀌었다. 나폴레옹 군대가 빈에 쳐들어오면서 베토벤의 후원자들을 포함한 귀족들이 빈을 탈출했기 때문이다. 빈에 남은 베토벤의 상황은 처참함 그 자체였다. 전투가 벌어지는 동안에는 약해진 청력을 보호하느라 책상 밑에 들어가 베개를 머리에 감싸고 있어야 할 지경이었다. 경제적 원조가 완전히 끊기고 음악 활동도 불가능한 상황에서 생계는 이전보다 더 곤궁해졌고 베토벤은 벼랑 끝으로 몰렸다. 당시 그의 서한 일부를 보자.

“가장 심각한 형태의 비참함을 겪고 있습니다…… 바로 얼마 전에 쌓아 올린 생존의 기반이 불안정해졌습니다…… 온통 파괴적이고 무질서한 행태뿐, 온통 북소리, 대포 소리, 모든 형태의 비인간적인 처참함뿐입니다.”

이토록 처절한 절망을 베토벤은 음악의 힘으로 극복했고 그 결과물이 바로 이 작품이다. 음악사적인 면에서도 대중적인 인지도 면에서도 피아노 협주곡의 황제라는 칭호가 과하지 않은 작품이니만큼 수많은 연주자가 명연을 남겼다. 요즘 아이돌급 인기를 누리는 조성진이나 임윤찬의 연주도 좋지만, 내가 가장 즐겨 감상하는 버전은 번스타인(지휘)과 지메르만(연주)의 조합이다.

베토벤의 인생은 희망과 절망과 극복의 무한 다카포(Da Capo, 처음부터 다시) 혹은 무한 변증법과도 같다. 우리의 인생도 크게 다르지 않다. 독자님들의 2026년에 희망과 축복이 깃들기를!

이재익 에스비에스 피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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