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정부 틀을 깬 경기도... 정부보다 한발 먼저 혁신정책 허들 넘다 [2026 신년특집]

이진 기자 2026. 1. 2. 06: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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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내 107개 기업 3천50명 ‘주4.5일제’ 적용
소기업용 사업 선입견 깨고 안착 가능성↑
경기기후위성 1호기 본격 기후재난 모니터링
기상 재앙시대 ‘경기 기후보험’ 보편적 안전망
‘간병 SOS’ 국가 차원 제도화 논의 마중물


대한민국이 새 정부 출범과 함께 ‘국정 대전환’의 속도를 끌어올리는 가운데 경기도가 지방정부의 역할을 다시 쓰고 있다. 중앙을 기다리기보다 먼저 실험하고 데이터로 성과를 증명한 뒤 제도 확산의 길을 여는 방식이다.

민선 8기 경기도는 지방정부가 어디까지 할 수 있는지 스스로 한계를 허무는 정책을 펼치고 있다. 경기도가 ‘틀’을 깨는 방식은 분명하다. 노동시간 단축처럼 국가 의제의 난제를 현장에서 먼저 돌려보는 ‘주4.5일제’, 기후위기 대응을 데이터 기반으로 바꿔 놓는 ‘경기기후위성’, 그리고 기후재난을 사회안전망으로 끌어안는 ‘경기 기후보험’, 돌봄·간병 부담을 공적 책임으로 떠안는 ‘간병 SOS 프로젝트’ 등이 경기도의 지방정부 정책 스펙트럼을 확장하고 있다.

김동연 경기도지사가 지난해 10월22일 주4.5일제 시범사업에 참여 중인 용인 ㈜셀로맥스 사이언스를 방문해 기업 운영 현황을 점검하고, 임직원들과 간담회를 진행했다. 경기도 제공


■ ‘주4.5일제’ 노동개혁 시험대
경기도가 가장 먼저 지방정부의 ‘틀’을 깬 분야는 노동이다. 법정근로시간 주40시간 체제에서 한발 더 나아가 임금 삭감 없이 노동시간을 줄이는 선택형 단축 모델을 지방정부가 선제적으로 가동한 것이다. 중앙정부가 노동시간 단축을 국정과제로 추진하는 가운데 경기도는 이미 민간기업, 공공기관을 대상으로 제도화 실험에 들어갔다.

주4.5일제 시범사업은 2025년부터 2027년까지 한시적으로 운영되며 도내 민간기업 및 공기관을 대상으로 한다. 유형은 △주4.5일제(요일 자율선택) △주35시간제 또는 주36시간제 △격주 주4일제 △혼합형으로 업종·현장 여건에 맞춰 선택하도록 했다. 기업에는 노동시간 단축 정착을 위한 근태관리시스템 구축, 컨설팅(최대 2천만원 이내) 등을 지원하고 정책 효과는 사업 전·중·후 설문조사와 효과성 분석(매년)으로 검증한다.

성과도 숫자로 확인되고 있다. 시범사업은 당초 50개사가 목표였으나 지난해 10월 기준 총 107개 기업(민간 106개, 공공 1개)이 참여했으며 3천50명이 주4.5일제를 적용받고 있다. 중소기업(101개) 중심이지만 중견기업(5개)도 합류하며 ‘소규모 기업에만 가능한 실험’이라는 선입견도 깼다. 제조업까지 참여 범위가 넓어지면서 업종별 적용 가능성도 확인됐다.

경기기후위성. 경기도 제공


■ 하늘서 데이터를 가져온다
경기도의 두 번째 ‘틀 깨기’는 기술 기반 행정이다. 기후위기를 ‘캠페인’이 아니라 ‘데이터’로 다루겠다는 선택이다. 경기도는 광역 단위 최초로 초소형 기후 인공위성을 발사·보유하며 정책 설계의 근거를 ‘관측 데이터’로 끌어올리고 있다.

경기기후위성 1호기는 지난해 11월29일 오전 3시44분(한국 시간) 미국 캘리포니아 반덴버그 우주군기지에서 스페이스X 팰컨9 로켓에 실려 발사됐다. 약 56분 후 목표 궤도에 안착해 위성이 사출됐고 1시간여 만에 지상과의 송수신에 성공했다.

