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를 맞는 술

아레나옴므플러스 2026. 1. 2. 09: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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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라마다 새해를 맞이하는 방식이 있다. 이웃과 함께 특별한 음식을 먹거나 전통 술을 마신다. 뚜렷한 문화를 이어온 한국과 중국, 프랑스와 스페인의 풍습을 대표로 들여다봤다. 동서양을 불문하고 모두 건강과 행복을 염원하며 잔을 기울인다는 점에서, 모든 이에게 동일한 축복이 깃들길 바라며.

CHINA 중국 

중식당에 붙어 있는 '福(복)' 자 종이를 본 적 있을 거다. 행여 거꾸로 붙어 있다고 해도 의아하게 생각할 필요 없다. 새해에 복이 나가지 말라는 의미에서 일부러 뒤집어 붙인 거니까. 중국 역시 우리나라처럼 달의 주기를 기준으로 날짜를 센다. 조금 다른 점은 음력이 아닌 음양력을 사용하며, 나라 간 시차와 역법 계산이 달라 한국 시간과는 하루 정도 차이가 난다. 중국은 2월 중순, 춘절이라는 이름으로 새해를 맞는다. 대청소를 하고, '입춘대길 건양다경'처럼 길한 문구의 춘련을 대문에 붙이면서 중국 최대 명절인 춘절이 시작된다. 섣달그믐에는 가족끼리 모여 만두와 생선, 찹쌀떡을 나누며 주로 백주를 술로 곁들인다. 이때 술은 붉은 수수로 만든 '국교 1573' 같은 평소보다 좋은 백주를 마신다. 음식과 술은 저마다 의미가 있다. 동음이의어로 만두는 교차점, 생선은 여유가 남는다는 뜻, 찹쌀떡은 해마다 잘된다는 뜻의 단어와 발음이 같다. 백주 역시 곡물 술로 수확과 번영을 기원하며, 풍요를 상징한다. 1000년이 훌쩍 넘는 역사를 지닌 백주는 언제라고 할 것 없이 자연스레 춘절의 식탁에도 올랐다. 가족과 친구 여럿이 함께 잔을 들며, 일반적으로 건배 후에는 한 번에 다 털어 넣는다. 적은 양을 입에 넣고 삼킨 뒤, 천천히 코로 숨을 뱉으면 은은한 잔향을 음미할 수 있다. 세뱃돈과 비슷한 '홍바오'도 주고받는다. 보통 어른이 용돈을 넣은 붉은 봉투를 아이에게 주며, 건강과 행운을 빌어준다. 섣달그믐날부터는 나쁜 일과 악귀를 쫓는다는 의미로 정월대보름까지 폭죽을 터뜨린다. 환경문제로 일부 제한됐지만, 여전히 춘절 기간에 중국을 간다면 한 달 가까이 떠들썩하게 터지는 폭죽을 경험할 수 있다. 

KOREA 한국

"까치 까치 설날은 어저께고요, 우리 우리 설날은 오늘이래요." 한국인은 새해를 두 번 맞는다. 양력 1월 1일과 음력 1월 1일. 조상들이 태양이 아닌 달의 움직임을 기준으로 날짜를 셌기 때문이다. 그래서 동요에 나오는 '까치 까치 설날'이 공식 새해다. 설날의 어원은 어디서 왔을까. 한국민족문화대백과사전에서 해석한 대로 '낯설다'에서 온 것이 유력하다. 아직은 낯선 새해, '설은 날'을 맞이한다는 견해다. 설날에는 떡국을 먹는다. 하얀 떡처럼 깨끗한 몸과 마음으로 한 해를 맞고, 긴 가래떡처럼 오래 살라며 장수를 빌고, 엽전처럼 동그랗게 떡을 썰어 풍족한 재물을 기원한다. 삼삼오오 모여 민속놀이인 윷놀이를 즐기고, 소원 담은 연을 날리기도 한다. 지금은 보기 드물지만, 가족 전체가 둘러앉아 마시는 술도 있다. 도소주다. 죽일 도(屠)에 사귀(邪鬼)의 이름인 소(蘇)를 더해, 악귀를 물리친다는 뜻이다. 도소주는 놀랍게도 후한 시대 명의로 알려진 화타가 만들고 우리나라 상류층을 통해 전래했지만, 현재 중국에서는 거의 사라졌다. 오히려 한국의 가양주가 되어 집집마다 설에 만드는 세주의 시초이자, 약주 문화를 발전시킨 주인공이 됐다. 조상들은 새해 전날인 섣달그믐이면 다양한 약재를 넣은 주머니를 우물에 담갔다. 그리고 정월 초하루 새벽이면 약주와 함께 팔팔 끓였다. 양기가 잘 드는 동쪽을 향해 앉아, 면역력이 약한 어린아이부터 연장자 순으로 도소주를 마셨다. 전염병과 부정한 기운을 피하기 위해서였다. 오늘날 집집마다 술을 빚진 않지만, 배상면주가에서 경기 포천에서 난 쌀과 인삼으로 깔끔하게 빚은 도소주를 냈다. 세시주 '도소주'를 배상면주가라는 큰 집의 가양주라고 생각하고 달콤한 쌀과 인삼의 풍미를 느껴보자. 한 잔 마시고 맑은 기운으로 새해를 맞이해도 좋겠다. 

