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버 공격은 러의 침공 신호”… 獨, 전쟁 대비 착수
전쟁 발발 땐 유럽의 병참기지 전환

독일 정부가 최근 자국을 포함해 유럽 전역에서 잇따르는 사보타주(파괴 공작), 사이버 공격, 허위 정보 유포 등을 러시아의 침공 신호로 간주하고 대비 태세에 들어갔다고 정치 전문 매체 폴리티코 유럽판이 지난달 31일 보도했다.
2022년 2월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이래 전쟁이 장기화하면서, 독일에선 러시아가 이르면 2028년쯤 유럽을 전면 침공할 가능성이 있다는 우려까지 나오는 상황이다. 최근 군사적 압력과 함께 내부의 분열과 혼란도 획책하는 러시아의 ‘하이브리드전’ 수위도 높아지면서 독일은 전쟁 대비 태세를 강화하고 있다.
폴리티코는 올 상반기 독일 국방부가 발간할 예정인 ‘독일 작전 계획(OPLAN)’ 최신판 요약본의 주요 내용을 보도했다. OPLAN은 독일 국가 기밀 문서로, 2024년 봄 처음 발행됐고 지난해 상반기에 2판이 나왔다. 올 상반기에 1000페이지 분량의 최신판이 완성될 예정이다.
독일 국방부는 “러시아가 2022년 국제법을 위반해 우크라이나를 전면 공격하면서 유럽의 안보 상황은 근본적으로 변했다”며 러시아를 ‘가장 큰 위협’, 즉 주적(主敵)으로 명시했다. 독일은 러시아가 배후에서 실행한 사보타주·사이버 공격·허위 정보 등을 거론하면서 “근본적으로 군사적 대결을 준비하는 데 활용될 수 있다”고 했다.
이 같은 진단엔 최근 유럽 안보 상황이 반영됐다는 분석이 나온다. 유럽 각국은 최근 정체불명 드론의 영공 출몰과 해저 케이블 절단, 사이버 공격, 열차 탈선, 시설 방화, 댐 무단 방류 등의 사례를 겪었는데 러시아가 배후로 지목됐다. 러시아가 여론을 조작해 정치 지형을 자국에 유리하게 바꾸려 한다는 정황까지 나왔다.
독일은 최근 지난해 잇따랐던 러시아의 하이브리드전 사례를 발표했다. 2월 총선을 앞두고 총리 당선이 유력한 프리드리히 메르츠 기독민주당 대표(현 총리)가 정신 질환을 앓고 있다는 거짓 정보가 유포됐고, 8월엔 항공 관제 당국이 사이버 공격을 받았는데 모두 러시아가 배후라는 결론을 내렸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최근 독일을 포함한 유럽 국가들의 경계를 ‘히스테리’라고 표현하며 “러시아가 유럽을 공격하리라는 주장은 거짓이며 터무니없는 허구”라고 폄하했다. 그러나 다수의 유럽 국가들은 이를 믿지 않고 있다. 푸틴은 2022년 2월 우크라이나를 전면 침공하기 전까지 ‘전쟁은 안 하겠다’고 수차례 발언했기 때문이다.
독일 국방부는 “이제 내부 안보와 외부 안보는 상호 의존성이 매우 높아 분리하기가 불가능해졌다”며 “우리의 외부 능력 또한 내부의 견고함과 회복력에 더 의존하고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단순히 군사적 차원에서만 아니라 정부와 사회 전체가 해결해야 할 과제”라고 했다.
러시아와의 전면전 발발을 상정한 시나리오도 구체적으로 제시됐다. 전쟁이 벌어지게 될 경우 독일이 유럽의 ‘병참 허브’로 전환되므로 러시아의 집중 공격 대상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나토(NATO·북대서양조약기구)의 ‘집단 방위’가 가동되면 독일엔 나토군 80만명가량이 파견돼 폴란드와 발트 3국 등 동부 전선으로 이동하게 된다. 전차·장갑차·자주포 등 장비도 20만대 이상 이동해야 한다.
독일은 자국 내 아우토반(고속도로)과 철도를 언제든 전시 수송로로 전환할 수 있게끔 연료·식량·숙영지·정비 시설 등 물적 기반을 언제든 전시 전환할 태세를 갖추고 있다. 독일은 전쟁이 터지면 동유럽 출신이 70%가 넘는 트럭 기사들이 자국으로 돌아가 버려 전시 수송을 할 ‘인적 기반’이 무너질 가능성까지도 고려하고 있다.
독일 국방부는 독일이 나토 병력의 작전 핵심 기지이자 이동 통로이기 때문에 러시아가 전면전 초기부터 민·군 기반 시설 파괴를 노리고 장거리 미사일 등의 ‘우선 표적’이 될 것으로 예상했다. 또 러시아의 침공 시나리오를 위협 탐지→위협 억제→국가 방어→나토 집단 방위→전후 재건으로 이어지는 5단계로 구분하면서, 현재 독일은 1단계라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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