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정구역만 바뀌었을 뿐인데…대구 편입 군위군, ‘지역활성화지역’ 상실

이만식 기자 2026. 1. 2. 22: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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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정구역의 벽에 막힌 군위…지역소멸 대응서 배제
인구·고령화 지표는 최악인데 제도 사각지대로 남아
▲ 군위군청

지역소멸 위험이 전국 최상위권에 속하는 대구 군위군이 행정구역 변경이라는 제도적 공백 탓에 정부의 대규모 지역발전 지원 대상에서 제외됐다.

낙후도와 인구구조는 다른 지원대상 지역보다 더 열악하지만, '광역시 소속 군'이라는 이유로 신청 자격조차 얻지 못하면서 행정구역통합제도의 맹점이 고스란히 드러났다는 지적이 나온다.

국토교통부는 지난해 12월 30일 비수도권 시·군 가운데 개발 수준이 상대적으로 뒤처진 21곳을 '지역활성화지역(지활지역)'으로 지정했다. 지활지역은 지역개발지원법에 따라 향후 10년간 맞춤형 사업을 지원하는 제도로, 2015년 첫 지정 이후 선정된 13개 지역에는 국비 1700억 원이 투입됐다. 도로·산업단지 등 기반시설 조성에는 4500억 원이 추가 지원됐다.

이번에 새로 지정된 지역은 모두 행정안전부가 관리하는 인구감소지역이다. 강원 영월군, 충북 괴산군, 충남 부여군, 전남 강진·보성·장흥군, 경북 영덕군, 경남 함양군 등 8곳이 포함됐다. 이 가운데 인구가 가장 많은 부여군도 6만명이 채 되지 않으며, 상당수는 인구 3만명 안팎의 소규모 지역이다.

군위군의 여건은 이들보다 더 열악하다. 군위군 인구는 2만2000명 수준으로, 주민의 절반가량이 65세 이상 고령자다. 인구 감소 속도와 고령화 지표만 놓고 보면 지활지역 지정 요건에 충분히 부합하지만, 군위군은 제도 문턱에 서보지도 못했다.

탈락의 이유는 행정구역이다. 현행 제도상 지활지역 지정 요청 권한은 도지사에게만 있다. 군위군은 2023년 경북도에서 대구시로 편입되면서 '도(道) 관할 군' 요건에서 자동으로 제외됐다. 국토부가 대구시 요청을 받아 해법을 모색했지만, 법적 한계를 넘지 못했다.

국토부는 최근 법제처에 '대구시장이 지활지역 지정을 요청할 수 있는지'에 대한 법률해석을 의뢰했으나, 지정 발표를 불과 며칠 앞둔 지난해 12월 24일 '불가'라는 답변을 받았다. 법제처는 지활지역 대상은 '도의 관할지역'으로 해석해야 한다는 판단을 내렸다. 경북도와 대구시 간 관할구역 변경 당시 마련됐던 '기존 규정 적용' 예외 조항도 2023년 12월 31일부로 일몰됐다.

현장의 박탈감은 크다. 군위읍에 거주하는 한 주민은 "인구도 줄고 젊은 사람도 없는 건 예나 지금이나 똑같은데, 행정구역이 바뀌었다는 이유로 지원에서 빠진다는 게 납득되지 않는다"며 "통합이 잘됐다고 말하면서 정작 가장 힘든 농촌은 더 소외되는 느낌"이라고 했다.

군위군도 제도의 한계를 호소하고 있다. 군위군 관계자는 "군위는 지표상으로 보면 지활지역 대상에 충분히 해당하는 지역"이라며 "행정구역 변경으로 인해 오히려 지역소멸 대응 정책에서 불이익을 받는 구조는 반드시 보완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대구시는 군위군이 성장촉진지역으로 지정돼 있어 일정 수준의 재정지원은 가능하다는 입장이지만, 지활지역 탈락에 따른 불이익은 적지 않다. 지활지역으로 지정되지 않으면 정부 지역수요맞춤지원사업 공모에서 가산점을 받을 수 없어, 대규모 국비 확보에서 구조적인 한계를 안게 된다.

행정구역 통합이 지역 균형발전과 경쟁력 강화를 위한 정책 수단으로 추진되는 현실에서, 제도가 오히려 지역소멸 대응을 가로막는 역설적 사례라는 비판도 나온다. 최근 '대전·충남 통합' 논의가 본격화되는 등 향후 유사한 문제가 반복될 가능성도 크다. 현재 행정안전부가 지정한 전국 인구감소지역은 89곳에 이른다.

법제처 역시 제도 개선 필요성을 인정했다. 법제처는 국토부에 "지활지역 지정 여부는 어느 종류의 광역자치단체에 속하느냐가 본질적인 기준이 아니다"라며 "관할구역 변경만으로 지원 대상에서 제외되는 불합리한 사례가 발생할 수 있다"고 의견을 전달했다.

행정구역은 바뀌었지만, 군위군의 현실은 달라지지 않았다. 제도는 경계를 따라 움직였고, 지원은 그 경계 앞에서 멈췄다. 지역소멸 대응 정책의 취지가 시험대에 올랐다는 평가가 나온다.

한편, 군위군은 2026년 농어촌기본소득 '지역활성화지역' 공모에서 탈락했지만, 통합재정안정화기금(총 1795억원) 일부 등 자체 예산 124억5000만원을 투입해 전 주민에게 1인당 54만원의 '군위형 민생안정지원금'을 지급하기로 했다.

지급대상은 2025년 11월 30일 이전 주민등록 또는 체류 주민(결혼이민자·영주권자 포함)이며, 오는 16일부터 8개 읍면에서 신청과 동시에 군위사랑상품권으로 지급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