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나라 안팎서 “표현의 자유 훼손”, 정통망법 다시 숙의·개정해야

2026. 1. 2. 16: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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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국무부가 지난달 31일(현지시간) 대변인 명의 성명을 통해 오는 7월 시행 예정인 한국의 정보통신망법(정통망법) 개정안에 대해 “온라인 플랫폼 기업의 사업에 부정적 영향을 주고, 표현의 자유를 저해한다”며 “심각한 우려를 하고 있다”고 밝혔다. 국내에서도 이 법 개정안 추진 당시 언론과 표현의 자유 훼손 우려가 제기됐는데, 미국도 공식적으로 문제 삼으면서 한·미간 외교·통상 갈등의 불씨가 됐다.

지난달 24일 더불어민주당 주도로 국회를 통과한 정통망법 개정안은 허위·조작 정보의 유통을 금지하고 손해액의 최대 5배까지 징벌적 손해배상 책임을 묻는 내용을 담고 있다. 또한 플랫폼 사업자에게 허위·조작 정보의 신고 접수·삭제·차단 등 조치 책임을 부과하고, 허위·조작 정보에 대한 조치 사항 등을 담은 투명성 보고서를 정기적으로 제출하도록 했다. 유럽연합(EU)의 디지털서비스법(DSA)을 벤치마킹해 구글·메타·엑스 등 미국 대형 플랫폼 규제도 강화한 것이다. 미국은 개정안이 지난달 30일 국무회의에서 의결되자 공개적으로 반대 입장을 나타낸 셈이다.

미국은 그간 한국의 온라인플랫폼법, 구글에 대한 고정밀 지도 반출 금지 등을 디지털 규제라며 비관세 장벽 해소를 요구해왔다. 특히 지난해 11월 한·미 정상회담 공동 설명자료에 “한·미는 망 사용료, 온라인플랫폼 규제를 포함한 디지털 서비스 관련 법과 정책에서 미국 기업들이 차별당하거나 ‘불필요한 장벽’에 직면하지 않도록 보장할 것을 약속한다”는 문구가 담겼다. 미국은 이를 근거로 정통망법을 통상 현안으로 몰고 갈 가능성이 크다. 실제 미국은 EU의 DSA에 대해 관련 인사들의 비자를 제한하는 등 강경 대응한 바 있다.

국내에서도 정통망법 입법 당시 언론·표현의 자유 침해 우려가 제기됐다. 허위·조작의 정의가 너무 포괄적이고 모호한데다 플랫폼 사업자가 법적 책임을 회피하기 위해 자의적 판단으로 삭제·차단해 표현의 자유가 위축될 수 있다는 것이다. 특히 의혹을 제기하는 언론 보도에 징벌적 손해배상 책임까지 묻는 것은 정치·경제 권력의 언론 ‘입틀막’ 수단으로 악용될 거라는 비판도 나왔다. 그러나 진보·보수 구분없이 언론·시민단체의 이런 우려는 개정안에 제대로 반영되지 않았다.

정부는 “정보통신망법 내용이 특정국을 차별하는 것은 아니다”라고 했다. 그렇다면 미국과의 소통을 통해 통상 문제로 확대되지 않도록 해야겠지만, 정통망법 핵심 내용을 그대로 둔 채로 통상 갈등을 피할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언론·표현의 자유 침해 논란을 야기하는 독소조항을 없애는 게 바람직하다. 정부·여당은 하루 빨리 언론 현업단체 및 시민사회와 정보통신망법을 숙의하고, 필요한 항목은 다시 개정 절차를 밟기 바란다.

이재명 대통령이 지난달 30일 청와대 에서 국무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주도로 지난달 24일 국회를 통과한 정보통신망법 개정안이 이날 국무회의에서 의결됐다. 김창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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