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8만 자 전부 살렸다"…국내 첫 정사 삼국지 완역

황대훈 기자 2026. 1. 2. 1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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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BS 뉴스]

동양 고전의 정수로 꼽히는 삼국지는 수백 년 동안 시대와 세대를 넘어 읽혀온 작품입니다.


하지만 우리가 흔히 접해온 건 허구가 가미된 소설이고, 그 뿌리가 된 역사서 '정사 삼국지'는 국내에 한번도 전체 내용이 번역된 적이 없었습니다. 

이번에 국내 첫 완역본이 출간됐다고 하는데요. 


먼저 영상 보고 오겠습니다.


[VCR]


도원결의·적벽대전·읍참마속...

동양의 대표 고전 '삼국지연의'


"70%는 진실, 30%는 허구"

실제 역사와 다른 내용도


소설 원전 '정사 삼국지'

국내 첫 완역본 출간


"주석까지 68만자 전체 번역"

고전에 담긴 진짜 지혜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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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현아 앵커

네, 전설을 넘어서 실제 역사를 마주하게 된 이번 완역본의 의미에 대해서 김영문 작가에게 직접 자세히 들어보겠습니다.


작가님 어서 오세요. 


책이 7권이나 됩니다.


작업량이 정말 많았을 것 같은데 먼저 이 삼국지를 완역하시게 된 계기부터 설명 부탁드리겠습니다.


김영문 작가 / '정사 삼국지' 완역

이번에 출간한 『정사 삼국지』 「머리말」에서 『삼국지』 완역을 결심하게 된 계기에 대해 “투명한 가을 햇살 아래 흩날리던 낙엽 때문이다.”라고 썼더니, 제 대학 동기 하나가 “그 햇살과 낙엽이 큰일했네.”라고 농담을 했습니다. 


언뜻 무슨 선문답 같습니다만, 당시 결심할 때의 느낌은 매우 구체적이고 절실했습니다. 


저는 초등학교 2학년 때 친구가 학교에 가져온 만화 [삼국지]를 읽으며, 처음 [삼국지]를 접한 이래로 [삼국지] 매니아가 되었는데요. 


그 이후 마침 대학과 대학원에서 중국문학을 전공했고, 2020년에 지금 전해지고 있는 소설 삼국지 최초의 텍스트 [삼국지평화]를 번역했습니다. 


그 이후에 배송지 주를 포함한 정사 삼국지를 읽으면서 마법 같은 매력에 빠졌는데요. 


그 마법에 빠져서 조금씩 번역해보다가 나중에는 [정사 삼국지] 원문과 [배송지 주] 전체를 내가 번역하면 어떨까 생각하기 시작했죠. 


그런데 분량이 너무 많아요. 


다음 날이 되면 또 “아냐, 내가 해야지”하는 마음이 생겨요. 


아마 2020년 봄부터 가을까지 그런 포기와 결심을 거듭했는데요. 


앞에서도 말씀드린 것처럼 그 해 가을 투명한 햇살 아래 흩날리던 낙엽을 보는 순간 “[배송지 주]를 포함한 [정사 삼국지]”를 완역해야겠다고 마지막 결심을 굳혔습니다. 


그 순간, 유한한 인생, 무한한 역사, 역사의 진실, 역사의 정의 등의 의미가 복합적으로 뇌리를 스쳐갔고, 나도 그 역사 기록에 참여해야겠다고 결심하게 되었어요. 


그래서 몇 군데 출판사에 제 계획을 설명했고, 그 중에서 글항아리출판사 강성민 대표가 적극 참여하겠다고 나서서 이 프로젝트가 출범하게 되었습니다. 


강성민 대표께 감사의 말씀 드립니다.


서현아 앵커

삼국지는 워낙에 우리나라에서도 인기가 많았던 작품이기 때문에 정사도 번역을 시도한 적이 있기는 했습니다.


