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육비 미지급 신상 공개 ‘배드파더스’ 다시 열린다…운영자 “처벌 감수”
“양육비 미지급 문제 여전히 해결 안 돼”

양육비를 지급하지 않은 부모의 신상을 공개하는 누리집이 폐쇄 2년 만인 이번 달 다시 열린다.
과거 양육비 미지급자 신상공개 누리집 ‘배드파더스’를 운영했던 구본창 양육비해결하는사람들 활동가는 2일 한겨레에 “배드파더스를 운영하며 1천여건의 양육비 미지급 문제가 해결됐었는데, 지난해 누리집 폐쇄 이후 다시 양육비를 못 받고 있다는 부모들의 연락이 와 재개를 결정했다”고 말했다.
양육비 미지급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는 지적이 이어지자 성평등가족부는 지난해 7월부터 ‘양육비 선지급제’를 도입했다. 양육비 이행확보를 위한 노력에도 양육비 채무자로부터 3개월 또는 3회 이상 연속해서 양육비를 못 받은 기준중위소득 150% 이하 가구에 대해, 미성년 자녀 1인당 월 20만원을 성년이 될 때까지 국가가 지급하고 이를 양육비 채무자에게 돌려받는 제도다. 하지만 이 제도는 양육비 문제의 일부만 해결할 뿐이라고 구 활동가는 지적한다. 그는 “전체 양육비 피해 아동 중 선지급제 대상이 되는 건 일부에 불과하고, 한달에 20만원을 제외한 나머지 양육비에 대해선 또다시 양육자가 소송을 거는 식으로 받아내야 하기에 미지급자의 신상을 확실히 공개할 수 있는 누리집이 필요하다고 봤다”고 말했다.
민간 누리집인 배드파더스는 2018년 7월 양육비를 주지 않는 부모를 압박하기 위한 목적으로 열려 이들의 얼굴, 나이, 주소 등 신상을 공개했으며, 2024년 1월 폐쇄됐다. 당시 양육비 미지급 문제를 해결하는 공익적 목적을 지닌 누리집이라는 의견과 함께 사적 제재라는 비판도 나왔다. 이후 배드파더스에 신상이 공개됐던 5명이 검찰에 구 활동가를 정보통신망법상 명예훼손 혐의로 고소하며 수사가 시작됐다. 2020년 국민참여재판으로 진행된 1심에선 배심원 7명 전원이 구 활동가를 무죄로 평결했고, 법원은 “피고인의 활동은 공공의 이익을 위한 것으로 볼 수 있다”며 무죄를 선고했다.
다만 2심 재판부는 “신상 공개행위로 피해자의 인격권과 명예가 과도하게 침해된다고 보인다”며 구 활동가에게 벌금 100만원의 선고 유예 판결을 내렸다. 2024년 1월 대법원도 원심판결을 확정하며 “사회 문제를 공론화하기 위한 목적이 있었더라도 구체적인 직장명, 전화번호까지 공개해 양육비를 즉시 지급하도록 강제할 필요성까지 인정되지 않는다”며 “배드파더스는 사전 확인절차 없이 개인 신상정보를 공개해 인격권과 명예를 훼손하는 ‘사적 제재’에 가깝다”고 밝혔다. 이처럼 구 활동가가 배드파더스 활동을 재개할 경우 ‘사실적시 명예훼손죄’로 처벌받을 가능성은 여전히 크다. 손지원 변호사(커뮤니케이션법연구소 대표)는 “배드파더스 사건 이후 민간 대신 정부에서 양육비 미지급자의 신상을 공개하고 있는데, 이는 신상 공개의 공익적 효과가 있기 때문”이라며 “민간단체의 행위도 공익적 목적이 인정돼야 하지만 사실적시 명예훼손죄가 폐지되지 않는 이상 해당 활동이 또다시 처벌받을 수 있는 게 문제”라고 말했다.
실제로 구 활동가에 대한 2심 판결이 있었던 지난 2021년 ‘양육비 이행확보 및 지원에 관한 법률’(양육비이행법)이 개정되며 양육비 미지급자 제재 주체는 민간에서 공공으로 넘어왔다. 성평등부는 현재 법원의 양육비 지급 명령을 받고도 3회 이상 이행을 미루거나 양육비 채무가 3천만원 이상인 미지급자의 이름, 나이, 직업, 주소지 등을 누리집에 공개하고 있다. 당시 국회를 통과한 양육비이행법 개정안에는 “고의적으로 양육비를 지급하지 않는 채무자에 대해 출국금지, 명단공개, 형사처벌을 통해 양육비 이행의 실효성을 제고할 필요성이 있다”는 취지가 담겼다. 다만 구 활동가는 “성평등가족부가 직접 신상 공개를 한다고 해서 잠시 배드파더스의 문을 닫았던 때도 있었지만 미지급자의 얼굴이 공개되지 않고 직업도 ‘회사원’으로 기재돼 있어 채무자를 특정할 수 없는 상태의 신상 공개는 무의미하다고 봤다”며 민간 신상공개 누리집 재개 이유를 밝혔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의 보고서에 의하면 우리나라의 한부모 가구는 2022년 기준 약 149만 가구에 달한다. 양육비를 못 받은 양육자가 양육비이행관리원에 지원을 신청해 합의 또는 법원 판결로 양육비 지급 의무가 확정된 사례 중 이행이 이뤄진 비율을 의미하는 ‘양육비 이행률’은 지난해 10월 기준 47.5%다. 여전히 52.5%는 양육비 지급이 되지 않고 있다는 의미다. 성평등가족부가 전국 한부모가족 가구주 3315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2024 한부모가족 실태조사’에서도 10명 중 7명(71.3%)이 양육비를 한 차례도 받지 못했다고 답했다. 양육비 선지급제가 시행된 지난 7월부터 11월 말까지 정부가 양육비 선지급을 결정한 가구는 3868가구다. 구 활동가는 “지난달 30일 양육비 미지급자 신상공개 누리집을 다시 연다는 소식을 밝힌 이후 배드파더스 폐쇄 이후 양육비 지급이 끊겼다는 부모의 제보들이 다시 오고 있다”면서 “아직 양육비 미지급 문제가 해결되지 않았기에 또다시 명예훼손죄로 처벌받더라도 감수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고나린 기자 m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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