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직도 'AI 침공'에 벌벌 … 갈 곳 못찾는 수습 회계사·변호사

김송현 기자(kim.songhyun@mk.co.kr), 이수민 기자(lee.sumin2@mk.co.kr) 2026. 1. 2. 17: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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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 시대, 존폐 기로에 선 직업들
변호사 대신 계약서도 척척
회계법인 신규 채용 위축에
작년 자격증 딴 1천명 '백수'
프로그래밍 등 AI대체 심화
"AI 탓 사라지는 일자리보다
신설 일자리가 두배" 전망도

◆ AI 시대 ◆

대전에서 기업 자문을 주력으로 해온 법무법인 대표 A씨는 최근 6년 가까이 함께 일해온 변호사 2명과 재계약하지 않았다. A씨는 새 변호사를 물색하는 대신 인공지능(AI) 기반 리걸테크 서비스와 생성형 AI 프로그램을 도입해 사무실 규모를 대폭 줄이기로 했다.

A씨는 "과거에는 표준계약서 하나를 수정하는 데도 주니어 변호사와 며칠씩 검토해야 했다"며 "이젠 AI가 초안을 만들어주면 특별히 위험하거나 중요한 조항만 조심하면 된다. 업무량은 예전과 비슷하지만 인건비 부담이 절반 이하로 줄어들었다"고 말했다.

AI의 '일자리 침공'이 현실로 다가왔다. 단순 반복 업무는 물론이고 대체 불가능한 영역으로 여겨지던 전문직과 서비스업 전반까지 빠르게 침투하면서 일자리 지형이 크게 변화하고 있다. 이러한 변화가 가장 두드러지게 나타나는 분야는 회계사 업계다. 삼일회계법인은 2023년 10월 생성형 AI 전담 조직 'Gen AI팀'을 출범해 업무 효율화를 추진 중이다. 지난해에는 자체 개발한 대규모언어모델(LLM) '링고(Lingo)'를 회계·법률 분야 번역 업무에 적용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해당 업무를 담당하던 기존 직원을 AI로 본격 대체하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이 밖에도 국내 회계업계는 대형 회계법인들을 중심으로 AI 감사·통합 플랫폼을 도입하는 등 업무 자동화와 효율화를 추진 중이다.

경기침체 여파로 고용이 위축된 상황에서 AI를 통한 비용 절감이 업계의 화두로 떠오르자 신규 회계사 채용은 눈에 띄게 줄고 있다. 한국공인회계사회·한국회계학회·회계정책연구원이 지난해 11월 3일 발표한 '회계사 수습기관 운영 현황 및 개선방향 연구'에 따르면 2025년 회계사 시험 합격자 1200명 가운데 지난해 10월 말 기준 실무 수습기관에 등록한 인원은 338명으로 전체의 26%에 그쳤다.

이에 어렵게 공인회계사(CPA) 시험에 합격한 수험생들은 불안을 호소하고 있다. 지난해 9월 CPA에 합격한 김 모씨(26)는 최근 단기 회계사 채용에 지원했지만 탈락의 고배를 마셨다. 통상 2대 1에 달하던 경쟁률이 200대 1까지 치솟아서다.

김씨는 "시험에 붙어도 취업이 어렵다는 소리가 언제까지 들릴지 불안하다"며 "안 그래도 업황이 좋지 않은데 AI가 사람을 덜 뽑거나 감원할 명분까지 만들어주는 것 같다. 주위에도 회계사 자격증이 있지만 정규직 취업을 못해 단기 아르바이트를 전전하는 사람이 많다"고 말했다.

이 같은 변화는 전문직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컴퓨터 프로그래밍이나 디자인·교열 등 AI에 노출된 업종 대다수에서 청년 고용이 크게 줄어들고 있다. 한국은행이 지난해 10월 30일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 3년간 감소한 청년층 일자리 21만1000개 중 AI 발전의 영향을 받은 것으로 보이는 일자리는 98.6%(20만8000개)에 달했다. 근로자 학력별로 살펴보면 중상위 수준의 학력을 가진 근로자가 AI에 의해 더 쉽게 대체될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은행 관계자는 "AI가 대체하기 쉬운 업무는 정형화되거나 교과서적인 지식 업무들"이라며 "업무 맥락을 이해하거나 대인관계, 조직관리에 특화된 업무가 향후 AI에 덜 대체될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전문가들은 당분간 AI 발전에 따른 일자리 감소를 피하기 어렵다고 분석한다. 박종우 서울대 기계공학부 교수는 "향후 5년가량은 AI 발전으로 인해 일자리가 순감할 수 있다"며 "다만 장기적으로 AI가 반드시 필요한 분야와 필요하지 않은 분야가 나뉜다면 오히려 인간이 할 수 있는 영역이 더욱 늘어날 수 있다"고 말했다. AI가 발전함에 따라 사라지는 일자리 이상으로 새로운 일자리를 만들어줄 것이라는 기대도 있다. 세계경제포럼(WEF)은 접근 가능한 전 세계 12억개의 일자리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2030년까지 5년간 9200만개가 AI 영향으로 사라지지만 반대로 1억7000만개의 일자리가 새롭게 생겨날 것으로 내다봤다. AI와 인간이 협업할 수 있는 직업이 늘어나고 생산성도 훨씬 높아질 것이라는 낙관적인 견해다.

[김송현 기자 / 이수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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