그동안에는 어떤 한계가 있었던 겁니까?


김영문 작가 / '정사 삼국지' 완역 

제가 2023년 출판사에 완역 원고를 넘길 때까지 우리나라 [정사 삼국지]는 반쪽 번역에 그쳤습니다. 


즉 [정사 삼국지]는 중국 삼국시대 역사 기록으로 진(晉)나라 학자 진수(陳壽)가 쓴 기전체 역사책입니다. 


그런데 진수는 진나라 관리였기에 진나라에 유리한 기록은 많이 기록하고 불리한 기록은 빠뜨렸다는 지적을 받기 시작합니다. 


그래서 그 다음 왕조인 중국 남조 송나라 문제가 중서시랑 배송지(裴松之)에게 [삼국지]의 역사 기록을 보충하라고 어명을 내립니다. 


당시 배송지는 민간에 남아 있던 각종 삼국 기록을 광범위하게 수집해서 거의 진수의 원문에 맞먹는 이른바 '배송지 주'를 완성합니다. 


현재 통계로는 [삼국지] 원문이 36만여 자, [배송지 주]는 32만여 자에 달합니다. 


이로써 진수의 [삼국지]라는 뼈대에 [배송지 주]라는 피와 살이 보태지게 된 거죠. 


이것이 완전한 [정사 삼국지]입니다. 


이후로 [정사 삼국지]는 '진지배주(陳志裴注)' 즉 진수의 [삼국지] 원문에 배송지의 주석으로 불리며 떼려야 뗄 수 없는 통합된 독서물로 자리잡게 되죠. 


그런데 우리나라 기존 [정사 삼국지]는 배송지 주를 번역하지 않아서 매우 아쉬웠습니다.


서현아 앵커

네, 이런 노력을 통해서 이제 국내 독자들도 드디어 삼국지의 완전한 내용을 읽을 수 있게 된 건데, 사실 그동안 독자들에게 친숙했던 건 소설 삼국지 아닙니까?


정사를 읽어야 하는 이유, 어디서 찾을 수 있을까요?


김영문 작가 / '정사 삼국지' 완역 

연의(소설) 즉 소설 [삼국지]는 문학의 영역이고, 정사 [삼국지]는 역사의 영역이죠. 


모두 우리에게 필요한 영역이지만 둘을 혼동하면 곤란하죠. 


우리는 보통 [삼국지연의] 즉 소설 [삼국지]를 읽고 [삼국지] 세계에 빠져드는데요. 


[삼국지] 매니아들이 대부분 그렇지 않을까 합니다. 


그런데 소설이 너무 재미있기 때문에 소설과 역사를 혼동하기 쉽습니다. 


가령 유비, 관우, 장비의 도원결의, 적벽대전에 나오는 제갈량의 동남풍, 관우가 죽은 뒤 적토마도 따라서 죽는 일 등 이런 흥미진진한 내용은 소설에만 나오고 정사에는 나오지 않습니다. 


따라서 이런 소설 장면을 역사 사실로 오인하면 안 됩니다. 


우리는 [정사 삼국지]를 읽음으로써 소설에서 지나치게 미화되거나 혹은 악마화된 인물 또 상상에 의해 가공된 역사의 본모습을 냉정하고 객관적으로 바라볼 수 있게 됩니다.


서현아 앵커

네, 삼국지는 워낙에 사회 각 분야의 리더들에게 또 특별한 영감을 주지 않았습니까?


그렇다면 새해를 맞아서 우리가 삼국지에서 얻을 수 있는 교훈, 어떤 것들이 있겠습니까?


김영문 작가 / '정사 삼국지' 완역 

여러 장면이 떠오르지만, 그 중에서도 특히 이릉대전의 교훈을 음미해야 하지 않을까 합니다. 


