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춘기 다이어리] 우리는 아직, 확인받고 싶다

이설희 기자 2026. 1. 3. 05: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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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 충분한 사람들도 다시 무대에 서는 이유

[우먼센스] 몇 주전 <우먼센스> 엠버서더 '케이퀸 14기' 선발대회 본선이 있었다.  2019년에 참가자였던 내가 심사위원이 되다니 시간이 참 빠르다 싶었고, 그만큼 열심히 살아왔구나 싶어서 내심 뿌듯하기도 했다. 현장에 도착하니 묘한 감정이 올라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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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 40명 정도의 본선 진출자들은 나이와 직업이 다양했음은 물론 미혼부터 돌싱맘까지, 지금 우리 사회 여성들의 모습을 고스란히 대변하고 있었다. 화려한 준비물부터 며칠 고민했을 OOTD와 사전 각오를 담은 릴스를 올린 분들까지. 세상에 다재다능한 여성들이 이렇게 많구나 새삼 놀라웠다. 이 분들은 이미 다 가졌는데 무엇을 위해 케이퀸에 나온 걸까? 경력도 이룬 것도 많은 분들인데 도대체 무엇이 그녀들을 자극시켰을까.

문득 넷플릭스 시리즈〈흑백요리사〉가 떠올랐다. 이 서바이벌 프로그램에는 맛집의 상징인 블루리본과 미슐랭 스타를 받은 유명 셰프들이 대거 출연한다. 그들에게는 명성도 재력도 충분해 보인다. 그럼에도 생생한 현역임을 인정받고 싶어 하는 열정이 보인다.

서로 인사를 나누고 함께 도전을 하며 동료가 되어가고, 심사위원 앞에서 다시금 본인의 실력을 확인받고 싶어 한다. 지금까지 잘해왔고 여전히 잘하고 있다는 느낌. 살아있다는 느낌을 원하는 것이다. 특히나 1인 셰프 식당을 운영하는 분들은 심사에 통과하면 벅찬 눈물을 보이기도 했다. 1인 식당의 오너 셰프는 프리랜서와 같다. 오랜 시간 누군가의 칭찬과 보상이 없다가 그 모든 고생을 한꺼번에 인정받는 느낌. 왜 거기서 눈물을 흘리는지 알 수 있었다.

케이퀸 본선에 오른 이들 역시 대부분 프리랜서였다. 전업주부를 포함한 프리랜서 직업인들은 동료가 없고 소속감이 없다. 회사에서 주는 승진과 직급, 연봉처럼 체감할 수 있는 보상이 없다. 스스로 잘했다고 아무리 칭찬해보아도 때로는 아무도 나를 몰라준다는 허무함을 느끼곤 한다. 강해 보이고 독립적으로 보이는 사람들에게도 인정과 보상은 필요하다. 그래서 우리는 이런 자리에 서는 것이 아닐까. 무언가 부족해서가 아니라 인정과 동료가 필요하기 때문에. 나와 같은 생각을 하는 서로의 존재로 하여금 위로받고 함께 힘을 내기 위해서.

그날의 심사는 여운이 길었다. 나도 지금까지 충분히 열심히 살았노라 생각했는데 본인들의 필드에서 치열하게 살면서 여전히 도전하는 분들이 많았다. 남들이 보기엔 다 가진 것 같아도 나를 증명하고 인정받고 싶은 마음, 누군가와 함께하고 싶은 마음. 스스로를 증명하고 싶다는 마음은 내가 생생하게 살아있다는 감각이 필요하다는 반증이다. 마흔은 여전히 새로운 도전을 하기에 최적인 나이이다.

CREDIT INFO

글쓴이김명지 세모라이브 대표 & 동서울대학교 디지털컨텐츠학교 겸임교수. 2018년생 딸 아이를 키우며 미디어커머스 회사를 운영하는 워킹맘. 꽃과 사찰산책, 맛집, 와인과 야장을 좋아하는 감성 T.

이설희 기자 seherhee@ily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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