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든구스 너 마저"…중국 자본에 넘어가는 유럽 브랜드들

김연지 2026. 1. 2. 18: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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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U있는경제]
미국계 PEF에서 중국 품에 안긴 골든구스
싱가포르 테마섹 & 트루라이트캐피털도 투자
메이드 인 이태리, 소유는 중국에 패션업계 술렁
IPO 대신 중국 자본 발판삼아 글로벌 확장 시동
이 기사는 2026년01월02일 17시12분에 마켓인 프리미엄 콘텐츠로 선공개 되었습니다.

[이데일리 마켓in 김연지 기자] 이탈리아 럭셔리 스니커즈 브랜드 골든구스가 중국계 자본에 넘어가면서 화제다. '메이드 인 이탈리아'와 장인정신을 앞세워 성장해온 브랜드가 중국계 사모펀드운용사 품에 안기면서 유럽 명품 산업의 정체성과 소유 구조를 둘러싼 질문이 다시 고개를 들면서다. 최근 들어 유럽의 헤리티지 브랜드들이 잇따라 중국계 사모펀드와 기업 품에 안기면서 브랜드의 혈통은 유럽에 남아 있지만, 그 미래를 설계하는 자본은 바뀌고 있다는 해석이 힘을 얻는 모습이다.

(사진=구글 이미지 갈무리)

中에 넘어간 골든구스…패션업계 술렁

2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중국계 사모펀드(PEF)운용사 홍샨은 최근 이탈리아 럭셔리 스니커즈 브랜드 골든구스 주요 지분을 인수하면서 최대주주로 올라섰다. 골든구스의 기업가치는 25억유로(약 4조 2413억원)로 평가된 것으로 전해진다. 이번 투자에는 싱가포르 국부펀드 테마섹과 트루라이트캐피털 등이 소수 지분 투자자로 참여했다.

지난 2000년에 설립된 골든구스는 이탈리아를 대표하는 럭셔리 스니커즈 브랜드로, 일부러 낡아 보이게 만든 디자인을 앞세워 빠르게 인지도를 높였다. 대량 생산 대신 수작업 공정과 장인정신을 강조하며 희소성과 높은 가격대를 동시에 확보?고, 럭셔리와 스트리트 감성을 결합한 틈새 시장을 개척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회사는 2017년 이후 여러 사모펀드 손을 거치며 외형을 키워왔다. 특히 글로벌 사모펀드운용사 퍼미라는 2020년 골든구스를 인수한 후 직접판매(DTC) 채널 확대와 체험형 매장 전략에 집중하며 글로벌 확장을 추진했다. 그 결과 골든구스는 글로벌 매장 수를 빠르게 늘리며 매출 규모를 끌어올렸다.

자본시장에선 골든구스가 2024년 유럽 증시 변동성을 이유로 밀라노 IPO를 철회한 이후 선택한 대안이라는 점에서 주목하고 있다. 상장 대신 중국계 자본이라도 끌여들여 글로벌 확장을 이어가겠다는 판단이 깔려 있다는 점에서다.

다만 중국 자본의 유럽 브랜드 인수를 두고 우려의 시선도 나오고 있다. 중국 소비 둔화가 장기화될 경우 중국 시장을 성장 축으로 삼은 투자 전략이 흔들릴 수 있고, 유럽연합(EU)이 중국계 자본에 대한 심사를 강화하는 흐름도 부담 요인으로 거론된다. 일각에서는 유럽 헤리티지 브랜드가 자본은 확보했지만, 중장기 전략의 자율성은 약화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중국 자본이 유럽 명품에 눈 돌린 이유

사실 유럽 브랜드에 대한 중국 자본 유입은 새로운 현상이 아니다. 중국은 이미 2015년 전후로 유럽의 헤리티지 브랜드에 꾸준히 투자해왔다. 브랜드의 뿌리는 유럽에 남아 있으나, 성장 전략과 자본 구조를 설계하는 주체는 중국으로 이동하는 흐름이 이어져온 셈이다.

대표적으로 중국 포선인터내셔널은 프랑스 명품 브랜드 랑방을 비롯해 이탈리아 슈즈 브랜드 세르지오로씨, 오스트리아 럭셔리 레그웨어 브랜드 월포드 등을 잇달아 인수했다. 이 밖에 중국 패션 기업 산둥루이 역시 산드로와 마쥬 등을 보유한 프랑스 패션 그룹 SMCP를 인수하면서 유럽 패션 산업을 파고 들었다.

중국 기업들이 유럽의 헤리티지 브랜드를 인수하는 배경에는 △명품 소비의 무게중심이 중국으로 이동했다는 점 △내수 중심의 성장 전략에 한계가 있다는 점 △중국이 브랜드 IP 확보를 통해 명품 산업의 밸류체인을 장악하려고 한다는 점 등이 꼽힌다.

실제 중국 소비자들은 글로벌 명품 시장 성장을 이끄는 핵심 축으로 자리 잡은 지 오래다. 소비의 중심이 유럽과 미국에서 중국과 아시아로 옮겨가면서 중국 자본의 역할도 유통 파트너나 라이선스 보유자에서 브랜드 소유주로 확장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단순히 잘 팔리는 브랜드를 들여오는 데서 그치지 않고, 성장 경로 자체를 통제하려는 움직임이라는 설명이 뒤따른다.

한 외신은 "중국에선 생산설비나 유통망이 아니라 가격 결정력과 문화적 상징성을 갖춘 브랜드 IP가 장기 경쟁력을 좌우한다는 인식이 확산되고 있다"며 "유럽 헤리티지 브랜드 인수는 중국 자본이 글로벌 명품 산업의 상단을 겨냥하고 있다는 점을 보여주는 단면"이라고 전했다.

김연지 (ginsburg@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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