이릉대전은 관우가 오나라 군사에게 포로가 되어 참수당하고, 장비를 죽인 자들이 오나라로 달아난 뒤, 두 의형제의 원수를 갚기 위해 촉한 황제 유비가 국력을 모두 기울여 오나라 정벌에 나선 전투죠. 


당시에 제갈량을 비롯한 촉한의 많은 신하들은 이 전투를 반대합니다. 


아직 촉한의 허약한 국력으로는 오나라와 전면전을 벌일 수 없으니, 은인자중하며 때를 기다려야 한다는 이유였죠. 


그러나 유비는 관우와 장비에 대한 원한을 갚기 위해, 결국 사사로운 감정에 치우쳐 객관적인 형세 판단을 하지 못한 채 무모한 전투에 나섭니다. 


유비는 이릉 지역을 중심으로 장강을 따라 길게 장사진을 쳤다가 오나라의 화공을 받고 패배하여 백제성으로 후퇴한 뒤 그곳에서 죽습니다. 


이제 겨우 나라를 세우고 국력 신장에 힘을 기울여야 할 때에 사사로운 감정에 휘둘려 전쟁에 나섰다가 대패함으로써 촉한은 건국 초기부터 쇠락의 길로 들어섭니다. 


국가 경영, 기업 경영 등 모든 부문에서 공과 사를 구분하지 못하고 사사로운 감정에 사로잡혀 함부로 행동하다가 나라도 망치고, 기업도 망치고, 패가망신한 사례를 우리는 무수히 봐왔습니다. 


이릉대전의 교훈도 마찬가지죠. 


도량이 넓고 현명했던 유비가 사사로운 감정에 치우쳐 천추의 한을 남긴 교훈을 깊이 음미해야 하지 않을까 합니다.


서현아 앵커

네, 공사를 철저히 구분해야 한다. 


저도 꼭 기억을 하겠습니다.


사실 요즘 청소년들은 삼국지처럼 이렇게 긴 책을 읽는 게 익숙하지가 않아요.


너무 어려워합니다. 


오늘날의 청소년들에게도 삼국지를 권한다면 어떤 이유를 들 수 있을까요?


김영문 작가 / '정사 삼국지' 완역 

우리가 [그리스 로마 신화]나 [로마사] 등을 읽으며 서양에 대한 인식을 심화하듯이, 중국 역사소설 [동주열국지], [초한지], [삼국지] 혹은 [사기], [한서] 등 역사서를 통해서 동양에 대한 인식을 심화할 수 있습니다. 


이런 작품이나 기록들은 어떤 특정한 국적이 있는 것이 아니라 우리 모두가 향유해야 할 인류 공동의 유산이라고 해야겠죠. 


이중에서 [삼국지]는 [열국지]처럼 너무 복잡하지도 않고, [초한지]처럼 너무 단순하지도 않습니다.

개별 캐릭터들의 특징이 아주 선명하고, 사건 기록도 세밀해서 매우 재미 있습니다. 


역사 기록은 흔히 거울이라고 하죠. 


지금 현실을 역사의 사례나 인물에 비춰보고 삶의 지혜를 얻을 수 있습니다. 


[삼국지]를 아직 안 읽었다면 먼저 소설 [삼국지]를 읽어보시고, 소설 [삼국지]를 읽었다면 꼭 정사 [삼국지]를 읽으며 소설 [삼국지]와 비교해보시면 좋겠습니다. 


소설만 읽으면 역사의 진상을 놓치기 쉽습니다. 


그리고 우리 저자, 역자, 출판사도 학생들 또는 일반 독자들이 쉽게 [삼국지]에 접할 수 있도록 새롭고, 재미있고, 다양하고, 시대에 맞는 컨텐츠를 창작하여 보급해야겠습니다.


서현아 앵커

AI 시대에도 독서의 중요성 그리고 고전의 가치는 사라지지가 않을 겁니다.


새해에는 더 많은 청소년들이 이런 고전에 도전하는 계기가 될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작가님 오늘 말씀 잘 들었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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