FRANCE 프랑스

프랑스의 디저트 '갈레트 데 루아'는 새해를 상징한다. '왕의 파이'라는 이름처럼 로마시대까지 거슬러 올라가는 전통을 지녔다. 퍼프 페이스트리 안에 아몬드 크림을 채운 형태가 가장 널리 알려져 있지만, 지역과 취향에 따라 모습은 다양하다. 과일잼이나 초콜릿을 넣기도 하고, 프랑스 남부 프로방스 지역에서는 오렌지꽃 향과 설탕, 절인 과일을 더한 브리오슈 형태의 '가토 데 루아'를 먹는다. 디저트의 핵심은 파이 속에 있다. 프랑스어로 강낭콩을 뜻하는 '페브'다. 페브는 생명과 다산의 의미를 지닌다. 숨겨진 페브를 찾는 사람은 종이 왕관을 쓰고 하루 동안 '오늘의 왕'이 되어 모든 소원을 요구할 수 있다. 이는 고대 로마에서 집주인 가족이 노예까지 초대한 연회에서 유래한다. 파이에 무작위로 강낭콩을 넣었고, '오늘의 왕'을 뽑는 전통이 이어지고 있다. 프랑스 식탁에서 레드 와인은 빠질 수 없는 법. 달콤한 갈레트 데 루아에는 당도 높은 와인보다 '부샤 뻬레 에 피스 쥬브레 샹베르땅'처럼 드라이하지만 산도와 보디감이 적당한 부르고뉴 레드 와인이 잘 어울린다. 매년 초 달콤한 파이와 함께 잔을 채우고 서로의 축원을 비는 프랑스식 새해 풍경이 펼쳐진다. 12월 31일 새해를 맞기 전, 집에 있는 모든 술을 마셔버리기도 한다. 지난해 술이 남아 있으면 나쁜 운이 미칠 수 있다고 믿기 때문이다. 집집마다 많이 가지고 있는 술은 아무래도 와인이다. 파티를 열어 남은 와인을 먹어 없앤다. 카운트다운을 하고 자정이 되면 평화와 건강, 행복을 기원하는 뜻의 인사말 '누벨 아네 외뢰즈(Nouvelle année heureuse)'를 외친다. 옆 사람을 끌어안고 서로 행운을 빌어주기도 하며 새해를 맞이한다. 

SPAIN 스페인

매년 12월 31일 밤에서 1월 1일로 넘어가는 순간, 스페인의 시계는 종을 울린다. 자정이 가까워지면 사람들은 광장이나 집에 모여 시계를 바라본다. 마드리드 '푸에르타 델 솔' 광장의 시계 종소리는 전국에 생중계되며, 12번의 종이 새해의 시작을 알린다. 맨 처음 새해를 알리는 예비 종소리가 난 뒤에 12번의 종은 3초 간격으로 울린다. 종이 한 번 울릴 때마다 사람들은 소원을 빌고, 포도를 한 알씩 먹는다. 

한 알은 한 달을 의미하며, 모든 종을 치면 1년 동안의 소원을 빌게 되는 셈이다. 모두 무사히 먹으면 한 해의 행운도 보장된다고 믿는다. 그리고 스페인의 스파클링 와인 카바를 터뜨린다. 카바는 '로저 구라트 브뤼 밀레짐'처럼, 카탈루냐 지방 페네데스 지역에서 나는 고유 품종 와인이다. 스페인 전통술로 19세기 후반에 탄생했으며, 프랑스 샴페인 제조 기술을 배운 와인 생산자들이 스페인 토착 품종을 사용해 고유의 스파클링 와인으로 완성했다. 이름은 지하 저장고(cave)에서 숙성하는 특징에서 붙여졌다. 보통 6~8℃의 온도로 시원하게 마셔야 이상적인 맛과 향을 즐길 수 있다. 

카바로 입안을 헹군 후 가족, 친구는 새해 인사를 나눈다. 1월 6일에는 새해 분위기가 절정에 이른다. 아기 예수 탄생 후 동방박사들이 선물을 들고 경배한 것을 기념하는 날이자, 스페인의 어린이날로 불리는 '동방 박사의 날' 축제가 열리기 때문이다. 스페인에서는 크리스마스만큼 큰 공휴일이다. 5일 밤에는 화려한 퍼레이드가 펼쳐지고, 아이들은 선물을 기다린다. 

CREDIT INFO

Feature editor 김지수
Photographer 이준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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