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착카메라] 인간 위한 쓰임 다한 뒤 버려진 경주마들의 '마지막 안식처'
[앵커]
온힘을 다해 달리는 경주마들 우리가 기억하는 건 이런 역동적인 모습이지만, 늙거나 다쳐서 쓸모가 없어지면 결국 도축장에 보내집니다. 저희 취재진이 만난 스노우와 아서도 비슷한 운명에서 운 좋게 구조가 됐는데요.
밀착카메라 정희윤 기자가 직접 만났습니다.
[기자]
하얀 양말 신은 이 말 이름은 '스노우'입니다.
한 때 경마팬들 사이에선 유명했습니다.
승률 21%, 한 때 7연승을 기록했고 상금만 2억 원을 벌었습니다.
막판 질주가 좋아 역전극을 많이 만들었습니다.
팬들은 이런 스노우를 사랑했습니다.
5년 동안 한 경주마 생활.
발톱이 망가졌고 은퇴해야 했습니다.
쓸모가 다하자, 갈 곳이 없었습니다.
[김남훈/퇴역 경주마 50여마리 구조자 : 한 번도 무리 생활을 안 해봤으니까 항상 구석에 박혀있는 아이였어요.]
이런 스노우를 데려온 김남훈 씨.
어릴 때부터 유독 말을 좋아했습니다.
우연히 불법 도축 현장을 목격한 뒤 구조를 시작했습니다.
[김남훈/퇴역 경주마 50여마리 구조자 : 퇴역 경주마가 자연에서 살 수 있다는 가능성을 저 아이로부터 많이 받았어요.]
이렇게 모인 퇴역 경주마들.
벌써 50여 마리가 됐습니다.
경마장에선 쓸모가 없어졌지만 주변 이웃들은 이 말들을 아끼고 사랑합니다.
[김남훈/퇴역 경주마 50여마리 구조자 : 동네 어르신들이 먼저 전화 오고 '당근 갖고 가라' '콩깍지 갖고 가라' '고구마 줄기 갖고 가라' 하는데…]
마을 주민분들이 내어주신 밭에서 이렇게 상품 가치가 없는 당근들을 저희가 줍고 있거든요.
말들이 당근을 엄청 좋아한다고 해서 일단 이 정도로 모아가지고 말들한테 먹이러 가보겠습니다.
특히 당근을 좋아하는 '아서'가 다가왔습니다.
덩치 크고 순한 이 말.
퇴역한 뒤 도축용으로 개사료 공장에 팔려갔습니다.
[김남훈/퇴역 경주마 50여마리 구조자 : (아서는) 강아지 육포 공장에 팔렸어요. 사료하고 (남은 건) 사람이 먹으려고 데리고 왔다가…]
김 씨를 만나지 않았다면 아서에게 두 번째 삶은 없었습니다.
[김남훈/퇴역 경주마 50여마리 구조자 : 활용 용도가 없잖아요. 마주들도 어차피 그게 최선의 선택인 거예요. 저희가 그거를 부정하려고 하는 것보다 한 번의 기회를 줘보자 이거죠.]
이 말들, 이제 다른 방식으로 자기 밥벌이를 하고 있습니다.
말을 통제하는 굴레, 인간을 위한 안장도 없습니다.
인간이 신긴 쇠 신발, 편자도 없습니다.
이렇게 말 등에 타면 사람은 말과 교감하며 심리적 위안을 얻습니다.
퇴역마들은 일종의 치유사가 된 겁니다.
[김남훈/퇴역 경주마 50여마리 구조자 : 이제까지는 누군가 채찍을 두르고 안장을 채우고 재갈을 물렸지만, 지금은 당근을 주고 풀을 먹여주고 맨날 빗질해주고 샤워를 시켜주잖아요.]
그래서 이거를 그냥 이 아이들도 느끼는 거예요.
[김남훈/퇴역 경주마 50여마리 구조자 : 그래서 이거를 그냥 이 아이들도 느끼는 거예요.]
식용말로 컸던 '코코'는 먼저 사람에게 다가와 애교를 부립니다.
사람도 말도 서로 치료받는 시간입니다.
[오다감/제주 '마레숲' 체험객 : 경주마처럼 그런 말 정도로만 인지하고 있었는데 막상 오니까 큰 강아지 같아요. 무언가 뭉클하기도 하고 마음이 너무 편해요.]
관광객이 한 차례 지나가고 한가해진 시간.
'천둥이'가 발톱 관리를 받습니다.
한 때 승마장에서 사람을 자주 떨어트려 도축장으로 팔려 갔었던 말입니다.
[김남훈/퇴역 경주마 50여마리 구조자 : 겁이 많아서 앞에 선두로 못 나가는 말이에요. 근데 자꾸 이쁘니까 잘 타는 사람이 앞에 달리다가 확 틀어버리면 (사람이) 다 날아가는 거야.]
인간의 돈벌이가 먼저였고 말의 성격이나 특성은 아무도 신경쓰지 않았습니다.
그 기준에 안맞으면 버렸습니다.
[김남훈/퇴역 경주마 50여마리 구조자 : 졸지 마! 너. 웨이크업! 꾸벅꾸벅 졸고 있어 지금.]
이제 그런 시간은 지나갔습니다.
말 대부분 인간을 위한 쓰임이 다 하면 소리 소문없이 사라진다고 합니다.
하지만 이곳에선 온전한 제 삶을 살아가는 말들.
2026년이 붉은 말의 해인 만큼 이제는 인간이 이렇게 보듬어주면 어떨까요?
[화면제공 한국마사회]
[영상편집 홍여울 VJ 박태용 작가 유승민 취재지원 김수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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