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0대 기업 85%, 입사 지원서에 '스펙 10개 이상' 요구
[EBS 뉴스12]
청년들의 고용한파가 좀처럼 풀리지 않고 있습니다.
기업들은 채용공고에서 역량 중심 채용을 강조하고 있지만, 막상 입사지원서를 열어보면 현실은 달랐는데요, 매출 1,000대 기업의 지난 하반기 채용을 살펴보니, 지원서 단계부터 10개 이상의 스펙을 요구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배아정 기자입니다.
[리포트]
사회 진출 시기가 지나도, 일자리를 찾지 못하는 청년들이 늘고 있습니다.
지난달 기준, 실업자이거나 '쉬었음', '취업 준비자' 상태인 청년은 158만 9천 명.
1년 전보다 2만 8천 명 늘어, 코로나 이후 4년 만에 가장 많았습니다.
취업 준비생들은 채용공고를 통해 어떤 일을 하는지, 무엇을 준비해야 하는지 확인합니다.
하지만 막상 지원서를 작성하려고 하면 상황이 달라집니다.
공고에는 없던 각종 스펙을 입력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재단법인 교육의봄이 지난 하반기 신입 채용 공고를 낸 매출 1,000대 기업의 142개 지원서를 분석한 결과, 열 곳 중 여덟 곳 이상이 지원서에 10개 이상의 스펙 기재란을 두고 있었습니다.
채용공고에서 기업이 명시한 요구 조건은 평균 2.3개에 불과했습니다.
하지만 지원서를 열면 여기에 10.4개의 넘는 항목이 더해져, 기업 한 곳당 평균 요구 스펙은 12.7개에 달했습니다.
최종학력은 95%, 출신 학교명은 93%의 기업이 기재하도록 했고, 외국어 점수와 자격증도 94% 이상이 입력을 요구했습니다.
성적(89.4)과 수상 경력(66.2), 학내외 활동과(59.9), 봉사활동(43.0)까지 광범위하게 묻는 기업도 적지 않았습니다.
이 가운데 상당수는 입력하지 않으면 다음 단계로 넘어갈 수 없는 필수항목으로 설정돼 있었습니다.
'학력 무관'을 내걸고도 학력과 성적 입력란을 그대로 둔 기업, '서류 전형 없음'을 내세우고도 모든 스펙을 요구한 사례도 확인됐습니다.
전문가들은 이제 채용 시스템 자체를 바꿔야 한다고 지적합니다.
채용 평가에 반영하지 않는 항목은 걷어내고, 직무 역량만 묻는 지원서로 바뀌지 않는 한 청년들의 스펙 경쟁은 멈추기 어렵다는 겁니다.
인터뷰: 김선희 책임연구원 / 교육의봄
"정량적인 스펙이 불필요하더라도 계속 준비하게 되는, 청년 구직자들은 졸업 이후에 (평균) 11개월 이상으로 취업 준비 기간들이 늘어날 수밖에 없는 상황이고 그로 인해서 발생하는 사회적 경제적 비용들이 더 낭비가 심해진다…."
취업 문턱이 높아질수록, 함께 늦어지는 청년들의 사회 진입 시기.
청년 고용난을 풀기 위해선 양질의 일자리 확대만큼이나, 불필요한 스펙 경쟁부터 줄여야 한다는 지적입니다.
EBS뉴스 배아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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