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은수의 책과 미래] 삶을 사랑하는 법을 배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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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해 첫 책으로 영국 문학비평가 제임스 우드의 '인생에 가장 가까운 것'(아를 펴냄)을 읽었다.
이 책은 우리 삶을 시간의 습격에서 지켜내는 법을 안내한다.
"뱃머리에 앉아 노를 젓는 것처럼, 우리는 이미 지나온 자리만 맑은 눈으로 볼 수 있다." 그제야 우리는 "그게 첫사랑이었어" "힘들었지만 행복했지" 같은 말을 할 수 있게 된다.
이즈음 기대 속에서 한 해의 삶을 전망하듯, 문학은 삶을 시뮬레이션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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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해 첫 책으로 영국 문학비평가 제임스 우드의 '인생에 가장 가까운 것'(아를 펴냄)을 읽었다. 이 책은 우리 삶을 시간의 습격에서 지켜내는 법을 안내한다. 문학을 통해서다. 그 첫걸음은 삶의 사례와 형식을 구분하는 데서 시작한다.
사례란 일상의 에피소드, 즉 삶의 자잘한 비늘 조각들이다. 아침에 깨어나 밥을 먹고, 출근하고, 동료와 일하고, 친구랑 수다를 떠는 것 같은 일들이다. 우리 몸으로 생생히 겪었으나, 큰 주의 없이 지나치는 '적당히 즐겁고 평범했던 일상의 연속'이다.
무심히 흘려보내는 이 일들이 특정한 형식에 속해 있음을 알아채는 건 멀리 떨어져 되돌아볼 때다. 우드는 말한다. "뱃머리에 앉아 노를 젓는 것처럼, 우리는 이미 지나온 자리만 맑은 눈으로 볼 수 있다." 그제야 우리는 "그게 첫사랑이었어" "힘들었지만 행복했지" 같은 말을 할 수 있게 된다. 사례는 이렇듯 그 전체적 모양을 부여받을 때만 진실해진다. 그 궁극엔 절대적 진실, 즉 죽음이 있다.
이즈음 기대 속에서 한 해의 삶을 전망하듯, 문학은 삶을 시뮬레이션한다. 상상의 지평 위에 삶의 가능한 모든 환영을 펼쳐낸다. 물론, 아무렇게나 그리지는 않는다. 작가는 그 세부에 극한의 주의를 기울이는 식으로, 일상의 순간들을 '삶다운 것'을 향해 전진시킨다. 그럼으로써 그들은 삶을 죽음으로부터 구원한다.
우드에 따르면, 우리는 두 번 죽는다. 큰 죽음은 우리 생명의 끝장, 실제 죽음이다. 하지만 작고 느린 죽음도 있다. 시간 속에서 삶의 세부들이 그 윤곽선을 잃고 희미해져 결국 망각의 늪에 잠기는 일. 우리가 거기에 관심을 기울이지 않을 때 일어나는 죽음, 지금 여기에서 이토록 강렬히 느끼는 맛과 향기와 촉감이 서서히 우리 안에서 빠져나가면서 생기는 죽음이다.
문학은 감각과 생각을 단련해 느린 죽음에 저항하는 힘을 우리 안에서 일으킨다. 크고 작은 경험의 조각들에 고유한 맥락과 형식을 불어넣음으로써 우리가 삶을 "시간 순서가 아니라 내적 구조에 따라 재배열"할 수 있게 돕는다. 문학이 그럴 수 있는 건, 존 버거의 말을 빌리면, 사람들은 흘깃 보지만(see), 작가들은 지긋이 바라보기(look) 때문이다. 한마디로, 문학은 '삶다움'을 얻을 때까지 끈질기게 일상을 살피는 눈을 우리에게 알려준다. 삶의 의미는 이로부터 생겨난다.
좋은 삶을 살려면, 문학으로부터 배워야 한다. 삶이 느린 죽음에 삼켜지지 않도록, 순간을 사랑하고 세부에 집중하는 법을 익혀야 한다. 새해 첫날, 책을 읽으면서 간절해진다. 올해는 부디 작가의 눈으로 한 해를 살아갈 수 있기를.
[장은수 편집문화실험실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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