기후위성 1호기는 무게 약 25kg, 16U(큐브위성 규격)의 초소형 광학위성이다. 고해상도 다분광탑재체와 고속 데이터 처리 장치를 갖춰 가시광선·근적외선 파장대 정밀 관측이 가능하다. 위성은 지구 표면 약 500㎞ 상공에서 경기도 지역을 통과할 때 1회당 14×40㎞ 면적을 촬영하며 토지피복 변화 탐지와 함께 산사태, 산불, 홍수 등 기후재난 모니터링 임무를 향후 3년간 수행한다.

기후위성의 사업 기간은 2025년 1월~2029년 12월로 △(~2027년) 위성 설계·개발·시험·발사 △(~2029년) 데이터 수집·운용 구조다. 예산은 189억1천600만원이며 기후위성 3기(광학 1기, 온실가스 관측 2기)를 설계·개발·발사해 데이터 체계를 구축하는 게 목표다.

지난해 12월1일 김동연 경기도지사가 이학영 국회 부의장과 안호영 기후에너지환경노동위원장 등 10명의 국회의원과 공동으로 ‘기후보험 전국 확대 지원을 위한 국회 토론회’를 국회에서 개최하고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경기도 제공


■ 전 도민 자동가입 ‘경기 기후보험’
세 번째 ‘틀 깨기’는 안전망이다. 경기도는 폭염, 한파, 감염병 등 기후재난이 불평등을 확대한다는 문제의식에서 출발해 전 도민 자동가입 방식의 ‘경기 기후보험’을 도입했다. 보험료는 경기도가 부담하고 도민은 별도 절차 없이 보장을 받는다. 기후위기를 ‘환경 이슈’가 아니라 ‘복지·안전’의 영역으로 재정의한 셈이다.

경기 기후보험은 2025년 4월11일~2026년 4월10일(1년 단위 계약) 시행 중이며 전 도민을 대상으로 하되 기후위기 취약계층에는 추가 보장을 적용한다. 보장 항목은 온열질환·한랭질환 진단비, 감염병 진단비, 기상특보 관련 4주 이상 상해 시 사고위로금 등 기후 관련 건강피해 중심의 정액 보장이다.

지난해 12월5일 기준 4만2천278건, 약 9억2천만원이 지급됐으며 특히 전체 지급의 98%(4만1천444건)가 고령·저소득층 등 기후 취약계층에 집중돼 ‘보편 안전망이 실제로 약자를 돕는지’라는 질문에 수치로 답했다.

경기도는 기후보험이 기후격차(클라이밋 디바이드)를 완화하는 새로운 사회안전망으로 자리잡았다고 보고 있다. 실제로 경기도의 기후보험은 세계지방정부연합 및 유엔 홈페이지에 소개되는 등 대외적 확산 가능성도 확인되고 있다.

지난해 3월6일 김동연 경기도지사가 간병SOS 참여자와 만나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경기도 제공


■ ‘간병 SOS’ 일상 붕괴 막는다
경기도의 ‘틀 깨기’는 기후·노동에만 머물지 않는다. 간병비 부담이 가족의 일상을 붕괴시키는 현실에서 경기도는 65세 이상 취약계층에 연간 최대 120만원 간병비를 지원하는 ‘간병 SOS 프로젝트’를 본격화했다. 환자 본인에게 직접 간병비를 지원하는 방식은 광역지자체 중 경기도가 최초다.

사업은 지난해 2월20일 접수 시작 후 빠르게 확대돼 같은 해 12월3일 기준 수혜자는 1천79명으로 나타났다. 만족도 조사(2025년 8월·485건)에서는 사업 만족도 90.6%, 간병비 부담 완화 89.2%, 심리적 부담 감소 90.6%, 신체적 부담 완화 82% 등 체감 효과가 높게 나타났다. ‘간병비 부담으로 입원을 망설인 경험’이 62.6% 감소했다는 대목은 정책의 본질을 드러낸다.

김동연 지사는 ‘간병국가책임제’ 구상도 공개적으로 띄웠다. 지난해 9월 국회토론회를 통해 경기도 성과를 공유하며 국가 차원의 제도화 논의를 견인했으며 도는 성과분석 연구(경기복지재단·2025년 10월)와 현장 의견을 토대로 사업 고도화를 검토하고 있다.

이진 기자 twogenie@kyeongg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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