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핵심무기 데이터센터…미국 3811개, 한국 84개

2026. 1. 3. 0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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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데이터센터 전쟁, 한국의 현주소는
“전 세계 데이터센터가 ‘인공지능(AI) 공장’으로 전환하는 AI 산업혁명 시대가 시작됐다.” 미국의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는 2024년 공식석상에서 이같이 말하며 물리적 인프라인 데이터센터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데이터센터는 서버 등 컴퓨터 시스템과 통신 장비, 전원 공급 장치를 갖춰 인터넷과 연결된 데이터를 모은다. 이곳을 그래픽처리장치(GPU) 등의 AI 가속기 기반으로 전환하면 AI가 빅데이터로 각종 복잡한 문제에 대해 수월하게 학습하고 추론, 결과물을 낼 수 있다. 이 때문에 주요국이 앞을 다퉈 데이터센터 확충에 사활을 걸고 있지만 한국은 뒤처지고 있어 우려 목소리가 나온다.

미국 인디애나주 뉴칼라일에 있는 아마존웹서비스 AI 데이터센터. [로이터=연합뉴스]
구글 모회사 알파벳은 지난해 12월 22일(현지시간) 미국 기업 인터섹트파워(Intersect Power)를 47억5000만 달러(약 6조8000억원)에 인수하는 최종 계약을 했다고 발표했다. 인터섹트파워는 태양광 발전 등으로 에너지 인프라 솔루션을 제공하는 기업이다. 구글은 대규모 전력을 필요로 하는 AI 데이터센터 인프라 확장을 위해 이번과 같은 에너지 분야 전문 업체 인수가 필수라고 봤다. 순다르 피차이 구글·알파벳 CEO는 “데이터센터를 확장하고 신규 데이터센터 수요에 맞춰 새 발전 설비를 빠르게 구축하는 운영 효율화에 기여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데이터센터 시장 2032년 839조원으로
AI 시장 패권을 장악하려는 글로벌 경쟁이 격화하면서 데이터센터 확충 전쟁이 치열하게 전개되고 있다. 외신에 따르면 중국은 지난해 화웨이 등이 참여하는 370억 달러(약 53조1000억원) 규모의 AI 데이터센터 건설에 나섰다. 앞서 미국이 2029년까지 5000억 달러(약 718조원) 이상 투자해 미국 전역에 AI 데이터센터를 구축하는 내용의 ‘스타게이트 프로젝트’를 발표하자 대응에 나선 것이다. 일본도 소프트뱅크그룹이 데이터센터 운영 업체 스위치(Switch)의 인수를 검토하는 등 대응에 여념이 없다. 프랑스는 아랍에미리트(UAE)와 손잡고 1GW(기가와트) 규모의 AI 데이터센터를 프랑스에 설립하기로 했다.

이들 주요국을 고객사로 둔 엔비디아의 데이터센터 부문 매출은 2024년에 전년보다 142.5% 증가한 1152억 달러(약 165조3000억원)를 기록했고, 지난해엔 이보다 65.2% 증가한 1903억 달러(약 273조원)를 기록할 것으로 추정된다. 엔비디아는 오픈AI와 협력해 10GW, GPU 400만~500만 개 규모의 데이터센터를 구축 중이다. 이는 하루 약 800만 가구의 전력 사용량과 맞먹는 AI 인프라 사상 최대 규모다. 포춘비즈니스인사이츠는 이렇게 AI 가속기를 등에 업고 급성장 중인 글로벌 데이터센터 시장이 2024년 2427억2000만 달러(약 348조2000억원)에서 2032년 5848억6000만 달러(약 838조9000억원)로 2.4배 규모가 될 것으로 전망했다.

그래픽=이윤채 기자
한국도 민간 기업을 중심으로 동참에 적극 나서고 있다. SK그룹은 세계 1위 클라우드 기업 아마존웹서비스와 손잡고 울산에 100㎿(메가와트) 규모 AI 데이터센터를 건설 중이다. 2027년 말 상업가동 시작이 목표다. 삼성SDS는 경북 구미에서 엔비디아 GPU 수만 장을 설치하는 60㎿ 규모의 AI 데이터센터 건설에 나섰다. 2028년 완공해 삼성전자 등에 인프라를 제공할 계획이다. KT의 자회사 KT클라우드는 지난해 11월 서울 가산디지털단지에 26㎿ 규모(정보기술 용량 기준) AI 데이터센터를 열었다. 최지웅 KT클라우드 대표는 “중·장기적으로 500㎿ 이상 규모 인프라를 확보해 AI 전환 시대를 선도하겠다”고 밝혔다.

