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10년 만의 스크린 복귀' 박시후, "결혼은 신중하게, 일상은 단단하게"

김지은 기자 2026. 1. 3. 04: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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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 박시후가 10년 만에 스크린으로 돌아왔다. 휴먼 드라마를 통해 인간의 얼굴을 다시 한번 생생하게 그려냈다.
사진 제공 후팩토리

[우먼센스] 배우 박시후의 연기 인생은 화려한 출발과는 거리가 멀었다. 데뷔 전후로 약 10년 가까운 무명 시절을 지낸 그는 드라마 <검사 프린세스>, <역전의 여왕>, <공주의 남자>, <청담동 앨리스> 등에서 여심을 사로잡는 배우로 등극했고 영화 <내가 살인범이다>를 통해 강렬한 인상을 남기며 배우로서 입지를 확고히 했다. 

그러나 지난 2013년 연예인 지망생 A씨와 관련한 사생활 논란에 휘말리며 피소됐으나, 고소인의 고소 취하로 무혐의 처분을 받았다. 이 논란으로 활동을 잠시 중단했으나, 이후 <동네의 영웅>, <황금빛 내인생> 등 드라마를 통해 복귀했다. 그러나 드라마 <바람과 구름과 비> 이후 5년 동안 연기 활동을 멈췄다.

공백기 동안 틱톡 라이브 등을 통해 팬들과의 소통을 이어갔다. 이 과정에서 인플루언서 B씨의 전남편 C씨와 관련한 '불륜 주선 의혹'에 휘말리기도 했으나, 그는 "명백한 허위 주장"이라며 맞섰다. 연예인 박시후로서 잊혀지는 듯 했으나 그는 정공법으로 대중의 곁에 돌아왔다.

박시후의 선택은 연기였다. 이번엔 드라마가 아닌 영화다. 2012년 공개된 <내가 살인범이다> 이후 10년만에 영화 <신의 악단>을 택한 것. 극 대북제재로 자금 흐름이 막힌 북한이 국제사회에서 2억 달러의 지원을 얻기 위해 보위부에 북한 최초의 가짜 찬양단을 만들라는 임무를 내리며 생기는 일을 그린다.

극에서 박시후는 가짜 찬양단을 조직하는 보위부 장교 박교순 역을 맡았다. 성공만을 위해 살던 피도 눈물도 없던 주인공이 오합지졸 악단을 이끌며 인간적으로 변해가는 모습을 통해 휴머니즘을 생생하게 전한다. 

사진 제공 호라이즌웍스

Q. 10년만에 영화 출연입니다. 다시 현장에 선 순간이 어땠나요?
현장에 들어가는 순간 바로 느껴졌어요. "아, 이게 영화였지"라고요. 대중의 기억에 남는 저의 영화는 <내가 살인범이다>인데, 당시엔 드라마 촬영도 병행하고 있어서 정신없이 달렸거든요.  오랜만에 영화를 하게 됐는데 몽골에서 촬영하면서 스태프와 배우들이 자연스럽게 돈독해졌어요. 더 좋은 장면을 만들기 위해서 다 같이 고민하고 의견을 나누고 시간을 사용했죠. 현장 분위기는 굉장히 좋았어요.

Q. 하지만 촬영 현장은 만만치 않았다고요.
조금 더 여유가 있을 줄 알았는데 드라마보다 더 급하게 느껴질 때도 있었어요. 예전엔 2~3일씩 밤을 새우며 촬영하는 경우가 흔했는데, 이젠 촬영 시간이 정해져 있어서 스케줄이 타이트했죠.  촬영 후에 여유 시간이 있어서 배우로서 고민할 시간은 늘었고 체력을 관리할 수 있었어요.

Q. 작품을 선택한 계기는 무엇이었나요?
시나리오였어요. 제가 인상깊게 본 <7번방의 선물>의 김황성 작가님 작품이라고 하길래 꼭 시나리오를 읽어야겠다고 생각했죠. 저는 시나리오를 읽었을 때 느낌으로 출연으로 결심하거든요. 

사진 제공 호라이즌웍스

Q. 작품 속 캐릭터 박교순의 어떤 점이 가장 마음에 들었나요?
성공을 위해 물불 가리지 않는 냉철한 캐릭터가 악단을 만나면서 인간적으로 변하는 과정이 마음을 건드리더라고요. 또 코믹한 부분도 있고요. 무엇보다 이야기가 전개되는 방향이 좋았어요.

Q. 극에서 정진운 배우와 호흡을 맞춥니다. 어땠나요?
저랑 정말 정반대예요. 저는 장남이라 조용한 편인데, 진운이는 먼저 다가와서 말을 걸고 분위기를 푸는 막내 스타일이거든요. 극 중에서는 계속 부딪히지만 실제로는 달랐어요. 솔직하고 인간적인 친구인 진운이가 편하게 다가와 주니까 자연스럽게 케미가 생겼죠.

Q. 설원에서 노래를 부르는 장면이 인상 깊었어요.
해가 지기 전까지 반나절 동안 촬영했는데 상상하시는 것보다 몽골은 훨씬 더 추워요. 눈 위를 맨발로 걸었는데 다섯 발짝 이상 걷는 게 불가능했어요. 다섯 발짝을 걷고 수건으로 발을 녹이고, 다시 걷고 녹이고를 반복하며 촬영했어요.

Q. 첫 촬영 땐 기온이 영하 38도였다고요.
너무 추워서 눈물이나 콧물이 나는데 바로 얼 정도라 카메라가 멈췄어요. 카메라가 작동을 안 해서 실내로 가져가 녹이고 다시 촬영했죠. 결국 야외 촬영 대신 실내 촬영을 하다가 2~3주 뒤 다시 야외로 나갔어요. 그때도 영하 20도 정도였고요. 카메라가 얼어버린 건 처음 봤어요.

