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눈이 사라진다... ‘無雪 지역’ 남부→중부 빠르게 북상
한반도에 눈이 사라지고 있다. 온난화 여파로 겨울에 눈이 거의 내리지 않는 ‘무설(無雪) 전선’이 남부 지방에서 중부 지방으로 빠르게 북상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눈 가뭄의 영향으로 겨울~봄 땅에 수분 공급이 끊기며 앞으로 봄철 극심한 가뭄과 산불 피해가 잦아질 것으로 예상된다.
1일 본지가 기상청에 의뢰해 1980년대부터 2020년대(2020~2024년)까지 지역별 적설량을 분석한 결과, 전국 평균 적설량이 1980년대 38.3㎝에서 2010년대 32.2㎝, 2020년대 21.9㎝까지 줄어든 것으로 확인됐다. 불과 40년 만에 우리나라 눈의 43%가 사라진 것이다.

눈에 띄는 변화는 한 해 적설량이 5㎝ 이하로 눈이 거의 내리지 않는 ‘무설 지역’이 빠르게 확대되고 있다는 점이다. 이는 기온 상승 여파로 눈이 비로 바뀌어 내리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연평균 기온이 해마다 신기록을 쓰고 있는 2020년대 들어 이런 경향이 강해지고 있다.
‘영남알프스’(울산 울주군과 경남 밀양·양산, 경북 청도·경주 일대에 걸쳐 위치한 해발 1000m 가량의 산지)가 눈구름대 유입을 막아 과거에도 눈 구경을 하기 어려웠던 부산·울산·경남은 1980년대 적설량이 6.9㎝에서 2020년대 0.1㎝로 줄었다. 대구·경북도 같은 기간 47.1㎝에서 0.5㎝로 99% 감소했다.
우리나라에 발생하는 대표적 대설(大雪) 유형인 ‘서해안형 대설’(북쪽 찬 공기가 상대적으로 따뜻한 서해상을 통과하며 큰 눈구름대를 형성해 내리는 눈) 영향권인 충남·호남도 적설량이 빠르게 줄고 있다. 대전·충남은 1980년대 60.5㎝에서 2020년대 14.8㎝로 76% 줄었다. 전북은 44.2㎝에서 23.2㎝, 광주·전남은 54.2㎝에서 28.7㎝로 절반 수준이 됐다.

전국적으로 적설량이 전반적 감소세를 보인 데엔 겨울 중에서도 ‘12월 적설량’이 줄어든 영향이 크다. 과거보다 따뜻한 12월을 보내다 보니 눈 구경을 하기 어려워진 것이다. 최근 3년간 12월 적설량을 보면 서울은 2023년 19.9㎝에서 작년 6.4㎝, 대전은 6.5㎝에서 0.8㎝, 광주광역시는 22.3㎝에서 1.6㎝로 줄었다.
반면 적설량이 오히려 늘어난 곳도 있다. 강원도는 1980년대 37.1㎝에서 2010년대 108.3㎝, 2020년대는 50.9㎝를 기록했다. 강원도는 온난화로 인해 한반도 북쪽에 ‘절리 저기압’(북극에서 떨어져 나온 영하 35도의 찬 공기 덩어리)이 과거보다 자주 형성돼 눈구름대가 더 크게 발달하고 있다. 이 구름대가 높은 산지에 부딪히며 많은 눈을 쏟아내는 것이 주 원인으로 꼽힌다.
열대·아열대 식물이 늘어나는 제주에서도 오히려 적설량이 늘었다. 1980년대 4.1㎝에서 2020년대엔 10.9㎝까지 증가했다. 이는 제주도 주변 해수면 온도 상승에 따라 찬 바람이 들어올 때 해기차(바다와 대기의 온도차)가 커진 영향이다. 다만 제주 지역 눈은 고도가 높은 한라산 지역에 집중됐다.
해마다 평균 기온이 상승함에 따라 앞으로 상고대 등 겨울 설경을 즐길 수 있는 공간과 기간도 빠르게 줄어들 것으로 예상된다. 우리나라 평균 기온은 1910년대 12도에서 2020년대 14.8도까지 2.8도 올랐다. 해발 고도가 100m 올라갈 때마다 기온이 1도씩 낮아진다는 점을 감안하면, 한반도 설경의 ‘생존 구간’이 약 300m 정도 올라갔다는 것을 의미한다. 기상학적 겨울(일평균 기온이 5도 미만으로 내려간 뒤 다시 올라가지 않은 첫날부터 끝날)도 과거(1912~1940년)보다 최근(1995~2024년) 22일 줄었다.
문제는 겨울철 ‘눈 가뭄’이 봄철 농작물 재배에 큰 피해를 주고, 산불 발생으로 이어진다는 것이다. 눈이 겨우내 쌓였다가 봄까지 천천히 녹으면 땅에 꾸준히 수분을 공급한다. 그러나 눈이 비로 바뀌어 내리거나 빠르게 녹아버리면 금세 하천으로 빠져나가거나 증발되기 때문이다. 또 겨울철 기온 상승은 각종 해충이 월동에 성공할 확률도 높인다. 소나무재선충, 미국선녀벌레, 갈색날개매미충 등 추위에 사라졌던 해충이 겨울에도 살아남게 되는 것이다.
이미선 기상청장은 “앞으로 우리나라 곳곳에서 눈 보기가 점점 더 어려워질 것”이라며 “가을철 ‘빨갛게 익지 않은 단풍’처럼 우리가 알던 설경과 겨울의 모습도 점차 변해갈 수밖에 없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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