이런 인프라 구축에 참여해 동반성장 효과를 얻는 기업의 매출도 늘고 있다. 에너지 솔루션을 공급하는 LS일렉트릭은 지난해 글로벌 데이터센터 사업 수주액이 사상 첫 1조원을 넘어선 것으로 추산했다. 북미에서 AI 분야 빅테크 등 고객사로부터 8000억원이 넘는 수주 실적을 달성했고 국내 수주액도 2000억원가량이다. 삼성물산과 현대건설 등의 건설사도 관련 수주가 늘고 있다. 다만 이렇게 형성된 국내 데이터센터 건설 시장은 지난해 16억5000만 달러(약 2조4000억원), 2030년 42억7000만 달러(약 6조1000억원)로 전망(모도인텔리전스 집계)될 만큼 한국의 경제 체급에 비해 아직 작은 규모다.

그래픽=이윤채 기자
실제 한국무역협회에 따르면 2024년 6월 말 기준 미국이 3811개, 중국이 362개, 일본이 186개의 데이터센터를 보유할 동안 한국은 84곳으로 세계 22위에 불과하다. AI 산업 발전과 맞물려 데이터센터 수요가 급증했는데도 국내에 데이터센터가 많이 건설되지 않은 것은 각 지역 거주민이 전자파·소음이나 열섬 현상(기온이 높아지는 것) 발생을 우려해 반발하면서 공사가 지연 또는 무산된 경우가 증가, 기업의 투자가 위축된 때문이다. DL이앤씨가 경기 김포에서 공사 중인 데이터센터는 2021년 건축 허가를 받았지만 주민 1만여 명이 서명운동에 나서면서 절차가 지연, 지난해 들어서야 착공했다.
그래픽=이윤채 기자
앞서 네이버가 2017년 경기 용인에 건설하려던 데이터센터는 주민 반발로 무산, 세종으로 옮겨야 했다. 효성그룹은 경기 안양에 데이터센터를 건설할 계획이었지만 주민 3500여 명이 서명운동과 감사원 감사 청구 등으로 반발했다. 결국 2년간 허가가 지연되며 사업 추진이 중단되자 효성그룹은 2024년 사업을 포기하고 부지를 매각했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2024년 수도권에서 데이터센터 건립 목적으로 인·허가가 난 33건의 사업 중 51.5%인 17건은 지연 등 난항을 겪었다.

SK는 울산, 삼성SDS는 구미에 건설 중
재계 관계자는 “주민의 ‘님비(NIMBY, 공익엔 부합하지만 자신이 속한 지역엔 이롭지 않은 시설 등을 거부하는 현상)’ 때문이란 비판이 있지만 역지사지로 주민에게 별 이득이 없는 듯 보이는 시설을 받아들이라고 강요하기도 쉽지 않은 일”이라며 “해외처럼 기업과 주민이 상생하는 사업 모델을 강화해 주민을 설득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예컨대 미국에서는 데이터센터 옥상에 수영장을 설치해 열 발생을 줄이면서 주민이 이용할 수 있는 문화 시설로 탈바꿈, 반발 없이 데이터센터를 운영하고 있다.

일본 정부는 기존 기피 시설인 원전이나 재생에너지 발전소 주변에 데이터센터를 건설해 송전망 등의 설치·정비 부담과 주민 반발을 동시에 최소화하는 방안을 세웠다. 원전과 재생에너지 발전소에서 전력을 100% 조달하는 데이터센터엔 올해부터 투자액의 최대 절반가량을 지원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이외에도 전자파 신호등을 설치해 무해성을 입증하거나, 폐열을 지역난방에 활용하는 등의 상생 방안이 거론된다. 진실 무협 국제무역통상연구원 수석연구위원은 “미국·중국처럼 데이터센터를 국가 전략 시설로 육성하기 위한 범정부 컨트롤타워를 구축, 정부가 미래 경쟁력 확보에 힘써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창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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