Q. 데뷔 후 처음으로 북한 사투리 연기에 도전했습니다.
북한 사투리는 처음이라 실제 보위부 장교 출신의 선생님이 현장에서 직접 지도해주셨어요. 선생님에게 배운 내용을 녹음해서 촬영 전까지 계속 들었어요. 선생님이 모니터를 보면서 피드백을 주셨는데 "잘하고 있다"고 말씀하셔서 자신감이 많이 생겼어요. 칭찬이 없었다면 훨씬 힘들었을 거예요.

Q. 노래를 부르는 장면은 어땠나요?
제일 부담됐어요. 진운이를 비롯해 주변 배우들이 노래를 잘하니까 오죽하면 감독님께 "노래를 부르는 장면은 빼면 안될까요?"라고 물었어요. 그런데 저는 배우니까 감정에 집중하자고 마음먹고 노래를 불렀고 현장에서 "표정에서 감정이 보인다"는 말을 듣고 방향이 잡혔죠. 그때부터는 노래를 잘하려고 하기보다 캐릭터의 감정을 따라가려고 했죠.

사진 제공 호라이즌웍스

Q. 극에서 상반신을 노출합니다. 부담되진 않았나요?
대본에 없던 장면인데 현장에서 자연스럽게 아이디어가 나왔어요. 상반신 노출 장면을 촬영하기로 하고 감독님께 "내게 2주만 시간을 달라"고 요청했어요. 오랫동안 1일1식하며 꾸준히 몸 관리를 하고 있어서 노출 장면이 크게 부담되진 않았어요. 물론 현지 사정상 제대로 준비할 수 없었던 건 아쉽죠. 

Q. 동안배우로 유명합니다. 평소엔 외모 관리를 어떻게 하나요?
기본은 체중 관리입니다. 살이 찌면 동안 외모도 다 사라집니다.(웃음) 무작정 굶는 것은 아니고 하루 한 끼는 맛있는 음식을 먹어요. 단백질 위주로 한 끼를 충분히 먹으면 24시간을 굶어도 배고픈지 몰라요. 또 저는 술을 마시지 않고 담배를 피우지 않아요. 술은 체질적으로 못 마시고, 담배는 예전에 뮤직비디오 촬영할 때 연기로 피워봤어요. 이런 습관이 건강 관리나 피부 관리로 이어진 것 같아요.

Q. 공백기에 '인간 박시후'는 어떻게 지내나요?
읽었을 때 와닿는 시나리오가 없으면 1~2년 동안 작품을 하지 않기도 해서 혼자 있는 시간에 익숙해요. 그럴 땐 캠핑도 가고 여행을 떠나요. 해외에 나가면 6개월에서 길게 1년 정도 머물면서 운동을 하고 생각 정리도 해요. 시간을 허투루 보내진 않아요.

Q. 팬들과의 소통도 적극적인 편입니다. 틱톡 라이브 방송이 화제를 모았어요.
팬분들과 소통이 재밌어요. 무명 생활을 10년 정도 하면서 보조 출연을 자주 했어요. 당시 일본 팬들이 주연 배우를 응원하는 걸 보면서 "나는 언제 저런 응원을 받아볼까?"라는 생각이 들고 부러웠죠. 그래서 지금도 팬분과 최대한 소통하려고 해요. 일상에서 틱톡 라이브를 하면 팬들과 여행하면서도 같이 걷고, 이야기 나누는 것 같아요. 그러다 보면 외롭다는 생각이 들 틈이 없어요.

사진 제공 후팩토리

Q. 팬들은 박시후의 결혼 소식을 궁금해합니다.
비혼주의자는 아니에요. 다만 작품 고를 때처럼 신중할 뿐이에요. 옛말에 급할수록 돌아가라는 말이 있잖아요? 저는 지금 돌아가는 중인 것 같아요. 억지로 인연을 만드는 것보다 자연스럽게 찾아오는 운명을 믿어요.

Q. 사생활 논란이 있었는데 제작 발표회에서 입장을 전했죠(인플루언서 B씨는 박시후가 전남편 C씨의 불륜을 주선했다고 주장했다).
사실이 아니기 때문에 크게 흔들리지는 않았습니다. 황당한 이야기라 처음엔 대응할 생각도 없었어요. 다만 주변에서 걱정을 많이 했고, 함께 영화를 만든 분들께 피해가 갈까 봐 법적 대응을 결정했어요. 결국 사실은 밝혀진다고 생각합니다. 저는 이 영화가 관객에게 제대로 전달되길 바랄 뿐이에요.

Q. 차기작이 공개될 예정이죠. 드라마 <멘탈리스트> 촬영을 마쳤고, 영화 <카르마>의 촬영을 준비 중입니다.
<멘탈리스트>는 1년 가까이 촬영했는데 방영되지 않아서 아쉬워요. 언젠가 방영될 날을 기다리고 있죠. 지금 영화 <카르마>를 준비하고 있어요. <신의 악단>과 다른 스릴러 장르인데 <내가 살인범이다> 속 캐릭터보다 더 거칠고 강한 상남자 사이코패스 캐릭터라 또 다른 모습을 보여드릴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해요.

Q. 2026년입니다. <우먼센스> 독자들에게 한 말씀 부탁드립니다.
많은 분들이 <신의 악단>을 봐주시길 바랍니다. 이 작품이 또 하나의 출발점이 되길 바라면서, 다음 작품도 차분히 준비할 거예요. 저는 아직 보여줄 게 많은 배우예요.

김지은 기자 a051903@ily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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