케네디센터에 '트럼프' 이름 달자…美예술계 쪼개졌다
작곡가 김희연 등은 공연 강행키로
"개명 불법" 소송에 패러디 사이트도 등장
[이데일리 성주원 기자] 미국 워싱턴DC의 대표적 문화예술 시설인 ‘케네디 센터’에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이름이 추가되면서 미 예술계가 심각한 분열을 겪고 있다. 유명 예술가들의 공연 취소가 잇따르는 가운데 센터 측은 법적 대응을 시사하며 강경 대응에 나섰다.

앞서 비브라폰 연주자 척 레드와 재즈 7중주단 ‘쿠커스’도 크리스마스와 새해 전야 공연을 줄줄이 취소했다. ‘쿠커스’는 웹사이트를 통해 “우리는 분열을 심화시키는 대신 이를 넘어서는 음악을 연주하는 데 전념할 것”이라고 밝혔다.
지난해 2월 트럼프 대통령이 새 이사진을 임명하고 스스로 센터 이사장 직책을 맡은 직후에는 배우 이사 레이와 오페라 가수 르네 플레밍 등이 공연을 취소하거나 자문 역할에서 사임했다.
반면 다수의 예술가들은 “예술은 계속돼야 한다”며 공연 강행 의사를 밝혔다. 작곡가 김희연 씨는 오는 10일 이 센터에서 자신의 작품 ‘고래의 부름’ 공연을 예정대로 진행한다. 그는 블룸버그에 보낸 이메일에서 “동료 음악가들의 깊은 개인적·원칙적 결정을 존중한다”면서도 “케네디 센터는 여전히 중요한 공공 플랫폼”이라고 강조했다.
밴조 연주자 랜디 배렛도 “센터의 정치화는 매우 우려스럽지만, 우리의 분열된 나라에는 더 많은 음악과 예술이 필요하다”며 “이는 우리를 하나로 모을 수 있는 몇 안 되는 것 중 하나”라고 말했다.

센터는 “올해 지금까지 1억3000만달러(약 1880억원) 이상을 모금했다”며 “기부자와 기업 후원자들이 상식적인 프로그램이 예약되는 것을 매우 기뻐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또 비엔나 필하모닉 공연과 새로운 옥상 재즈 스피크이지 등이 최근 예약됐다고 덧붙였다.
센터 측은 공연을 취소한 척 레드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할 계획이라고 미 공영라디오 NPR이 보도했다. 로스앤젤레스의 음악 산업 변호사 하워드 킹은 “예술가와 맺은 계약에는 보통 취소에 따른 불이익 조항이 있지만, 공연장 측이 받을 수 있는 배상금은 제한적인 경우가 많다”고 설명했다.
명칭 변경을 둘러싼 법적 논란도 이어지고 있다. 민주당 소속 조이스 비티 연방 하원의원은 지난달 22일 의회 승인 없이 이뤄진 명칭 변경은 불법이라며 트럼프 대통령과 센터 이사회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다. 케네디 가문의 일부 인사도 개명에 비판적인 입장을 보이고 있다.
이런 가운데 한 코미디 작가가 바뀐 이름을 담은 웹 주소를 발 빠르게 확보해 이 기관을 조롱하는 패러디 사이트를 만들어 화제가 되고 있다고 뉴욕타임스(NYT)가 전했다.
애니메이션 ‘사우스파크’를 비롯한 TV 작가 겸 프로듀서인 토비 모튼은 센터의 개명 전인 지난해 8월 이미 이 도메인을 확보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케네디 센터 이사들을 축출하고 스스로 이사장 자리에 앉는 것을 보고 이러한 명칭 변경이 뒤따를 것으로 예상했기 때문이다.
패러디사이트 접속자들은 예술 공연 일정 대신 ‘엡스타인 무용단(Epstein Dancers)’이라는 가상의 공연 안내를 마주하게 된다. 미성년자 대상 성범죄자 고(故) 제프리 엡스타인과 트럼프 대통령이 1980년대부터 2000년대 초반까지 가까운 사이로 지냈다는 사실을 풍자한 것으로 보인다.
‘트럼프-케네디 센터’의 실제 사이트 주소는 개명 전과 동일하다. 이 주소로 들어가면 사이트 최상단에 영문으로 ‘트럼프-케네디 센터’(The Trump Kennedy Center) 표기가 나온다.

성주원 (sjw1@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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