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근마켓에 등장한 '수상한 헬스장 회원권'…새해 '운동러' 노린 사기 주의보

문지수 2026. 1. 2. 04: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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헬스장 등 선불 결제 악용 사기 주의
회원인 척 '당근 양도 글' 올린 업주
연초 특가 판매에 충동 계약 말아야
"지자체 관리·감독 늘릴 방안 필요"
게티이미지뱅크

새해를 맞아 건강 관리를 결심한 '운동러'들이 가장 먼저 하는 일은 체육시설 등록이다. 회원권을 좀 더 저렴한 가격에 구하기 위해 중고거래 플랫폼에서 타인의 회원권을 양도받기도 한다. 하지만 최근 미등록 시설이나 경영난을 겪는 시설들이 회원을 유치하기 위해 중고거래로 위장하는 방식으로 회원권을 판매하는 사례가 적지 않아 소비자들의 주의가 필요하다.

1일 한국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서울 마포경찰서는 중고거래 플랫폼 당근마켓에서 구매자를 속여 헬스장 회원권을 판매한 헬스장 대표 A씨를 사기 혐의로 수사하고 있다. A씨의 행각이 드러나게 된 경위는 이렇다.

마포구 주민 김모(27)씨는 지난해 7월 당근마켓에서 싼 가격에 올라온 헬스장 회원권 양도 글을 발견했다. 별칭이 'KK(가칭)'인 판매자는 자신을 국제구호단체 막내 직원이라고 소개하며, 해외 발령으로 직원 세 명이 구매한 회원권 5개를 한꺼번에 판다고 설명했다. 김씨는 2026년 12월까지 장기간 헬스장을 이용할 목적으로 목돈 260만 원을 주고 회원권을 모두 구매했다.

3개월 뒤 당근마켓을 살펴보던 김씨는 깜짝 놀랐다. 판매자 KK가 자신에게 회원권을 판 이후에도 헬스장 양도 글을 수차례 올렸던 것이다. 의문이 생긴 김씨가 친구에게 부탁해 친구 계정으로 KK에게 접촉해 보니, 이번엔 아내와 이용하던 회원권을 판다고 했다. 본인 장인어른의 통장으로 입금해 달라며 계좌번호도 알려줬다. 그런데 예금주 이름이 헬스장 대표 A씨 이름과 동일했다.

별칭 'KK(가칭)'는 몇 달에 걸쳐 서울 마포구에 있는 한 헬스장의 회원권 양도 글을 중고거래 플랫폼 당근마켓에 여러 차례 올렸다. 현재 이 계정은 거래 분쟁으로 이용 정지된 상태다. 당근마켓 캡처

김씨가 헬스장에 가서 A씨에게 '누군가 회원권을 팔고 있는 걸 아느냐'고 묻자 "원래 알던 회원이라 괜찮다"는 답이 돌아왔다. 불안한 마음에 헬스장 회원권 관리 앱에 들어가 확인해 보니, 김씨가 구매한 회원권 260만 원 중 약 100만 원만 김씨 계정에 등록돼 있었다. 나머지 160만 원어치 회원권은 사라진 것이다. 김씨는 경찰과 구청에 A씨를 신고하고, A씨를 상대로 부당이득금 반환 청구 소송을 냈다.

경찰은 지난해 10월 A씨를 사기 혐의로 입건했다. 당근마켓 양도 글 계정주와 입금 계좌번호를 추적해 A씨를 피의자로 특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조사 결과 A씨는 과거 다른 사람이 운영하던 헬스장을 인수하면서 관할 구청에 체육시설업 신고도 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탈세를 의도했을 가능성이 없지 않다는 얘기다. 실제로 마포세무서에 탈세 의심 신고가 접수돼 서울경찰청이 조사 중이다. 마포구청도 A씨를 경찰에 고발했다.

이러한 영업 행태는 업계에선 공공연한 비밀이다. 10년 이상 헬스트레이너로 일한 신모(33)씨는 "당근마켓에 올라오는 양도 글의 절반은 회원, 나머지 절반은 업주"라며 "상습적으로 글이 게시되는 업체는 '먹튀' 위험이 크다"고 귀띔했다. 운영이 잘되지 않는 업체들이 회원들의 환불 요구가 있거나 급한 돈을 메워야 할 때 이 같은 수법을 쓴다는 것이다. 이런 업체들은 갑작스럽게 폐업할 위험도 있다. 하지만 당근마켓 판매자가 거짓 신분을 내세운다면 소비자가 피해를 파악하고 입증하기는 어렵다.

그래픽=신동준 기자

헬스장 이용과 관련된 분쟁은 매년 꾸준히 발생하고 있다. 한국소비자원에 따르면, 2022년부터 2025년까지 헬스장 피해구제 신청은 총 1만2,404건이었다. △2022년 2,654건에서 △2023년 3,165건 △2024년 3,412건까지 증가했고, 지난해에도 3,173건으로 3,000건을 훌쩍 넘겼다.

연말·연초 특가를 내세워 회원을 모집한 뒤 '먹튀 폐업'하는 경우도 흔하다. 지난해 11월 서대문구의 한 필라테스 학원은 수험생 행사 등 할인권으로 수강생을 모집한 뒤 12월 말 돌연 폐업했다. 같은 달 회원 70여 명은 업주 B씨를 사기 및 업무상 횡령 혐의로 서울 서대문경찰서에 고소했다. 이들이 추산한 피해 액수는 2억 원 상당이다.

그래픽=신동준 기자

한국소비자원은 피해를 줄이기 위해 계약 전 국세청 홈택스나 시·군·구청 관할 부서에서 사업자 정보를 확인할 것을 권고한다. 계약 시에는 해지 환급 기준을 확인하고, 20만 원 이상은 3개월 이상 신용카드 할부로 결제해야 사업자의 계약 불이행 시 소비자가 카드사에 할부금 지급을 거절할 수 있는 '할부 항변권'을 행사해 피해를 줄일 수 있다. 계약서 사본과 녹취 등 증빙자료 확보를 확보해 두면 분쟁이나 계약 해지 시 유리하다.

개인 노력뿐 아니라 제도 개선도 필요하다. 이은희 인하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체육시설업은 지자체 관할인 만큼 지자체와 연계된 '소비생활센터' 신고를 활성화하고, 반복 신고된 업장의 관리·감독을 늘려야 한다"고 지적했다.

문지수 기자 door@hankookilbo.com
전예현 기자 hyu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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